위기 속,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마을공동체에게

다자간협력팀 오수미 매니저

2026.03.27

읽는 시간 0분

다자간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성

다중위기 속, 삶이 팍팍해지니 이대로 마을공동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들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개인의 위기가 마을의 위기가 되어가는 요즘, ‘각자도생’ 대신 ‘새로운 연결’에서 찾은 해법을 소개합니다.

※다중위기: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부터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인플레이션 충격,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체제 등 전 세계에서 각종 위기가 동시다발적이고 중복돼 일어나는 상황을 말합니다.

마을까지 들이닥친 위기

뉴스를 틀면 한숨부터 나오는 요즘입니다. 요동치는 불안정한 경제와 당장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인구 위기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말이 일상이 되어버렸죠. 이 거센 파도는 우리 마을 앞까지 들이닥쳤습니다. 행정은 지속적으로 마을공동체에게 ‘자립’을 요구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토대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지원 예산은 깎이고 의지할 수 있던 중간지원조직마저 축소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내년에도 활발하게 마을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각자도생의 한계, 그리고 전환

찬바람이 불면 옷깃을 여미듯, 위기가 닥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빗장을 잠그고 움츠러듭니다. 그저 내 곳간을 채우며, 이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자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위기 속에 가장 약한 이웃들이 먼저 쓰러지고 나면, 결국 마을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을요. 우리는 혼자 살아남기보다 ‘함께’ 버티는 것이 더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마을공동체를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마음으로 마을공동체를 시작하고 수년간 우리는 단단해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합니다. 행정의 보조금은 줄고, 헌신적인 구성원들의 일상도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생존을 위해 수익 모델을 만들고 마을기업의 성장에 힘을 쏟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공동체 활동을 위해 모인 이들에게 사업만이 모든 문제의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업과 행정에만 기대지 않으면서도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마을공동체가 주어진 예산을 집행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지원 대상’을 넘어, 스스로 주변의 자원을 엮어 문제를 해결하는 능동적인 ‘플레이어’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원’을 넘어 ‘협력’으로: 다자간 협력

이 전환의 실마리는 바로 ‘다자간 협력’ 모델에 있습니다. 2025년 ‘제 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의 리더스 서밋에서는 정부와 기업, 학계, 사회적기업 등 각계를 대표하는 리더 140여 명이 모여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주제로 사회혁신을 위한 다자간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자본과 힘을 가진 대기업조차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을 말하는 시대, 그렇다면 우리 마을공동체에게 다자간 협력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지금까지 우리 마을공동체 활동이 행정의 ‘지원’에 마을공동체가 ‘참여’하는 방식이었다면, 다자간 협력은 마을의 주인인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지역의 기업, 대학, 전문가 등 다양한 파트너와 손을 잡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뷰티풀커넥트 사업 라운드테이블에서 마을 공동체 활동가들이 의견을 나누는 모습
‘뷰티풀 커넥트’ 라운드테이블_지역의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협력 방안 모색

예를 들자면, 마을의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인근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와 협력해 학생들은 인턴십으로 경력을, 마을은 전문 인력, 대학은 R&D 연구 자료를 제공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 내에 돌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초기 모델을 마을공동체와 함께 현장에서 적용해보는 협력 구조를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즉, 지원금이 끊기면 멈추는 사업 구조를 넘어 파트너들의 기술과 노하우, 자원을 주고받으며 자생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문제 해결 구조 수립을 위한 다자간협력 모델 구조화 도표
다자간협력 모델 구조화 예시

사실 기업이나 대학 같은 낯선 파트너와 손을 잡는다는 게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목적을 이해할까?’,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괜히 일만 키우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서실지도 모릅니다. 혹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이미 협력을 해보았지만, 좋지 않은 경험으로 끝나면서 역시 우리 일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끼리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함께 할 파트너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협력에 앞서, 여기에는 좋은 설계가 중요합니다.

좋은 설계란 우리 마을공동체와 함께하는 파트너들이 지원→수혜, 발주→수행과 같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시스템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설계를 말합니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미 이런 설계를 통해 다자간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뷰티풀 커넥트’ 마을공동체 사전워크샵 전경

올해 첫 시작한 ‘뷰티풀 커넥트’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경기도, 경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엠와이소셜컴퍼니가 마을공동체들과 함께 다자간 협력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마을공동체에 지원금을 지원하는 구조를 넘어, 마을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경기도 내 3개 마을공동체(여주 노루목향기, 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안산 우리동네연구소퍼즐협동조합)와 함께 다자간 협력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 마을은 ‘고립’과 ‘돌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기업, 대학, 기술 전문가 등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파트너들을 직접 찾아 나섰습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단계지만, 이들이 만들어갈 모델은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의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연결, 불확실한 시대를 건너는 돌파구

다중위기 속, 사회는 복잡해지고 마을의 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우리끼리의 힘만으로는 벅차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땐 조금만 시야를 넓혀 주위를 둘러보세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곳에 같은 고민을 하는 파트너들이 있습니다. 낯선 파트너를 찾아 나서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지만, 우리가 처음 낯선 마을공동체를 시작할 때를 떠올려보세요.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일을, 누군가와 함께 해낸 경험들이 있지 않으신가요? 그렇게 마을 안에서의 연결을 넘어 마을 밖의 파트너들과 손을 잡을 때, 우리만으로는 막막하기만 했던 위기가 새로운 기회로 바뀔 수 있습니다.

 MYSC 서민종 팀장
사진 도비즈스튜디오

목록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