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공익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공익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은 '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개편해 새롭게 선보이는 사업입니다. 작지만 중요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공익 단체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이어지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을 지원합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20개 단체가 직접 작성한, 작은 움직임에서 비롯된 변화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앞으로 공익 단체들의 활동이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말끔하고 웅장한 전쟁 서사가 있는 곳, 용산 전쟁기념관
용산 전쟁기념관에 가보셨나요? 그곳은 전쟁 역사를 중심으로 국가의 서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곳입니다. 전쟁기념관 야외 광장 중앙 바닥에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는 글자가 구리판에 동그랗게 새겨 있습니다. 전쟁의 비극과 아픔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평화를 소중히 생각하자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전쟁기념관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우리는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보다는 휘황찬란한 무기와 전쟁 승리의 역사, 밀고 밀리는 화려한 전투 와 영웅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마치 게임이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또한 적(敵)으로 그려지는 인물과 국가에 대해 적대적 감정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전쟁기념관의 전시는 왜 이렇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곳을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쟁기념관이 들어선 자리는 예전에는 군부대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군부대가 떠난 이곳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넓고 교통도 편리한 이점을 갖고 있었고, 국방부는 이런 장점을 살려서 국민을 대상으로 ‘반공과 안보’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공과 안보’는 공산주의를 막는 것이 국가안보의 핵심이라는 20세기 냉전 시대의 이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만으로는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의 전쟁과 분쟁을 설명하기 어렵고, 전쟁 반대와 평화에의 의지 또한 담을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곳이 ‘힘에 의한 평화’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가진 물리력인 군대를 ‘평화’와 ‘발전’ ‘국위선양’ 등 국가의 위상과 연결하여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죠.
2025년 한해에만 35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람객이 전쟁기념관을 찾았으며, 해마다 방문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현장학습 탐방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지하철 삼각지역이 이제는 전쟁기념관역으로 불립니다. 많은 이들이 찾고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관람객들이 전쟁기념관의 전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전쟁’과 ‘무기’에 대한 생각들이 점점 ‘평화’와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워크북 《전쟁기념관, 평화의 눈으로 만나기》는 이러한 고민과 문제의식 아래 만들어졌습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
워크북은 전쟁기념관이 보여주는 위선적인 평화와 힘에 의한 평화로부터 우리를 멀리 데려가고 낯설게 보도록 합니다. 전쟁기념관을 평화의 눈으로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익숙하지 않은 시선으로 전쟁을 다각도로 바라본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나라의 시선일 수도 있고, 영웅이 아닌 병사 한 사람의 시선일 수도 있습니다. 전쟁을 겪어야 했던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전쟁을 승리와 성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고, 전쟁이 불러온 비극과 부조리를 보는 것입니다. 또 전쟁이 일어난 시간과 공간 너머까지 이어지는 아픔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인간이 아닌 비인간 존재가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말하는 것입니다. 워크북과 함께라면 다양한 시선과 관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전쟁기념관 필수템! 워크북 《전쟁기념관, 평화의 눈으로 만나기》
워크북은 우리 사회가 겪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도록 10가지 주제를 선정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평화를 둘러싼 복잡한 생각들을 마주하기 위해 한국의 첫 해외파병인 ‘베트남전쟁 참전’을 중심으로 공부합니다. 무엇보다 전쟁기념관 탐방이 2층 한국전쟁실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도 워크북을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워크북과 함께라면 한국전쟁과 연결된 베트남전쟁 파병의 서사, 베트남전쟁이라는 첫 해외파병에 이은 PKO군과 평화유지군 파병, 현재에 이르는 수많은 전쟁과 분쟁까지 폭넓게 사유하고, 전시를 평화의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워크북에서 선정한 주제는 각각 독립적으로 평화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워크북 순서대로 공부할 수도 있지만 원하는 주제를 뽑아 탐방과 활동을 해도 좋습니다. 각각의 주제를 통해 현재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 ‘생명’과 ‘평화’의 의미를 연결해 활동해도 좋습니다. 각각의 주제 사이에는 전쟁기념관 전시와 직접 연결하여 활동할 수 있는 [더 알아보기] 코너를 두었습니다. 주제와 연결된 시와 글도 함께 읽는다면 생각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제 전쟁기념관에 가신다면 워크북 《전쟁기념관, 평화의 눈으로 만나기》를 꼭 챙겨주세요.
워크북을 비롯한 콘텐츠 제작 전반에는 현직 교사와 교육 관련 출판인, 평화활동가, 작가, 연구자, 영상콘텐츠 전문가가 함께했습니다. 워크북을 기획한 아카이브평화기억은 평화와 관련한 기억을 찾아 만나고, 소통하고, 나누는 평화활동 단체입니다. 한국사회가 겪어 온 폭력의 경험과 기억을 평화의 지렛대로 삼고자 전쟁 기억과 삶을 기록하고 평화 활동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브평화기억이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과 후원도 기대할게요.
<아카이브평화기억> 자세히 알아보기
평화와 관련한 기억을 찾아 만나고, 소통하고, 나누는 평화 활동 단체로 한국 사회가 겪은 전쟁과 폭력의 경험을 평화의 지렛대로 삼아 개인의 전쟁 기억과 삶을 구술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화 콘텐츠 개발, 평화 교육, 법제도 개선에 힘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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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아카이브평화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