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의 차트가 매일같이 뉴스를 장식하고, 새로운 투자 기법이 청년들의 대화 주제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자본의 흐름 속에서 정작 소외된 청년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픈 가족을 돌보며 생계와 간병을 동시에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지난 5년 동안 자립준비청년들의 경제적 홀로서기를 돕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가족돌봄청년들을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이들을 깊이 들여다보며 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당장 간병하고 먹고사는 일에 치여 정작 자신의 미래는 꿈조차 꾸지 못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았고, 실질적인 지원 체계도 생각보다 훨씬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있었기에, 우리는 새로운 사각지대를 외면하지 않고 지원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가족돌봄청년에게 시급한 것은 당장의 결핍을 채우는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청년 경제교육 지원사업은 국내 유일의 ETF(상장지수펀드) 지원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경제교육, 일대일 경제상담, 진로코칭,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 재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합니다.
‘가족돌봄청년’에게 ‘ETF’를 지원한 이유
왜 하필 가족돌봄청년들에게 ETF를 지원했을까요? 사실 하루하루가 버거운 이들에게는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손에 쥐어주는 게 훨씬 시급하고 당연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ETF(상장지수펀드)라는 방식을 고집했던 이유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내 삶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아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ETF는 소액으로도 우량한 기업들에 나누어 투자할 수 있는 구조라, 청년들은 자기 계좌에서 자산이 조금씩 불어나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자산 형성의 효능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나도 내 미래를 계획하고 돈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자신감은 단순히 도움을 받는 수혜자의 입장에 머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정보가 부족하고 마음이 급해지기 쉬운 청년들이 자칫 위험한 투기나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ETF는 시간을 들여 건강하게 자산을 키워가는 ‘안정적인 동행’의 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매달 보내드리는 기금운용리포트와 코멘트 덕분에 막연히 무서워하던 경제 공부가 이제는 쏠쏠한 재미가 되었다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도 큰 수확입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돌봄의 시간이 지난 뒤를 준비하는 단단한 안전망이 되어줍니다. “지금 당장 형편이 어려워 팔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 돈이 어딘가에 쌓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위로가 된다”는 한 청년의 말처럼, 숫자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 과정은 고된 간병의 일상 속에서도 청년들이 다시 꿈을 꾸게 만드는 진짜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증명한 변화: 경제적 자산이라는 감각을 얻다
처음 ETF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 하면 좋을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청년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지원사업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기초를 쌓은 후 미래를 위한 준비과정을 함께한다는 방향으로 다가갔습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ETF라 하더라도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고 흐름을 읽는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전문가여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한순간에 쉽게 돈을 얻고 잃는 경험이 아닌 한발 한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어주고자 하였습니다.
그 중 한가지 디딤돌로서 청년들에게 매월 ETF운용에 대한 ‘기금운용리포트’를 발행합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매월 ETF 종목과 비율을 AI분석 기술을 활용해 추천해 줄 때마다 각 종목이 왜 선택되었는지 살펴봅니다. 미래에셋 타이거ETF 월간운용리포트와 ETF 관련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청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종목과 용어에 대한 설명과 참고하기 좋은 영상들을 함께 보냅니다.
어떤 종목을 언제 매수/매도 해야하는지 한번에 이해하기 보다는 8~10개월간의 운용 흐름을 통해 습득할 수 있도록 하며, 25년 사업부터는 AI 운용 시스템(M-ROBO)을 활용하여 한 종목씩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목들을 배분하여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2025년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52명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이 사업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청년들에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주었고 스스로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조사 결과, 지원받은 ETF 종목을 전액 또는 일부 보유하겠다고 답한 청년은 전체 52명 중 48명(92.3%)에 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후 여유자금이 생긴다면 ETF를 비롯한 금융상품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청년들이 일회성 수혜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산을 직접 운용하고 관리하는 경제적 주체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지표입니다. 한 참여 청년은 “투자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목돈을 만들 수 있게 되어 희망이 생겼다”며 변화된 일상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목소리가 증명한 변화: 정서적 지지 기반이 생기다
이번 프로젝트는 청년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넘어, 누군가 자신을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는 정서적 지지 기반이 되었습니다.
가족돌봄청년 미아 님은 엄마를 돌보고 있는 취업 준비생이었습니다. 가장 의미있던 것으로 재무상담을 꼽았습니다. 그간 모은 돈이 저절로 쌓였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계획적으로 돈을 관리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축도 중요하지만 지금 미아님의 삶도 중요해요. 여행 통장도 만들고, 운동도 하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상담사의 말에 큰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나는 안다. 작은 씨앗이 시간이 지나면 큰 나무가 된다는 것을. 400만 원의 ETF 투자가 10년 후 내 집 마련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고, 지금 배운 재무관리 지식이 평생 나를 지켜줄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취업도 하고, 엄마도 잘 돌보고,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꾸준히 가면 된다. 씨드온 프로젝트가 그렇게 가르쳐줬으니까.” – 가족돌봄청년 미아(가명)
가족돌봄청년 건우님도 아픈 엄마를 돌보며 취업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경제교육과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막연히 두렵고 피하고 싶었던 경제생활 습관을 더이상 외면하지 않고 다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상담과정에서 나의 고민과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진심어린 조언을 들으며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지금 위기를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훗날 돌아보았을 때 하나의 안전장치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혹시 지금 멈춰 서 있다고 느껴지는 청년이 있다면, ETF를 지원해주는 미래에셋 청년 씨드온 프로젝트가 다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출발선이 되어 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족돌봄청년 건우(가명)
미아, 건우 님 이외의 가족돌봄청년들도 사업을 통해 나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가끔 돌봄에 지칠 때 경제 교육을 듣고 진로 상담을 받으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영케어러로서 막연했던 결혼을 꿈꾸게 되었고, 빚을 갚으며 나아갈 힘을 얻었어요. 제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현재는 저의 형편이 어렵지만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저도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기업·재단·현장이 함께 만드는 입체적 시너지
이 모든 변화는 단순히 한 기관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미래에셋의 금융 전문성, 아름다운재단의 공익적 가치 지향, 공공기관의 정책 인프라 그리고 협력단체의 현장 밀착 사례 관리가 맞물려 완성됩니다. 각자의 역할을 넘어 청년 한 사람의 자립이라는 공통의 목표에 집중했기에 가능한 연대입니다.
먼저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프로젝트 기금 출연은 물론, 자산운용사의 고도화된 기술인 AI 로보어드바이저 ‘M-ROBO’를 활용해 청년들의 기금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합니다. 여기에 임직원이 직접 참여해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ETF 투자 교육을 진행하며 실질적인 금융 지식을 전수하는 든든한 기술적 파트너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자립준비청년 지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전체 운영을 총괄합니다. 미래에셋이 제시한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ETF를 직접 운용하며, 청년들의 소중한 종잣돈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감독합니다. 특히 매월 발행되는 기금운용리포트를 청년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다듬어 전달하고, 청년경제에 필요한 교육과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금융 소외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여기에 2025년부터 함께하고 있는 서울시는 ‘가족돌봄청년 금융자립 지원 업무협약(MOU)’을 통해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를 발굴할 수 있도록 공공 거버넌스를 구축합니다. 서울시복지포털 등 공공 인프라를 활용해 더 많은 청년에게 기회가 닿도록 돕고, 민간의 지원이 공공 정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행정적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사업의 공신력과 확장성을 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청년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살피는 협력기관의 밀착 사례 관리가 더해져 사업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습니다. 단순히 예산을 배분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삶을 일궈가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사업의 중심에 세우는 것. 지원의 관점을 ‘돕는 사람’ 중심에서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당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사업이 5년 동안 지켜온 가장 큰 차별점이자, 우리가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다시, 청년의 내일을 심으며
투자의 성패를 수익률로만 정의하지 않습니다. ‘청년 씨드온’이 기록하고자 하는 지표는 청년의 일상이 얼마나 단단해졌는가에 있습니다.
관성에 머물지 않고, 청년들이 자기 삶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는 지원의 시선과 방향을 끊임없이 조정해 나갈 것입니다. 가족을 돌보는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오늘도 청년의 내일을 함께 심고 있습니다.
글 모금기획팀 박유진 매니저
사진 임다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