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공익 단체들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25년에는 20개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실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참여 단체들이 직접 전하는 활동 이야기를 통해 작은 시도들이 어떻게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시작된 변화의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세요.
시민의 마음을 읽다: 설문조사의 반전
지방자치 30년, 사람으로 치면 서른 살 이립(而立)의 나이입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 뜻깊은 해를 맞아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단단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 <지방자치 30년, 시민이 만들고 지켜온 민주주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시민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배재대학교 이재현 교수, 대전대학교 민병기 교수 등 지역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정교하게 설문 문항을 설계했습니다. 단순한 만족도 조사를 넘어, 시민들이 느끼는 효능감과 참여 의지를 통계적으로 입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사실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지방자치에 관심 없다”는 냉소적인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615명의 시민 패널 조사결과, 시민들은 여전히 지역의 주인으로서 참여하고 싶어 했고, 변화를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이 긍정적인 데이터는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닫힌 문을 열고 광장으로: 공론장의 재발견

시민들의 열망을 확인한 후, 우리는 야심 차게 ‘공론장’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당초 행정, 의회,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려 했으나, 관계 공무원들의 참석이 어려워지며 기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습니다. 담당자로서 힘이 빠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였습니다. 행정의 빈자리를 지역사회의 뜨거운 연대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대전공동체운동연합,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등 그동안 각개전투하던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오히려 관 주도가 아닌, 진짜 시민들이 주도하는 숙의의 장이 열린 것입니다. ‘참여의 역설’을 넘어 진정한 주민주권을 논의했던 그 날의 열기는 행정 중심의 행사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땀으로 쓴 역사: 141페이지의 기록

이번 프로젝트의 백미는 단연 소책자 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결과보고서가 아니라, 대전 시민운동 30년사를 집대성하는 작업이었기에 그 무게감은 남달랐습니다. 딱딱한 연구 보고서나 행사 자료집은 시민들이 잘 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재밌고 읽을만한 책자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활동가들도 직접 글을 쓰고, 과거 활동가들을 인터뷰하러 뛰었습니다. 2000년도 초반에 낙천낙선운동을 말로만 들어왔는데, 그당시 상황실 활동가를 30년이 지나 인터뷰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광장 인터뷰 관련해서도 말로만 들었던 대전역 광장 사진 자료를 찾아보고 놀라기도 했고, 물리적 광장을 넘어서 시민들이 지역에서 만들어온 광장들을 되돌아 볼 수 있ᄋᅠᆻ습니다. 방대한 분량을 채우기 위해 담당자는 밤낮없이 자료를 뒤졌고, 디자이너와 수십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특별했던 건 ‘만남’이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30대 활동가들이 90년대, 2000년대 치열하게 활동했던 활동가들을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빛바랜 사진과 구술 속에 담긴 역사를 기록하며, 우리는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역사의 계승자가 된 듯한 감동도 느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이 연결감이야말로 이번 사업이 남긴 가장 큰 무형의 자산입니다.
하루뿐인 전시, 그러나 긴 여운

마지막 관문은 전시회였습니다. 예산과 일정 문제로 장기 대관이 어려워, 기독교연합봉사회관 1층 ‘카페 숨’을 빌려 단 하루만 전시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하루짜리 전시라고 대충 할 수는 없었습니다. 30년 묵은 자료집, 손때 묻은 홍보물, 연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땀 흘리며 패널을 세우고 동선을 짰습니다.몸은 고되었지만, 전시장을 찾은 200여 명의 시민이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라며 말씀해 주실 때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방자치 지난 30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2026년을 향한 약속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이 ‘토대’는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가 기록한 시민의 목소리와 정책 제안은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변화를 만드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전시장은 철거되었지만, 그날 우리가 확인한 가능성은 시민들의 가슴 속에 단단히 심어졌습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시민이 만든 지난 30년의 역사를 딛고, 더 넓고 깊은 민주주의의 길로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해서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