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린 쓰레기 끝에, 선별장 노동자가 있다

공익마케팅팀 김선우 매니저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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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 그 이후엔 어떻게 될까?

초등학교 때 처음 분리수거를 배웠다. 우유팩은 여러 번 헹궈 말리고, 종이는 가지런히 접어 묶고, 플라스틱은 라벨을 떼고 내용물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내가 버린 쓰레기가 다시 자원이 되어 지구를 지킨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의 과정은 사실 잘 몰랐다. 내 손을 떠난 플라스틱 껍데기는 어딘가에서 기계가 알아서 녹이고, 다시 깨끗한 용기로 돌아온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과정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경기도의 한 재활용 선별장에 방문하면서였다.

분리수거의 뒤에는 선별장 노동자가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재활용 선별장에서 벌어지는 일

집 앞 분리수거함에 버린 재활용품은 환경미화원의 손을 거쳐 선별장으로 모인다.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선별하기 위해서다. 나름대로 깨끗하게 분리한 재활용품이 모인다고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선별장 노동자들은 일일이 쓰레기를 헤집어가며 분리수거가 가능한 쓰레기를 분류한다

선별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냄새였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쓰레기가 뒤섞인 냄새가 훅 밀려왔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무언가가 끊임없이 쏟아져 내려온다. 음식물이 남아 있는 용기와 씻기지 않은 플라스틱, 상한 음식물과 악취가 함께 올라온다. 재활용품도, 그렇다고 완전히 쓰레기도 아닌 것들. 그 사이에 사람들이 서 있다. 벨트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손이 움직인다. 물건을 집어 들고, 확인하고, 던지고, 다시 집어 든다.

찔리고 베이는 손

그 날 만난 재활용 선별원 최유은 씨는 이 일을 오래 해왔다고 했다. 한 자리에서 여섯 가지가 넘는 것들을 동시에 구분한다. 벨트 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재활용품만 올라오지 않는다. 음식물이 그대로 묻은 배달 용기, 씻기지 않은 플라스틱, 심지어 일반 쓰레기까지 뒤섞여 함께 흘러온다. 여름에는 음식물이 담긴 용기에서 구더기가 쌓이고, 일을 하다 얼굴에 튀는 일도 있다고 했다.

“손을 넣었다가 유리에 베이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성인용 기저귀가 나올 때도 있고요”

음식물이 담긴 채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좌), 선별원들의 손을 베는 깨진 유리병(우)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위험도 함께 섞여 있다. 깨진 유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다른 쓰레기 속에 묻혀 있다가 손에 닿는 순간 그대로 살을 찌른다. 선별원 찬트라 씨의 손에는 얇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유리가 박혀서 병원에서 뺐어요.”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호 장비는 많지 않다. 장갑과 작업복 그리고 모자. 더 두꺼운 장갑을 쓰면 안전하겠지만, 손이 둔해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얇은 장갑을 낀 채 작업을 이어간다.

재활용 선별원에게도 안전이 필요하다

쓰레기 수거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은 환경부 고시 등을 통해 작업 기준과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틀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재활용 선별원의 경우 별도 안전 기준이 없어 산업재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단순 노무직’으로 분류되어 있어 전국에 몇 명이 일하는지 알 수 없으며, 제조업 노임 단가를 기준으로 임금이 책정되어서 노동 강도와 위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안전은 뒷전이 된다. 벨트는 멈추지 않고, 쉴 틈없이 쓰레기가 뒤섞여 밀려온다.

우리가 버린 것의 끝에도 사람이 있다

우리는 분리수거를 ‘지구를 지키는 행동’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 마지막은 선별장 노동자의 손을 거친다. 빠르게 움직이는 벨트 앞에서 냄새와 먼지 속에서 우리가 버린 것을 다시 선별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버린 것의 끝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면 한 번 더 씻고, 제대로 나눠서 버리게 되지 않을까?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의 이야기는 누가바로19길 영상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글, 사진 공익캠페인팀 김선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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