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단체가 진행하는 활동들은 사업내용, 사업주체, 사업대상, 사업기간, 사업예산 등 다양합니다.
이러한 단체들이 2012년 어떤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서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지역에 기초한 ‘생활 속의 협동’ 커뮤니티와 (가칭) ‘네트워크 협동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민중의 집 이야기입니다.
민중의집은 작년 2011년 사업에 이어 올해 2년차로 좀더 업그레이드된 내용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중의집에서 주요하게 진행하고 있는 ‘숨쉬는 도서관’ ‘사람책’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 두 번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숨쉬는 도서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책 대신 사람을 빌려보는 휴먼라이브러리,
‘숨쉬는 도서관’ 이야기
청년들을 위해 마련된 사람책 서가, “청춘에게 딴 짓을 권한다”
두 번째 숨쉬는 도서관은 ‘88만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청년들을 독자로 삼았다. 청년은 본래 젊음과 청춘, 도전과 열정, 희망과 가능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현재는 경쟁과 취업, 빈곤의 굴레에 허덕이는 무표정의 주체로 그려지기 다반사다. 청년들을 기죽이고 불안으로 내모는 사회적 여건에 대한 질타와 개선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취업과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 개개인의 ‘길 찾기’, ‘꿈 찾기’를 돕는 일 역시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책과의 만남을 통해 청년들을 위로하고, 자기계발과 경쟁이라는 강요된 답안지에서 벗어나 ‘딴 짓’을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청년들을 위한 사람책 서가의 이름은 “청춘에게 딴 짓을 권한다”로 정했다.
지난해 9월 24일, 카페 ‘살롱 드 마랑’에서 다시 한번 숨쉬는 도서관이 열렸다. 총 15권의 사람책이 독자를 만나기 위해 일찍부터 발걸음했고, 독자로 보이는 청년들이 시간에 맞춰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 2시, 50여명에 이르는 청년독자들이 모두 모이자 카페는 작은 축제의 현장처럼 부산하고 활기차다. 이 날 참여한 사람책들은 각자 자신만의 책 제목이 있었다. 사람책 시원님은 “직업전전 전문가의 비전문적 기록지”라는 제목으로 독자 앞에 섰고, 이은영님은 “삶을 놀이처럼,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 소복이님은 “소복이의 이백오 상담소”, 이광익님은 “멈추고 나면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라는 제목으로 독자와 만났다. 제목뿐만 아니라, 독자가 듣고싶은 이야기를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목차도 준비해 배려했다. 첫 번째 숨쉬는 도서관에 참여했던 사람책과 독자들이 행사 후 소감과 개선점을 꼼꼼하게 적어준 덕에 이번에는 원활한 대화를 위한 섬세한 준비를 미리부터 할 수 있었다.
3시간에 걸친 독서시간이 끝나고, 독자들이 돌아가 텅 비어있는 까페 한 켠에서 사람책들은 회고와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사람책들의 독자를 만난 소감은 한결같았다. 웃음이 끊이지 않은 즐거운 대화였고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공감과 위로에 굶주린 청년들을 마주하면서 가슴 한구석이 시렸다고… 그리고 며칠 후 숨쉬는 도서관 독후감 게시판에는 한 독자가 이런 소감을 남겼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20살의 고민, 그건 25살에는 웃음거리 일뿐이라고. 그럼, 25살의 고민은 지금 나에겐?… 3년이 흐른 후, 그 고민이 웃을 수 있는 웃음거리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헤매고 힘들어 하는 저 자신을 위해 이렇게 사람책을 신청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해답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요? 어떤 선견지명을 바라면서… 글이 아닌 인간 대 인간이라면 그 해답이 더 명쾌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살롱 드 마랑’에 들어서면서부터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만큼 힘들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일종의 동질감을 주었다고나 할까. (중략) 아~~~~~~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쩜 해답을 찾기보다는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누군가, 나보다 인생을 더 산 선배님의 충고가 필요해서 갖는지 모릅니다. 사람책! 눈을 마주보고 서로 소통하고, 너의 고민이 나한테 들리고 난 공감한다고, 그 한마디만으로도 참으로 좋았습니다.”
20대가 20대를 위한 숨쉬는 도서관을 열다
지난 3월 11일, 20대들이 사람책을 만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날의 화두는 “불안과 사이좋게 지내기”.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20대 역시 자기계발에 대한 불안, 취업에 대한 불안, 관계에서 오는 불안 등 불안투성이 현재를 살고 있다. 이 불안들을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하나의 불안을 해소하면 이어서 또 다른 불안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 속에 자리잡은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이같은 상황에 나만 놓여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떨쳐버리는 것이 좋다. 잠깐 마음 속 힘듬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 역시 나와 같거나 유사한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평생 함께해야 하는 것이라면, 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그러면 불안 앞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사이좋게 지내며 내 삶의 건강성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이 날 모인 사람책들과 20대 독자들은 이 화두를 안고 설레는 만남을 가졌다.
세 번째 숨쉬는 도서관은 사전 모집을 통해 꾸려진 20대 기획단에 의해 준비되고 진행되었다. 숨쉬는 도서관이 열리기 두 달 전, 20살의 문턱을 갓 넘은 대학 신입생부터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직업과 분야가 다양한 20대 13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기획단의 첫 활동은 각자 갖고 있던 현재의 불안을 털어놓는 것.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불안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같은 20대라는 동질감 때문이었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솔직해졌다. 기획단이 이 날 워크숍을 통해 얻은 것은 ‘나만 불안한 것이 아니었구나’는 위로와 연대감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교육, 직업, 금전, 관계, 미래 등의 커다란 카테고리 내에서 비슷한 불안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혼자서 불안을 짊어지고 있었다는 점을 함께 느낀 것이다. 세 번째 숨쉬는 도서관의 제목이자 화두인 “불안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몇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세부 카테고리 ‘교육’, ‘경제’, ‘사랑’, ‘돈과 소비’, ‘직업과 취미’까지 정해지자 준비과정은 더욱 탄력을 받았고, 기획단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20명의 사람책을 수집하는데 성공했다. (홍보물과 사람책 살펴보기)
3월 11일에 열린 세 번째 숨쉬는 도서관의 준비과정과 진행모습.
20대가 20대를 위해 준비한 행사였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다음은 20대 기획단에서 활동했던 한 친구의 활동후기다.
“이번 20대 사람책 페스티벌 기획단 활동을 했던, 하**입니다. 하루 동안의 페스티벌이 끝나고 난 뒤 쉴 틈도 없이, 직딩의 마인드를 유지하려 하니,,회사벽을 뚫고 나가는 상상을 하루에도 몇번씩 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 개인적으로도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벌써 시간이 또 흘러가네요. 약 두달 간의 기획단 활동속에서 다양한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그들과 함께 공유한 시간도 많고,조모임에 기획단 모임에 매주 토요일 민중의 집 두시가 어느덧 일상의 나침반이 되던 ㅎㅎ 나날들이었습니다. 거창하기도 하고 진부하다고도 느낀 20대의 불안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나누다 보니,내가 느끼지 않는 부분을 다른사람에게서 느끼게 되고 발견하게 되니,음,, 제 자신이 좀 풍족해진다라고 할까요? 불안으로? ㅎㅎ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안이라는 것이 죽기전까지 해소 될 수 없는 것이기에, 차라리 나쁜 감정으로 그것들을 대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물론 나는 힘을 얻었어! 다 덤벼! 이러한 뉘앙스는 아니지만, 힘의 뿌리를 가지고 지속시킬 수 있는 자리를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행사 당일날도 우리가 만든 따끈한 작업물들을 설치하고 사람책 분들과 독자분들을 만나게 할 장소가점차 우리의 색깔로 그들이 함께 놀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순간도 굉장히 인상적이였구요. 결국엔 그 안의 주인은 사람책과 독자분이였다는 것을 독후활동을 하고 있는 풍경에서 자연히느끼게 되더라구요, 사람책과 독자 그리고 나 그리고 너 ㅎㅎ 사람이 남고 사람과 이야기하는 어쩌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짜릿한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였어요. 다음번 사람책 페스티벌에도 함께 하고 싶어요 ! ㅎ 그럼 봄의 기운으로 다시 또 뵈어요”
숨쉬는 도서관의 요즘 일상은 이렇다
지금 숨쉬는 도서관은 올해 말까지 100명의 사람책을 발굴하고 수집하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다. 오는 9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열람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마포문화재단의 도움으로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게 되었고, 보다 많은 지역주민들에게 숨쉬는 도서관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문제는 보다 많은 횟수의 열람이벤트를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사람책 서가를 만드는 것.
규모도 중요하지만, 다양성도 중요하다. 미혼모나 탈학교 청소년과 같이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오해와 편견을 깰 수 있는 사람책, 담담하게 본인의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책,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인생스토리를 들려줄 사람책, 내가 쓸 물건을 직접 만드는 기술을 알려줄 사람책 등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가능한 모든 것들을 상상하면서 사람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책을 제보하는 목소리에 귀를 열어두고, 한 주에 한 명 이상의 사람을 인터뷰한다.
지난 주에는 함께 바느질을 하면서 수다 떨기 원하는 동네주부 한 분과 부모세대와 속터놓고 대화하기 원하는 20대 청년 두 명을 인터뷰했다. 현재 모두 사람책으로 출판과정(사람책 스스로 제목과 서문, 목차 쓰기)에 있고, 출판이 완료되면 첫 번째 (바느질) 실습책과 (두 명의 사람책과 대화하는) 묶음책이 탄생하게 된다. 다음 주에는 얼마 전 제보를 받은, 오랜 시간 심리상담을 해온 심리상담사와 노동자편에 서서 부당한 사측과 싸우는 노무사를 만날 예정이다.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니 ‘마당발 사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사람책 발굴과 수집, 출판을 도와줄 마당발 사서를 키우기 위해 ‘마당발 사서 되기 워크숍’을 준비 중에 있다.
한 사람이 한 권의 사람책으로 출판되는 순간은 굉장히 짜릿하다. 스스로 책을 쓰지 않는 이상 세상에 선보이기 힘든 이야기가 버젓이 제목과 서문, 목차를 달고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이야기들이 한 권 한 권 쌓여 50권이 되고, 100권이 되는 일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 사람책과 독자로 시작된 인연들이 그물코처럼 엮여 길가다 인사도 하고, 가끔 술잔도 기울이고, 때로는 함께 일도 하는 상황도 하루빨리 목격하고 싶다. 어려운 말로 ‘분절화’되고 ‘파편화’된 대도시에서의 개인들의 관계… 개인들 간의 유대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지역공동체 운동의 가장 큰 과제임을 되새기면, 숨쉬는 도서관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은 작지만 소중하다.
– 숨쉬는 도서관 홈페이지 : www.humanbook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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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형아
성산동에 함 가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