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리의 대안학교인 두레학교에 다니는 조다니엘(16)군은 최근 남다른 이유로 지리산을 종주했다. 다른 사람을 여행 보내주기 위한 걷기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재단이 소외계층 청소년들의 여름휴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길 위의 희망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조군은 종주를 떠나기 전 부모부터 이웃, 주위 교회 등에 “내가 100m를 걸을 때마다 100원씩 기부해달라”고 설득해 지원자들을 모았다. 조군뿐 아니라 같은 학교 친구 12명이 이 종주에 참여해 지도교사와 함께 3박4일간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31㎞를 완주했다.조군과 친구들은 이렇게 모은 301만9,250원에 ‘막무가내대장부기금’이란 이름을 붙여 지난 6일 서울 옥인동에 있는 아름다운 재단 사무실을 찾아 전달했다.
“내가 걷는 한 발짝이 남한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없던 힘도 나더라고요.”
조군은 “태어나서 기부는 처음 해본다”며 “그 뿌듯함에 목이 말라도 다리가 아파도 힘을 내 걸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종주에 나섰던 교사 박수백(33)씨도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고 뜻하지 않게 만난 장애물을 극복하는 여행 과정은 우리 삶과 많이 닮았다”며 “이런 특별한 경험을 더 많은 학생들이 체험하기를 바란다”고 뿌듯해했다
두레학교 학생들처럼 스스로 기금을 만들어 전달한 단체, 자신의 휴가비 중 1%를 떼내어 기부한 개인 기부자들 덕분에 올해 아름다운 재단에는 총 1억3,000만원이 ‘길 위의 희망찾기’ 기금으로 모였다. “이 돈으로 15개팀, 150명의 소외계층 학생들이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이를 종잣돈 삼아 휴가를 떠날 청소년들도 의미 있는 여행 주제를 잡아 기부의 뜻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복지관 청소년들이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인터뷰여행’,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백두산 등반을 하며 사진으로 감정 표현을 연습하는 ‘사진여행’, 지방을 돌며 북 공연을 하는 ‘찾아가는 공연여행’ 등이다. 경기 양평, 섬진강 일대를 여행하며 북 공연을 하는 대안학교 꿈틀학교의 임현순 교사는 “이번 공연여행으로 공교육에서 중도 탈락한 경험을 가진 학생들의 적극성, 주체성, 책임감을 높이는 기회로 삼겠다”고 기대를 표했다.
한국일보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입력시간 : 2012.07.14 02:37:09
» 관련기사 원문 바로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