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어르신 국배달 지원사업
요즘에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 ‘에어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너무 덥다. 에어컨 없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지만,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보일러 없이 어떻게 살아가나 생각했을 정도로 추웠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참 놀랍다. 쌀쌀함을 벗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여름의 한복판에 들어오게 될 정도로 근래의 계절 순환은 참 빠르다. 7월이 되기도 전에 블랙아웃의 공포가 찾아 올만큼 더운 이 시점에 잠시 추울 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따뜻한 국은 몸과 마음을 녹이는 장치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재단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와 함께 전국 노인복지관의 저소득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겨울철 국 배달 서비스를 지원하였다. 2012년 12월에 시작된 올해 사업을 통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약 16주간 어르신께 국을 배달해드렸는데, 국을 지원받으신 어르신은 총 87개 기관의 3,853명의 어르신에 달했다. 사업을 마치고 제출된 결과보고서를 보면서 많은 어르신께 국을 배달해드렸다는 통계에도 뿌듯함을 느꼈는데,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보며 그 정도는 더욱 깊어졌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인터뷰 두 가지를 다음 단락에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음성군노인복지관-
봉사자: 아직 식사 전이세요?
어르신: 바깥에 뭐 할게 있어서 늦었네.
봉사자: 국은 따뜻한가요?
어르신: 어, 국이 아주 따뜻해서 좋아.
봉사자: 양은 어떠세요?
어르신: 이거 봐, 냄비로 한 가득인데 아주 좋지.
-나래울화성시복합타운-
봉사자: 건강은 괜찮으세요?
어르신: 눈도 많이 오고 너무 추워진 것 같아. 밖에 나가기가 겁나.
봉사자: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세요. 오늘 국은 굴 미역국이에요.
어르신: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이네.
봉사자: 어르신 미역국 좋아하시는군요. 저희가 가져다 드린 국 메뉴 괜찮으세요?
어르신: 너무 좋지. 나는 여기서 주는 국이 항상 고마워. 노인들 위해 이렇게 추운데 가져다 주고.
(중략)
봉사자: 입 맛에는 맞으신가요?
어르신: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고 내 입맛에 딱 이야. 요리사 선생님이 내 입맛을 잘 아나봐. 너무 맛있어.
따뜻한 국과 함께
나는 자취를 오래 했기 때문에 국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남자라 그런지 요리 실력이 부족하여 시도조차 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귀찮아서 국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하소연할 곳도 없지만, 홀로 사는 어르신의 상황은 다르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을 보기가 어려워 국을 끓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을 비롯해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 지원도 매우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사업에서는 단지 따뜻한 국을 배달하는 것을 넘어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봉사자들이 어르신의 집에 국만 놓고 가기 보다는, 일정시간 머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드리려고 했다. 물론 짧은 시간 동안 어르신들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해 드릴 수는 없었다. 그래도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자 노력했더니 어르신들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에도 따뜻한 국과 함께 ‘어르신들의 마음을 위로해드리는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
※ 아름다운재단 사회적돌봄 영역 ‘어르신국배달지원사업‘은 ‘은빛겨자씨기금‘을 기반으로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