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人의 글] 내냥소(내 야옹이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평생의 반려로 삼으시겠습니까?
추석이 지나고 가을이 무르익어갑니다. 가을은 봄과 더불어 결혼 시즌입니다. 얼마 전에 제 지인이 결혼을 했고, 곧 또 한 명이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결혼식에서 우리는 배우자를 평생의 반려로 삼을 것을 약속하며, 백년해로를 서약합니다. 이혼을 하는 비율이 높아진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이혼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결혼은 없을 것입니다.
동물을 입양할 때도 대부분 그와 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애완동물이라고 부르던 명칭을 요즘은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것도 ‘입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키우다보면 처음의 다짐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3년 만의 파양 ‘똘이’
최근에 저는 제가 3년 전 입양 보냈던 고양이를 더 이상 키우기 어렵게 됐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십 여년 전부터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부모님들과 동생들, 반려묘인 신우와 박하와 평안하게 8년을 살던 2010년. 평소 밥을 주던 고양이 무리에 2개 월 정도의 새끼가 합류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새끼 고양이는 애절할 정도로 저희 집에 들어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신우와 박하 입양 초기에 멋모르고 길냥이 업둥이를 데리고 들어와 돌봐주다가 범백혈구감소증(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질병으로 애들이 살아있는 게 다행)을 두 번이나 걸리게 했던 저는 그 녀석을 외면했습니다.(검사를 해도 범백바이러스 같은 경우 초기에는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가 오면 우리가 마련해준 상자에서 웅크리고 자고, 문만 열면 집으로 들어오려고 기를 쓰는 녀석을 더 이상 외면하기는 힘들었고, 결국 6개월여 만에 그 녀석을 집으로 들여왔습니다.
그 녀석이 셋째 ‘꼬마’입니다.
갑자기 늘어난 식구에 처음에는 어수선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독립적인 고양이는 생각보다 존재감이 약해서 다행히도 1마리나 3마리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애교 넘치는 막내 꼬마와 사는 것에 점점 익숙해질 무렵 나날이 배가 불러지는 꼬마를 발견했습니다. 살이 찐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새끼를 가진 것이었습니다!!!!!!!!!!!! (TNR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순간) 신우와 박하는 이미 다 중성화 수술을 받았는데, 꼬마는 새끼를 가진 채 저희 집에 들어왔던 것입니다.
※ 여기서 잠깐! TNR이란?
Trap-Neuter-Return(포획-중성화-방사),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시술 후 방사하는 것으로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국제적으로 검증된 관리방법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것이 이런 말일까요. 제발 1마리만 낳으라는 바램도 무색하게 꼬마는 6마리의 건강한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 중 4마리는 입양을 보내고, 몸이 약한 순과 성격이 폐쇄적인 콩이는 보내지 못하고 저희 집은 5마리의 고양이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존재감 약한 고양이라도 5마리는 심적으로, 경제적으로도 묵직한 존재였으나, 식구들이 함께 살고 있고, 다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이번에 파양한다고 연락을 받은 것이 그때 마지막으로 입양보냈던 ‘똘이’입니다. 4개월까지 입양을 못보내서 내가 키울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보낸 녀석. 눈 쌓인 추운 날 낯선 주인을 따라가며 울던 소리가 아직도 생생해서 때때로 새반려인의 카톡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며 잘 자라는 것을 늘 고마워하던 녀석. 마음 같아서는 그냥 우리 집에 다시 데려오고 싶었으나 아무리 존재감이 약한 고양이라도 현재 5마리에서 숫자가 더 늘어나는 건 가족들에게도, 일대일의 친밀감을 필요로 하는 고양이에게도 서로 못할 짓이었습니다.
똘이를 입양해간 분은 아토피의 악화로 인하여 갑자기 시골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고양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이 허락한다고 해도 심한 아토피에 고양이를 키우는 건 무리라는 것에는 저도 수긍합니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입양에 앞서 고려해야 할것들
집에서 사는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0~15년입니다. 그 기간에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고양이와의 반려를 어렵게 만들 가장 흔한 상황은 결혼, 유학이나 이민, 질병입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입양보내는 사람들은 입양인에게 이 경우에 대해 숙지를 하도록 합니다.
입양할 때 또 하나 숙지시키는 것이 있는데 그건 가족의 동의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동의가 단순히 키우는 걸 눈감아주는 정도가 아니라 피치 못할 경우 이 녀석을 책임져 주겠다는 동의를 받은 후에 입양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입양인이 피치 못한 상황에 처한 경우 반려동물을 대신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입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거라 생각합니다. 의도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결혼 상대의 반대, 유학이나 이민, 질병 등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확신 대신 그때를 미리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 등 제2의 반려인을 대비해놓을 수 없는 경우라도 꼭 입양하고 싶다면 그때는 이 녀석을 지키기 위한 큰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한 생명을 끝까지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한 책임감이 필요하고, 때로는 엄청난 설득과 원치 않는 투쟁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뿐 아니라 실제적인 비용도 들어갑니다. 동물이 아플 경우 한 번 진료만 받아도 1만 원 이상이고 많으면 몇 백 만원의 비용도 들어갑니다. 아파서 버려진 애들, 병원에 입원시켰다가 찾아가지 않은 경우들을 저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결혼이 현실이라고 하는 것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도 현실입니다. 끝까지 지키겠다는 다짐과 그 다짐을 현실화할 수 있는 계획이 없다면 입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런 생각에 대해 ‘버리는 것도 아니고, 키우다가 다른 사람 줄 수도 있는 건데 유난 떤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동물은 1년만 지나면 다 자라기에, 3~4개월만 지나도 입양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어렸을 적부터 키운 사람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반려동물을 책임져줄 또다른 누군가를 찾는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한 번 파양된 동물은 파양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적응하기 어려워 우울증에 걸리고 아플 수도 있습니다.
제가 입양 보냈던 녀석은 다행히 지인 중에 맡아줄 사람을 찾았다고 합니다. 다시는 파양되는 일 없이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한편에서는 동물 신세가 사람보다 낫다고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길에 버려지지 않고 새 반려인을 찾게 되어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현재의 반려문화의 단면 같아 안타깝습니다.
평생의 반려로 삼아달라는 것은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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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평생 반려자가 욕심이 아니지요~당연히 그래야 하는거지요~한 생명에 대한 장암한 각오도 없이 데려오고 싶을때 왔다가 어쩔수 없다는 이유로 보내는 것은 자식 키우기 힘들다고 해외로 입양보내 어찌됐는지도 모르는 과거에 우리나라 부모들과도 같습니다
가회동 썬그리
맞아요~ 그래도 콩이는 좋은 주인을 새롭게 만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
angela
마지막에 콩이 사진 너무 귀엽네요 @_@ 반려동물도 사람을 대하듯이 끝까지 책임감 가지고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간사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표현은 못 해도, 모르는 듯 보여도 가족과 생이별 당했을 때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