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찬연한 가을 하늘 아래 새내기 기부자들이 걸음걸음 아름다운재단(이하 재단)으로 들어섰다. 바로 <처음자리 마음자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처음자리 마음자리>는 그해 나눔을 시작한 기부자를 초대해 재단의 전반을 소개하는 모임이다. 지난 9월 24일 펼쳐진 이 모임에는 모두 8명이 함께했다. 기부자는 물론 연인과 가족도 동행해 나눔의 추억을 엮어냈던 그날은 정말이지 반짝이는 별밤 풍경처럼 뭉클했다.
아름다운재단의 비전, 나눔의 생활화를 지향하다
음료와 다과로 소담한 테이블을 중심에 두고 기부자들이 둘러앉았다. 그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처음자리 마음자리>의 시작을 기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나눔에 갓 합류한 기부자들은 재단이 추구하는 나눔문화가 사뭇 기대됐다. 이선아 기부자는 그래서 조카인 숲이와 하름이 남매도 데려왔다.
“오빠인 숲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고, 동생 하름이는 2학년이에요. 부모님이 사회복지사라서 애들한테 나눔이 생소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직접 나눔문화를 경험하게 되면 깨닫는 부분이 더욱 클 것 같아서 동행했어요.”
<처음자리 마음자리>는 그 같은 기부자들의 기대감을 고려해 진정성을 담아 재단의 다양한 사업을 소개한다. 그중에 기부자들은 ‘나는 반대합니다’, ‘노란봉투’, ‘60일의 건강 보험증’ 같은 이슈 캠페인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민선 기부자는 최근 진행된 ‘60인의 건강 보험증’을 통해 나눔에 동참했기에 그 소감이 남달랐다.
“저는 병원에서 근무를 하는데요. 재단이 지향하는 가치나 사업을 모르진 않지만, 특별히 기부에 참여하진 않았어요. 다만, 힘겹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병원비와 관련해서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고는 있었어요. 그 찰나에 이 캠페인이 눈에 들어와서 동참하게 됐죠.”
이민선 기부자처럼 기부자들은 재단 소개 중 자신이 참여하는 나눔이 언급되면 더욱 집중해서 주목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 ‘아동과 청소년’, ‘지역사회’, ‘기부문화’ 등 재단의 사업 영역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경청했다.
너와 내가 꿈꾸는 나눔의 가치를 공감하다
나눔의 가치에 대해 설명을 듣는 기부자들은 재단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기부자들은 공정한 나눔문화를 통해 사회변화를 선도하고자 노력하는 재단을 알아가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기부자 각자가 지향하는 나눔의 의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김군자 할머니의 영상을 통해 기부자들은 나눔의 가치를 되새겨보았다. 일본군 위안부였던 할머니는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에 사용해달라며 평생의 재산인 5,000만 원을 기부했다. 배움의 갈망을 나눔으로 승화한 할머니의 진정성에 이선아 기부자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감동이 흐르는 가운데 이민선 기부자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나눔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녀는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나눔은 ‘꿈의 실현’이었다. 그 곁에 동행한 윤성오 씨는 갓 나눔을 시작했다. 그는 나눔을 ‘걸음마’라고 수줍게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이소라 기부자는 연봉의 상승을 비롯해 그때그때 목표를 이뤄가며 더욱 많이 나누며 살겠다는 의미를 담아 나눔을 ‘삶의 도전’이라 말했다. 최대환 기부자는 내 일부를 나눠서 누군가를 도와주면 그로써 자신도 성장한다는 의미에서 나눔을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아울러 숲이와 하름이는 해맑은 표정 짓고 간단명료하게 나눔을 ‘행복’이라 생각했고, 이선아 기부자는 더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울컥하며 나눔을 ‘미안한 마음’이라 정리했다. 그중에 김민정 기부자는 나눔은 ‘커피’라며 인상 깊은 속내를 전달했다.
“커피는 제가 지인을 위로하는 방식이에요. 지인이 지치고 외로워 보이면 커피 한잔하자 얘기하곤 하거든요.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사람을 격려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나눔이 커피 같다고 생각해요.”
나눔의 의미를 보드판에 기록한 기부자들. 그들은 기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이를테면 다음 순서인 ‘Q&A’ 때, 질의를 구체적으로 곧잘 했던 것이다. 이민선 기부자는 자신이 기부하는 ‘60일의 건강 보험증’의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법에 대해 확인했는가 하면, 윤성오 씨는 사회의 시의성에 따라 재단의 나눔 콘텐츠가 확대, 또는 축소된다는 사실을 주지할 수 있었다.
나눔의 씨앗이 아름드리나무로 열매 맺길 소원하다
쉬는 시간, 잠시 숨을 고른 기부자들은 재단을 라운딩하는 순서를 맞이했다. 실제로 재단에는 공간마다 나눔의 스토리가 녹아있다. 여기저기 벽면의 액자에는 대중적으로 낯익은 얼굴도 적지 않다. 기부자들은 방송인 김제동 기부자의 ‘나눔은 미안함이다’라는 패널을 든 사진은 물론 ‘기업의 특별 나눔’, ‘작가의 인세 나눔’, ‘재소자의 우표 나눔’ 등 계단을 오르며 나눔의 스토리를 만났다.
기부자들은 옥상에 다다를 때 까지 한결 친근해진 듯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유대감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민선 기부자는 <처음자리 마음자리> 기부자들과 오랫동안 나눔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진심을 밝혔다. 재단의 라운딩을 마친 다음 기부자들은 <처음자리 마음자리>의 하이라이트인 화분 만들기에 몰두했다. 먼저, 2/3 가량 화분에 흙을 담고, ‘래디시’의 씨앗을 뿌린 다음, 나눔소망을 한껏 넣고, 다시금 화분을 흙으로 덮었다. 화분 만들기는 나눔의 씨앗이 움터서 그예 열매 맺길 소망하는 상징적인 퍼포먼스였다. 저마다 화분을 만들어 고이 챙긴 그들은 보람찬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순서로 <처음자리 마음자리>에 참여한 소중한 심정을 웃음 가득 나누며 재단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저는 사회에 공헌하는 나눔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한다는 부분에서 재단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소규모라 기부자분들의 생각을 가까이서 듣게 돼서 오히려 좋았고, 보람찬 얼굴로 활동하는 간사님들을 직접 대면하니 재단에 더욱 신뢰가 생겼어요.”
“사실 기부자 행사는 거의 비슷하겠거니 짐작했지만, 재단은 조금 특별한 것 같아요. 애초에 투명성을 잣대로 재단을 기부처로 선택했는데요. 지금은 더욱 믿음이 가네요.”
그 존재 자체로 별과 같이 빛나는 이민선 기부자, 윤성오 씨, 이소라 기부자. 최대환 기부자, 김민정 기부자, 이선아 기부자, 하름이, 숲이(좌측부터 앉은 자리 순서). 그들은 별자리처럼 한데모여 <처음자리 마음자리> 속에 나눔자리를 그려냈다. 어쩌면 별밤 풍경 같은 그들을 배웅하며 재단은 가슴속에 심은 씨앗 같은 약속을 내내 다짐한다.
“아름다운재단은 당신의 마음을 붙잡고 나눔을 넓혀가겠습니다. 기부자님, 참 고맙습니다.”
글 노현덕 l 사진 조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