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미등록 이주아동 어린이집 풍경

“한국 국적의 아이만 소중하게 길러야 할까요?”

지난 20년간 이주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많이 만들어졌다. 아예 관련 정책이 없었던 1990년대를 생각하면 빠른 발전이다. 그러나 아직도 봄은 멀다. 이주민들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부터가 그렇다. 측은지심은 느끼지만, 이주민이 ‘우리 한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하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주아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이들에게 교육권과 의료지원을 보장하자는 법안에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을 펼치는 ‘아시아의 창’ 이영아 소장에게 물어봤다.

“소장님, 왜 우리가 이주아동을 지원해야 하나요? 우리 한국 아이들도 이렇게 힘든데요.”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 아시아의 창 이영아 소장

아시아의 창 이영아 소장

“안젤리나 졸리가 난민 아이에게 ‘불쌍해서 도와주는 게 아니다. 네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고 말했죠. 한 아이가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도 있고, 문제를 안고 사는 성인이 될 수도 있어요. 아주 어릴 때의 환경이 가장 영향을 미칩니다. 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죠. 이 문제에서 국적은 우리가 따질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한국인이냐 아니냐로 볼 문제가 아닌 거죠. “

베테랑답게 명쾌한 답변이다. 덧붙일 말이 없다.

‘월 100만원’ 보육비 못 내는 부모, 온종일 집안에서 노는 어린 남매

‘아시아의 창’은 벌써 23년째 이주민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군포의 풀뿌리단체다. 처음에는 노동상담에 집중했는데, 지금은 법률상담∙의료지원∙한국어교실∙다국어정보사이트 등 활동이 다양하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사업이 하나둘씩 늘었다. 어린이집도 그렇게 시작됐다.

이웃 이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부모와 아이들의 슬픔이 보인다. 정부 지원을 못 받아 월 100만원 보육비를 감당할 수 없던 부모, 부모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이 하루 종일 집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어린 남매… 영유아기는 한 사람의 인성이 좌우되는 시기라는데, 이주아동들은 기본적 보육도 받기 어려웠다.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그래서 아시아의창 근처 작은 빌라 한칸을 얻어 미인가 형태로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쉼터였다. 이 곳에서 정성들인 음식을 먹는 아이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손에서 인형을 떼지 못하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등 불안증세를 보이던 아이도 점차 안정됐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의 힘으로, 올해부터 판이 커졌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새 어린이집을 짓기로 한 것이다. 두 단체의 간사들이 함께 샅샅이 집을 골랐고, 이제는 정식 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시공과 내부 인테리어를 마치면 올해 말에 드디어 개원이다. 새 어린이집은 50평 규모라서 아이들을 15명까지 받을 수 있다.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 어린이집 설계도면

그 동안의 과정은 말로 다하지 못할 정도로 고생스러웠지만, 어린이집을 설명하는 이영아 소장의 말투에서는 흥분이 느껴진다. 말로는 “이렇게 힘들 줄 몰라서 멋모르고 시작했어요.”고 하면서 눈은 이미 웃음을 짓고 있다. 함께 이야기를 듣는 간사들의 표정에도 설렘이 보인다.

“가장 좋은 거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 지금은 10평 정도라서 최대 수용 인원이 고작 7명이거든요. 아이들이 자랄수록 비좁아져요. 작지만 마당이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아요. 엄마아빠가 장시간 근무를 하는 아이들은 밖에 못 나가고 집에서만 놀거든요. 또 우리 아이들은 언어와 인지 발달 수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함께 수업하기가 조금 어려워요. 그래서 작게 개별 학습실도 만들 예정이에요.”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 협력기관 아시아의 창

‘아시아의 창’은 어린이집을 더 근사하게 만들기 위한 모금도 진행한다.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벽지를 바르고 사고시에도 안전하도록 비상계단을 설치하려 한다. 지금까지도 지역사회와 끈끈하게 밀착했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바닥을 훑었다. 안 가보던 기관들을 방문하고 후원행사도 펼치면서 사업을 알렸다. 군포의 이웃들을 향한 일종의 ‘신고식’이다.

모금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약 2천 5백만원을 목표로 하고, 군포 주민만이 아니라 누구든 어디에서든 참여할 수 있다. 돈이 아닌 물품과 재능도 대환영이다. 철공소 사장님과 용접 노동자가 힘을 더해준다면 안전하고 튼튼한 비상계단도 뚝딱뚝딱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주아동 어린이집의 목표는 이주아동 어린이집이 필요 없는 세상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참여를 요청하는 것은 이번 사업의 목표가 단순히 어린이집 한 곳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 건립과 이후 운영상황을 잘 기록해 전국 곳곳으로 매뉴얼을 확산하고, 군포시와 경기도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정책 변화를 일궈내려 한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다. 어린이집 설립도 모금 캠페인도 모두 이 과정에 서있다.

“우리 어린이집은 좀 불편한 존재일 수 있어요. 하지만 끊임없이 우리 이주민과 이주아동들을 보여주고,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직시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이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도록 해야죠.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자격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안전하게 보육되어야 한다고, 계속 외쳐야 해요.”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 아시아의 창 이영아 소장

이 어린이집의 궁극적인 목표는 ‘없어지는 것’이다. 이주아동에게 똑같이 보육비와 서비스가 지원되어 ‘이주아동 어린이집이 필요 없는 세상’ 이것이 이영아 소장의 꿈이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과 ‘아시아의 창은’ 오늘도 열심히 뛴다. 존재 자체로 사랑받으며 자라나야 할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의 행복을 바라며 고된 노동을 이어가는 부모들을 위해서. 그리고 하루빨리 문을 닫기 위해 세워지는 어린이집을 위해서. 걸음 걸음 힘을 싣고 속도를 내는 중이다.

글 박효원 간사 l 사진 김권일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사단법인 아시아의 창]은 한국사회에 늘고 있는 결혼이민자 및 이주노동자와 그 자녀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피부와 국적, 문화의 차이를 이유로 차별받는 것에 반대하며,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면서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이루는데 그 목적을 두고 활동하는 비영리사단법인입니다.  
▶ ‘아시아의 창’ 홈페이지 : http://www.achang.or.kr  / ‘아시아의 창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chang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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