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함’보다 ‘가능성’에 방점을 둔 서비스
부산 사상지역자활센터(이하 ‘자활센터’)는 1997년 7월 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아 20년 동안 사상구내 저소득층에게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자활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우리는 함께 성장함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미션을 품고 심리•사회•경제적으로 자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자활센터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 소통하며 믿음을 전달하고 가능성을 지지해주는 공동체로 자리하기를 희망한다.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자활) 그로 인해 우뚝 설 수 있는 삶(자립). 그것이 자활센터의 궁극의 목표다.
“여느 복지관이 그렇듯 자활센터 역시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다르지 않아요. 다만 크게 다르다면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는 부분이에요. 저희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개입하지 않거든요. 자활과 자립에 초점을 맞춘 지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를테면 아이를 돌봐야 해서 취업을 못한다면 아이를 지역아동센터에 연계해 줍니다. 그렇게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을 자활사례관리라고 하는데 제가 담당하고 있는 일입니다.”
사례관리 담당자 이햇님 팀장은 작년 4월 자활센터에 오기 전까지 사회적 약자로 정의한 지원 대상을 돌봐주고 이끌어주는 사람이었다. 한데 이직 후 달라졌다. 이제는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의 가능성을 독려하고 지원한다. ‘취약함’보다 ‘가능성’에 방점을 둔 서비스 제공이다. 어떻게든 기술을 습득해서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그녀의 일이다. 돈을 벌기 위한 단순한 취업이라기보다 그것을 통로 삼아 사회에 복귀하도록 지지하고 응원한다. 예를 들어 알콜 문제로 해고당하고 수급자가 돼서 자활센터를 찾는다면 술을 끊고 기술도 익혀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 맥락에서 아름다운재단의 한부모 여성가장 건강권 지원사업은 자활센터와 꼭 맞는 서비스다. 자활센터가 항상 바라온 꼭 필요한 지원. 자활과 자립을 이야기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장 거름을 기부하다
“아름다운재단 한부모 여성가장 건강권 지원사업을 2014년부터 진행했으니 올해로 3년째입니다. 2014년엔 2명, 작년엔 1명, 올해 2명이 지원받았는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멋진 지원을 경험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업 공지를 모두에게 알려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이유도 그래서죠. 지원자의 근로 연수나 그 외 사항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립의지입니다. 건강검진은 안정적인 자활과 자립을 위한 0순위 자원이니까요.”
건강권 지원은 한부모 여성가장이 된 분들이 90%를 차지하는 자활센터의 상황에서 상당히 고마운 사업이다. 근로 능력이 떨어지는 데도 자녀들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겐 아픈 것만큼 무서운 게 없다. 자신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그들의 발목을 휘어잡는 건 느닷없는 질병. 원치 않게 자활을 그만두는 이들의 원인은 대부분 질병이었고, 그 상당수는 미리 발견하기만 했더라도 충분히 치료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햇님 팀장은 그들이 건강권 지원사업을 경험했다면 자활을 중도에 포기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김은성(가명) 씨의 경우 조금씩 성장하고 용기 내어 창업까지 생각하실 수 있게 되셨어요.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릅니다. 단 한 가지 매번 몸이 아프셔서 걱정이었죠. 담당자로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고 다행스럽고 고마웠습니다.”
1, 2차 검진으로 담낭 결석을 발견하고 제거 수술을 무사히 치른 김은성 씨를 보며 아름다운재단 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는 이햇님 팀장. 만약 이 과정이 없었다면 딸을 위해 용기 낸 꿈의 도전이 중단됐을 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재작년 도서사서사업단에 계셨을 때는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 않으셨어요. 저희가 계속 아이가 아직 어리다, 점점 크면서 교육시켜야 하는데 도서사서를 해서는 어렵다고 설득과 동기부여 작업을 꾸준히 해서 아이 때문이라도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하셨습니다. 처음엔 커피사업단에 오셔서 적응을 잘 못하셨죠. 공부도 많이 하고 일도 많으니까요. 그런 분이 이제 창업을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면 건강검진과 수술을 통해 어떤 힘을 얻게 되신 것 같아요. 놀라운 일입니다.”
기부자가 선사한 한 줄기 빛
그런가 하면, 작년에 지원 받은 임유민(가명) 씨는 검진을 받고 불안이 가라앉고 안정을 되찾았다고. 늘 몸이 아파서 걱정했는데 그냥 피곤했을 뿐이라는 걸 알고는 움츠렸던 마음, 생각이 확장됐다. 아이들한테도 사회적으로도 더 떳떳한 자신으로 서겠다는 소망도 생겼다.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지레 포기해버리곤 했는데,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열망이 스며들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며 지레 포기했던 공부에 대한 태도가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열망이 스미자 달라졌다. 외부에서 보면 그저 흔한 건강검진일 뿐이지만, 지원 받은 이들에겐 인생이 달라지는 경험임에 틀림없다. 따뜻하고 소중한 생의 에너지 그 자체인 까닭이다. 컴컴한 방안에 깃든 한 줄기 빛인 셈이다.
“저희 기관 미션이 ‘함께 성장함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입니다. ‘세상을 아름답게’도 중요하지만 저는 ‘함께 성장’하는 것에 조금 더 초점을 둬요. 여러분들이 성장하고 사회에 잘 복귀하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 아이들이 잘 자라서 사회 구성원이 된다고 믿으니까요. 그렇게 악순환의 대물림을 끊는 일에 건강권 지원사업 역할이 참 큽니다. 건강하고 안정적인 몸과 마음으로 함께 성장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과 함께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글 우승연ㅣ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