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개소식

우리도 미래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에요!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개소식 창이 많은 어린이집이 생겼어요

서설이 내린 겨울을 밟고 골목으로 들어서니 2층짜리 단독주택이 눈에 든다. 낮은 담과 연두색 대문, 여러 개의 다양한 창으로 햇빛을 한껏 들이고 자연친화적인 나무데크로 따뜻함을 품은 군포시 당동의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안을 살펴볼 수 있는 구멍 뚫린 담과 비상계단을 대신한 미끄럼틀이 인상적인, 인종과 국적의 배제가 사라지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흙장난을 할 수 있는 작은 마당을 지나 유리문을 열면 밝은 거실이 펼쳐진다. 우즈베키스탄 국화 이름을 딴 목화반은 만 1~2세 아이들의 교실이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부모님이 언제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한 공간이다. 거실을 중심으로 창의적 역할놀이가 가능한 유희실, 0세 아이들의 연꽃반, 아이들의 건강과 정체성을 정성스럽게 보듬기 위해 삼시세끼 무항상재 재료로 균형 있는 식단을 제공하는 식당이 자리한다.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개소식, 아이들이 놀이하는 공간

만 3~5세 아이들만 드나들 수 있는 2층은 천장이 낮은 것이 특징. 자칫 답답할 수도 있는 공간의 특성을 포근하게 느끼도록 전환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중국 국화인 매화를 닮은 만 3~5세 아이들의 교실엔 과학과 수 놀이 교구와 시청각 자료 그룹수업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TV를 준비해 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의 언어와 인지발달을 살펴보고 맞춤한 일대일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개별학습실. 다른 어린이집과 차별화된 이주아동을 위한 섬세하고 적극적인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만의 커리큘럼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좁고 긴 자투리 공간에 모든 아이들을 아우르고 이끄는 선생님들의 사무실이 마련돼 있다. 교구를 만들고 회의는 물론 이주아동 보육매뉴얼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9개월여 동안 미등록 이주아동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염원을 대들보 삼아 마련된 꿈의 창고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바로 그곳에서 2017년 1월 12일 오전 11시 아주 특별한 개소식이 진행됐다.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개소식 행사

10년 꿈을 이루게 한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

개소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도착한 손님들은 유리로 된 현관문을 열고 1층 거실로 들어서서 손도장나무로 방명록을 대신하고 40여 분 간 진행된 개소식에 집중했다. 아름다운재단을 비롯 다양한 기관과 단체, 지역 후원자와 아시아의 창 임원이 참여한 행사는 친절하고 다정하며 유쾌했다. 중요한 손님이자 주체로 자리한 어린이집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했기에 당사자의 눈높이에 맞춘, 누구도 누락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곳곳에 묻어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것은 아시아의 창 이영직 이사장의 축사에서 강조한 ‘있는 그대로의 수용’과 닮았다.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굳이 동화시키려고 하는 그 어느 쪽도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독단과 오만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사회가 다르다는 것으로 배척하고 배타하는 것에서 조금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알게 모르게 행동으로 이들을 동화시키고 맞추려고 합니다. 이 또한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이주민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이에서도 가르지 말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개소식, 이영아 소장의 설명

미등록 이주아동 보육을 목도하고 독립된 어린이집 공간을 마련하기까지, 아시아의 창은 이주민노동자 생활권에서 20여 년간 함께 지내면서 인종차별부터 시작해 산재, 의료, 육아, 복지, 여기에 문화적인 충격이나 언어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외로움 등과 마주했다. 그 가운데서 처음에는 독신이주노동자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모습과 발견했고, 그들이 보육비로 많이 힘들어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주노동자의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욕구와 어린 자녀의 보육을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경제•심리적인 부담을 지역 사회에서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했다고 아시아의창 이영아 센터장은 이야기한다.

“군포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보육사업을 시작했어요. 공간, 청소, 인력 등 지원받을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았죠. 그렇게 해서 2013년 10월 처음으로 빌라 3층의 자그마한 방 2칸짜리를 빌려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한데 생각보다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지역기관, 단체, 후원자를 만나 설득하고 부탁했죠.”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개소식, 활짝 웃는 아이들

아시아의 창을 통해 많은 기부자 분들이 십시일반 하여 어린이집에 도움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큰 전환점이 된 것은 아름다운재단의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을 만난 후였다. 2016년 3월 25일 협약을 맺은 뒤, 9개월여 동안 어린이집 공간 매입과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였고 보육시설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30년 된 주택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매 순간이 설렜다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사람들. 고단함도 잊을 만큼 182㎡(55평) 규모의 공간을 조성하는 데 몰두한 지난 9개월여는 모두에게 소중했다. 개소식에 함께 한 이들이 그저 고마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럿이 뜻을 모아 보편복지를 꿈꾸다

개소식에 참석한 예종석 이사장은 “아름다운재단은 이른둥이를 돕고, 한부모가장의 창업을 지원하며, 시설에서 독립하는 아이들을 돕는 사업 등 언제나 복지사각지대를 밝히려 노력했으며, 오늘 이 자리는 한 발짝 더 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축사를 시작했다. 이어 “이렇게 해맑은 아이들을 보고 ‘이주아동’이라는 수식어도 모자라 ‘미등록’이라는 낙인을 찍고 복지에서 제외하는 건 말도 안 되며, 어떤 환경에서든 아동은 안전하게 교육 받으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풀뿌리 단체와 공익재단, 공공기관이 모여 마련했기에 더 뜻 깊다고도 덧붙인 예종석 이사장은 함께 한 이들 모두를 지지하고 응원했다.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개소식 행사

테이프 커팅과 현판식, 아이들과 함께하는 보육권 상징 퍼포먼스를 거쳐 어린이집 라운딩을 마지막으로 개소식이 마무리됐다. 아름다운재단이 무상으로 임대하고 아시아의 창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지역 내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최소한의 비용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미등록 이주아동 보육시설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매뉴얼을 제작해 이를 통한 미등록 이주아동 보육비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것은 시혜적 차원의 지원이거나 지금 여기의 보육권리를 벗어난, 더 건강한 미래 사회 구성원을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다. 그 맥락에서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은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자유로운 경계의 창인 동시에 우리 미래의 가능성이 자라는 공간이다.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시공 과정>

 

글 우승연 l 사진 임다윤,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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