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변시 이야기-프로젝트A]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A’는 단체가 주최가 되어 이전에 실행한 사업 중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3년 이하 중장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13년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에서는 총 8개의 단체가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3년 수행한 사업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회복, 생성, 변화를 통한 현대사 공감 기획”라는 사업을 통해 민주화운동 체험자들의 경험과 가치를 활용하여 새로운 현대사 공감 모델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2012년 하반기 연속지원에 선정되어 2013년 2년차 사업을 수행하였습니다.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어 타인과 세대와 소통하기

– 현대사 공감 강좌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하였던 그림이, 아무런 걸림없이 햇살 밝은 마루에서 뒹굴며, 보고 싶은 책 마음껏 보는 여유의 시간을 갖는 모습일 것이다. 시험이라는 부담이 없는 공부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풍요롭게 채워주던가. 그런데 삶의 터전에서 공부는 또 하나의 일처럼, 정해져 있는 일과에서 따로이 시간을 내어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라, 알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공부하는 것이란 쉽지가 않다.


강좌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많은 얘기들은 이런 아쉬움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꼭 듣고는 싶은데, 직장 일과 집안 일 등의 주어진 상황 때문에 참여할 수 없겠다는 이야기들.

현대사 공감강좌를 준비하며

작년에 이어 현대사 공감강좌를 준비하면서, 이미 자신들이 살아오며 직접 경험하거나 배우고 익힌 내용들일 수 있고, 새로이 배워서 무엇을 하나 하는 성취동기의 부여가 고민이었다. 해설사 활동을 위한 강좌로 구성하였지만, 실질적인 해설사로 활동하자면 훨씬 심화된 내용과 실습이 필요한데, 프로젝트 사업으로서의 강좌는 좀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해온 당사자들끼리 있을 땐 무수한 이야기거리들로 밤을 새울 수도 있는 지경인데, 타인들 앞에서는 입이 굳게 닫혀버리는 대다수의 우리 민주화운동 회원들.

과거 폭압적인 공권력 앞에서도 아무 두려움 없이 주먹을 쥐고 팔을 들어 소리치던 기백은,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 자연스레 사그라들기도 하였겠다. 하지만 더 내면을 들여다 보면 고문과 폭력, 그리고 감시와 통제를 무자비하게 받아, 그로 인한 공포감과 심리적 위축이 순간순간 드러나는 것이 그들의 모습이었다. 

그런 까닭에 수년째 치유사업을 진행하는데, 치유의 방법과 결과가 고민이었다. 그래서 자신들이 경험하였던 이야기들을 자신 속에, 당사자들 그룹 속에 머물게 하지 말고, 당당하게 드러내어 타인과 세대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판단하였다. 자신들의 모든 것이었던 민주화운동을 주제와 소재로 한 해설사 활동을 위한 공감강좌를 준비한 연유다.

공감과 소통을 위한 강좌

공감과 소통을 위하여 민주화운동 당사자가 아닌, 70, 80, 90년대 거리를 뛰어다니지 않았던 이들과 함께 하여야 하는데, 어디 가서 일당을 주고 데려다 앉혀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걸 어쩐다…. 더군다나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민주화운동이니 정치니 하는 것들은 얼마나 고루하고 재미없는 대상이던가. 그래서 젊은이들과 가장 밀접해 있는 사람을 살피니, 교수님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현대사 공감강좌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수강생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일회 강좌에서 37명이라는,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였던 날은 접이의자도 부족하였다. 그러나 열기는 후끈하여, 질의와 응답이 강사와 수강생, 그리고 민주화운동 당사자인 어른들과 학생들간의 질의 응답이 뜨겁게 오고갔다. 작년엔 학생들의 수강이 보통 일회에 그쳤는데, 올해엔 두 번, 세 번을 듣는 학생들이 다수 있었다. 마지막 사업에 대한 만족도 및 의견 설문조사에서 내부 회원들이야 참여자이면서 자신의 일이라 판단하니 다들 좋았다는 평가 일색이었지만, 학생들도 꽤 후한 평가를 하였다. 덧붙이는 의견에서 ‘한국전쟁’,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등 한국현대사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을 더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도 적어주었다. 물론 “한쪽으로 치우친 편향성”이 보였다는 의견도 있었고.

어떻든 작년과 비교하여 발전적이었다는 평가를 하며 현대사 공감강좌를 마무리하였다.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내년 강좌사업으로 이어지겠지만, 올해 사업으로는 끝난 것으로 생각하였다.

강좌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소통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11월 14일 프로젝트 사업의 연극치유 사업으로 청소년 세대공감 연극공연이 있던 날,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일군의 무리가 관객석에 앉아 있다. 봄에 보았던 학생들이었다. 현대사 공감강좌에 청강을 하였던 학생들이었다. 청소년 연극공연도 보러 온 것이다. 공연 시작전 내빈 소개를 하면서 뜨거운 박수로 학생들을 맞았다. 정말 뜨거운 벅찬 가슴으로. 씨앗을 뿌린 땅에서 움터 솟아난 새순을 보는 맘이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공연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 뒤풀이 장소까지 함께 하며 최소한 엄마아버지 뻘인 우리 민주화운동 당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였다. 끝없이 질문들이 이어지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다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대충 마무리하고 일어서자 명함을 달란다. 민주화운동 당사자분들과 이야기를 더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번 시간을 내달라고.

그렇게 해서 12월 4일 저녁에 사무실로 6명의 학생들이 또 찾아왔다.

‘국가보안법’ 위반 당사자 회원과 3시간 여 동안 인터뷰를 하였다. 학교 수업 마치자마자 달려와 저녁도 못먹은 채, 그 안타깝고 분노스런 이야기들을 열심히 듣고 적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듣고는, 그 중 한 학생이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저희가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레포트를 작성하는 게 과제라, 이렇게 국가보안법 위반 당사자, 그러니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사람도 만나지만, 국가보안법이 존속되어야 한다는 사람도 만나 보았거든요. 처음에는 말을 아끼며 조심스레 이야기하더니 시간이 좀 지나자, 스스로 도취되어 마구마구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런데 오늘 선생님들은 개인감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정말 객관적으로 자기를 절제하면서 이야기 한다는 느낌이예요. 굉장히 분노스럽고 고통스러운 이야기인데 어쩌면 저렇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놀라웠어요.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국가보안법을 찬성하는 분과 반대하는 분을 직접 다 만나보니 느낌이 완전 달라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하고 말한다.

“사람이 개인의 취향과 정서 등이 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지가지 사안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지요. 살아 온 내력에 따라 정치와 종교, 사상이 다를 수 있고요. 그런데 그런 판단을 하기 전에 이것이 상식적으로 올바른가 그렇지 않은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예요. 판단결정을 하기 전에 자신의 생각에 대한 합리적 의심으로 검정을 하고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 결정된 자신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마땅한 것처럼, 타인의 판단도 존중해 주어야 하는 것이고요. 근데 배들 고프지 않아요? 우리도 그렇고 다들 저녁밥 안 먹었을 텐데, 얼른 나가서 막걸리로 저녁 대신하는 것 어때요?”

할아버지 뻘인 선생님과 엄마 뻘인 나와 밤 11시가 넘도록 막걸리 잔을 비웠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묻고, 젊은이들 이야기를 듣고, 단체 송년회 모임때 시간되면 다시 와 막걸리 또 마시자는 약속을 뒤로 하고 헤어지는데 가슴이 뿌듯하다. 그런데 요녀석들과 어떻게 지속적으로 연계하지?

“오늘 인터뷰비 안받았으니 외상값 있는 거야. 외상은 갚아야 하는 거 알지? 다음에 언젠가 우리 단체 자원봉사 해 달라고 문자나 전화할 때 거부하면 안돼. 알았지?” 

“예~”

민주화운동 정신계승이니, 세대공감이니 하는 것이 뭐 거창한 그럴듯한 무엇으로 따로 있는 것이겠는가!

글/사진 :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는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당한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명예회복 및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0. 4. 6에 발족하였으며, 2006. 5. 11에 사단법인으로의 조직전환 총회를 거쳐 2006. 8. 24에 법인설립 허가를 받고, 현재 48개 단체 및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http://krdemo.org/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배분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회를 변화로 이끄는 <변화의 시나리오>와 함께해 주세요!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