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성가장의 세 가지 고통”

생계유지, 가사노동, 자녀양육의 3중고에 시달리는 여성가장의 유일한 자산은 건강
아름다운재단, 한부모 여성가장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지원사업 실시


1.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정말 암일 줄은 몰랐어요.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하기만 한데….” 올해 39세인 김00씨는 유방암 3기라는 청천 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초등학교 2, 3학년 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00씨의 수입은 안산의 자활근로사업단의 독거노인 가사도우미로 활동하며 받는 월 50만원과 정부에서 지원되는 월 15만원이 전부이다. 8년 전 남편이 운영하던 호프집의 부도후 4천만 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으며, 당시 가출한 남편과는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2. 지난 4월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현재 치료중인 신양순씨(46세). 신씨는 10여 년간 지속된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2년 전 이혼한 후 현재 16세, 14세, 13세의 세 자녀를 혼자의 힘으로 부양하고 있다. 이혼 후 생계를 위해 공공근로사업에 나가 월 53만원의 생계비를 벌고 있지만 월 임대료로 20만원을 공제하고 나면 30여만 원의 돈으로 세 자녀와 생활하기가 무척 빠듯하다. 그 동안 심한 빈혈로 일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지만, 선뜻 병원에 가지 못했던 신씨는 아름다운재단의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 건강지원사업을 통해 종합건강검진을 받았고, 골수성백혈병을 발견하여 치료를 받게 되었다.

3. 이혼, 사별, 미혼 출산이 증가하면서 한부모가정은 이제 우리사회에서 흔한 가족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여성한부모가장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사노동, 생계유지, 자녀양육과 교육, 두 사람이 함께 나누던 책임을 모두 떠맡게 되면서 갖는 과중한 부담과 더불어 사회적 냉대와 차별,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정서적 고통이 여성가장이 혼자 뛰어넘기에는 너무나 큰 벽이 되고 있다.

4. 특히 저학력, 저기술, 저임금으로 특징지어지는 저소득 여성 한부모가장의 경제활동, 이 여성들에게는 노동력이 생계를 위한 유일한 자산이자, 생계유지를 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이켜보면, 몸이 아파도 당장의 생계를 위해 생활터전으로 나가야 하며, 병원비가 두려워 진단을 받기 어려운 것이 여성가장들의 한결같은 상황이다. 그렇게 숨기며 키워온 질병은 결국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거나 과도한 의료비 부담으로 1인 3역을 하며 힘겹게 지켜온 가정이 일순간 해체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5. 아름다운재단은 지난 2003년부터 저소득 한부모여성가장의 건강지원사업을 통해 저소득 한부모 여성 가장들이 빈곤의 심각성과 질병의 위험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지원신청자 147명 중 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은 단 한명이었으며, 비정규직 여성이 9명,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여성이 29명이었으며, 그 외에는 대부분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자활후견기관과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자활근로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또한 지원신청자 중 주거환경이 양호한 경우가 영구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것이며, 반지하 월세방과 비닐하우스에서 자녀들과 생활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6. 신청자 중 35명의 여성이 목, 허리, 무릎, 팔목 등의 관절염으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26명이 간기능 저하로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고, 임신, 출산과 관련하여 질병을 앓고 있는 여성도 14명 이상이 되었다. 또한 신청자의 30% 정도가 이혼, 가정폭력의 경험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 한부모 여성가장들은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차별과 분절된 노동경험, 저학력, 저기술로 인하여 한부모 가정의 여성들은 저임금, 비정규직에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불안정한 주거지, 주거비 부담 등의 문제와 삶의 주기에 따른 지속적인 빈곤과 불충분한 영양, 힘든 노동, 높은 스트레스, 가정폭력, 부적절한 산후조리 등의 이유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중산층 여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8. 현재 아름다운재단은 저소득 한부모여성가장의 건강을 위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원을 받기 희망하는 개인은 7월1일(금)까지 아름다운재단으로 소정의 추천서와 함께 신청하면 된다.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여성가장은 전국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으며, 검진결과 질병이 확인되면 1인당 500만원 한도 내에서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