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6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왔을까요? [2016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A 지원사업]을 통해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
2016 해외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 발표회
지난 2016년 12월 28일에 어필이 소재하고 있는 안국동 걸스카우트 회관에서는 기업인권네트워크(KTNC Watch) 주최로 ‘2016 해외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어필이 사무국으로 있는 기업인권네트워크는 2014년 베트남∙필리핀∙방글라데시, 2015년 멕시코∙과테말라∙온두라스 조사에 이어 올해는 중국∙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실태를 조사하였습니다. 특히 멕시코의 경우 2015년에 이어 추가 조사를 더 하여 올해 함께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발표회에 대한 많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한 겨울에도 발표회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그 현장을 소개해 드립니다.
첫 번째 발표. 중국 현지 실태조사 발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
‘공감’의 이번 중국 실태 조사는 향후 추가 조사를 위한 기초 마련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인권단체에 의한 선행조사가 없었고 중국 내 NGO와의 연계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조사 방법은 사전 문헌조사를 거쳐 현지에서 노동단체, 국제기구, CSR전문가, 학계, 노동자, 기업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활용했습니다.
이러한 조사를 토대로 박영아 변호사는 ‘개별적 근로관계’와 ‘집단적 근로관계’의 두 측면으로 나누어 중국의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우선 개별적 근로관계에 대한 노동인권 이슈는 아동노동, 비정규노동, 근로시간 및 휴가, 임금과 임금체불, 산업안전보건과 사회보장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다음으로 집단적 근로관계에 관한 노동인권 이슈인데요, 이 부분은 노동자의 단결권과 노조활동, 단체협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중화전국총공회’라는 노조연맹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총공회는 준 행정조직에 해당하여 공산당과 노동자간의 가교 역할을 합니다. 단결권과 단체행동권 및 단체협상권은 공회를 통해서만 구현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공회는 노동자 대표성이 없는 것입니다. 특히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노동3권이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가 없다고 박 변호사는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파업의 일상화’라고 표현될 정도로 자생적 파업의 발생 빈도가 증가했습니다. 1990년 중반부터 비영리 단체들이 파업에 대한 법률 상담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파업에 대해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박 변호사에 의하면 지역과 사안, 당국 책임자에 따라 다른 대응 양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파업은 중국 정부에게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공회를 통한 단체협상보다는 개별 구제를 강조하는 태도로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기업과 관련된 파업은 2014년 한국계 보석가공회사가 일감을 점점 외주화하는 데 대해 노동자들이 개당 생산제품 임금산정방식을 시간제 산정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강제무급휴가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을 개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는 협상을 거부하고 노동자 대표 해고와 직장폐쇄로 맞섰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박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선, 비정규직과 학생 실습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는 파견노동을 10% 미만으로 제한하도록 한 노동계약법을 우회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이에 따라 임금차별, 사회보험 미적용 등의 문제가 뒤따릅니다. 또한 △폐업이나 공장이전시 임금체불 및 보상금 미지급것 △기층공회 대표자를 경영진이 선정함으로써 노동자 대표성 차단 △공급사슬망에 속한 협력업체내 노동조건과 인권실태에 대한 책임과 관심 미흡 등도 지적됐습니다.
두번째 발표. 인도네시아 현지 실태 조사 보고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
인도네시아에는 특히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한 국가 중 하나인데요.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이 3위의 투자국이라고 합니다. 국제민주연대는 포스코의 해외계열사 중 하나인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와 의류봉제산업을, 어필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원료 중 하나인 ‘팜오일 (Palm Oil)’ 산업을 조사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팜오일의 원재료인 팜나무 최대 생산국인데, 생산 과정에서 노동인권뿐만 아니라 환경 등 여러 분야의 문제를 많이 낳고 있습니다.
우선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이 조사한 인도네시아 제조업 실태부터 볼까요? 크라카타우-포스코2 제철소는 한국의 포스코(POSCO)와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Krakatau)가 합작하여 만든 철강회사입니다. “제철소 건설 과정에서 최소 5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제보를 통해 이 곳 노동자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는 국제민주연대가 인도네시아 노동권 침해 문제를 조사하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조사를 해보니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현지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노동 인권 실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포스코 측에서 안전조치를 올바르게 취하지 않아 많은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했다” 현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도 지급받지 못한 채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나현필 사무국장은 △예산 절감을 위한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실제 필요 인원보다 적은 수의 인력 고용 △한국-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하청구조를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안전문제에 대해 제대로 소통하기 보다는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부적절한 관행 또한 문제였습니다.
의류 봉제업은 어떨까요? 인도네시아 전체적으로 해외 브랜드의 오더를 받아 수출하는데, 의류봉제업체의 60%가 한국 업체입니다. 한국 업체들은 한인봉제협회(KOGA)를 결성하고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300개의 공장을 지어 50만여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협회는 자카르타 주지사에게 로비를 해서 한인업체에 대한 최저임금 상승을 유예하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강력한 항의를 하자, 한국업체는 노조 탄압 또는 폐업으로 노동인권을 침해했습니다.
나 사무국장은 한국 의류업체 BTS∙태영∙명성∙한세의 노동인권 침해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의도적인 공장폐쇄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했습니다. 이 때문에 현지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재취업마저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특히 한세는 1,000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화장실은 고작 50개만 설치했고, 식수값을 월급에서 공제하는 등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나 사무국장은 “한국정부와 대사관이 인도네시아 현지 법령을 준수하면서 현지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봉제업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존중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어필’ 김종철 변호사의 인도네시아 팜오일 산업 실태 조사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팜오일은 식품∙화장품∙생활용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원료입니다. 2015년 한 해에만 전세계적으로 6,100만 톤이 소비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이면에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인권 이외에도 심각한 환경파괴 문제가 엮여 있었습니다. 어필을 포함한 기업인권네트워크는 2015년 노르웨이 국가연금 펀드가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 것을 계기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투자 철회의 이유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에서의 환경침해에 연루됐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삼성물산을 비롯하여 LG상사 등 여러 한국 기업이 팜오일 산업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국내기업들 중 종합상사들이 인도네시아에 확보한 팜나무 농장의 총면적은 총 7만6,000ha로 서울 면적의 1.3배에 달합니다. 이러한 거대 규모의 팜오일 농장과 산업은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를 낳고 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는 팜오일 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피해대상에 따라 지역주민과 노동자로 분류했습니다.
우선 지역주민이 겪는 피해는 ①물 부족과 오염 ②선주민의 생계 위협 ③선주민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 주장과 회사측 팜오일 농장 경작권에 대한 다툼 ④선주민 공동체 분열을 위한 회유 등이 있었습니다.
팜오일 농장은 수분이 많이 필요한 나무 특성상 주변에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강을 훼손하고 농장 주변에 인공적으로 물줄기를 만드는데, 이로 인해 심각한 물부족이 발생합니다. 선주민들은 우물을 파도 물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물을 사서 마시거나 빗물을 받아서 사용합니다. 게다가 숲을 이용해 자급자족해온 선주민들은 팜오일 농장이 넓어지면서 생계수단을 잃게 됩니다. 선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전체 경작 토지의 최소 20%이상 지역에 ‘플라즈마3’라고 하는 제도를 시행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답니다.
이렇게 생존권이 위협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선주민 공동체가 공동소유 토지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토지 분쟁이 있는 지역에서 선주민이 토지경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선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토지경작권(HGU4)이 없는 지역에서도 팜오일 경작을 하고 있지만, 선주민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고 농장에 대한 물리적 접근도 힘들어 대응이 어렵습니다. 팜오일 업체가 선주민을 매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PT 이넥다는 토지를 찾고 생존권 보장운동을 하는 주요 인물과 선주민 지도자들을 매수했습니다. 선주민들이 서로를 감시하며 회사에 보고를 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분열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이 받는 피해사항으로는 ①아동노동, ②안전과 건강의 위협, ③열악한 임금 등이 있습니다.
첫번째 부정적인 영향은 아동노동이었습니다. 삼성물산은 “팜오일 산업에서 아동노동이 철저하게 모니터링 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아동 또한 노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아동은 맹독성 제초제가 뿌려지고 쥐나 뱀과 같은 위험한 동물들이 많은 농장에서 작업을 하고 실제로 빈번하게 상해를 입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보다 성인 노동자에게 주어진 노동량이 매우 많아서 배우자나 자녀를 농장으로 불러 할당을 채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직까지 아동노동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관리 또한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 노동자들도 위험에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성분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생산과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제초제 ‘그라막손’이 이 곳에서는 버젓히 사용됩니다.. 팜오일 열매 수확 과정에서 신체를 보호해줄 장비가 매우 약하고 부족해서 이를 사용하는 노동자는 많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어도 회사측으로부터 그 결과를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임금 등 노동조건은 어떠할까요? 어필의 조사팀이 만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노동계약서 사본을 받지 못하거나 그 존재에 대해 몰랐습니다. 아예 계약서에 서명을 한 적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방적인 해고를 당하기도 하고, 각종 패널티로 인해 그나마 낮은 임금의 상당부분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숙소는 악취와 소음이 진동하고 물마저 부족합니다.
이러한 노동 실태에 대해서 해당 업체와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앞서 예로 들었던 삼성물산은 인도네시아 팜오일 산업에 관련된 여러 노동인권 침해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 또한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인권 침해를 할 경우 역외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어진 이번 발표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고, 여러 언론사에서도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참석해주신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주셨을 뿐만 아니라 발표 후에도 날카로운 질문을 해주시면서 발표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지난 3년간 어필과 기업인권네트워크 (KTNC)는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한국기업의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 왔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실태 조사와 발표회를 거치면서 기업과 자본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많은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과 소비가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의 기본적 권리가 침해받고 소수의 사람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과연 우리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번 발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조사와 연구이지만, 이러한 노동인권의 현실을 하루아침에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들이 기업과 정부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기업인권네트워크와 공익법센터 어필은 앞으로도 이러한 기업인권 이슈를 알리기 위해 더욱더 노력할 것입니다.
※ 이 글은 공익법센터 어필 홈페이지 게시된 글입니다. 원문글 보러가기 http://www.apil.or.kr/2012
글 | 공익법센터 어필 12기 인턴 윤지수님의 글을 일부 편집하였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소송/ 입법운동/ 법률교육과 연구/ 국내외 인권 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 취약한 이주자와 해외한국기업에 의해서 인권침해를 당한 외국인의 권리 옹호하는 일을 하는 비영리 공익변호사단체입니다. www.apil.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