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6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왔을까요? [2016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A 지원사업]을 통해 녹색연합, 제주해군기지건설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강정마을회가 함께 한 ‘제주해군기지 연산호 조사모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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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 – 연산호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된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일대와 그 앞바다에는 ‘붉은발말똥게’, ‘제주 새뱅이’, ‘기수갈고동’ 등 정부지정 멸종위기종들이 살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곳은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이 적색목록으로 분류한 ‘남방돌고래’와 ‘맹꽁이’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자 해양보호구역이며, 서귀포도립해양공원에 포함된 지역 등 5개 이상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건설을 위해 편법으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하여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바다의 꽃, 연산호
‘연산호’란 부드러운 겉표면과 유연한 줄기구조를 갖춘 산호를 통틀어 말합니다. 환경부, 문화재청, CITES(멸종위기야생생물의국제간거래에관한협약)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생물, 천연기념물, 국제적 법적 보호종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 이 곳 15~25m 바다 속에는 기상천외한 ‘산호 정원(Coral Garden)’이 있습니다. 범섬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산호정원’은 단일 면적으로 볼 때, 한국의 연산호 군락지 중에서 으뜸이며 전세계 다이버들의 유명 명소이기도 합니다.
‘분홍바다맨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는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을 대표하는 종입니다. 바다 속은 기차 모양의 긴 바위가 북서 방향으로 향하고, 암반 직벽을 따라 대규모 연산호 군락이 형형색색 존재합니다. ‘맨드라미 모양의 연산호’는 몸집을 부풀려 분홍색 자태를 뽐내고, ‘황금빛 분홍빛 돌산호’는 거센 해류에 촉수를 길게 뽑은 채 먹이 활동에 여념이 없습니다. 관상용 아열대어종인 ‘쏠배감펭’은 두려움 없이 산호밭을 헤집습니다. 제주바다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단일 면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개체수와 종다양성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이곳이 바로 ‘산호 정원’입니다.
연산호 군락은 각종 어패류 등의 은신처, 산란장, 먹이활동의 터전으로서 그 중요도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된 이후로 조류가 바뀌고, 이에 따라 영양분이 차단되면서 연산호 군락이 먹이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해상 공사시 나오는 독성 폐기물질과 건축 폐자재, 산업폐기물 등 온갖 오염물질이 계속 바다에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강정마을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이 거의 대부분 폐사하는 등 해양생태계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연산호 생존 기록
우리는 해상 공사가 시작된 2012년을 기준으로 연산호 군락의 전후 자료를 비교하기로 했습니다. 조사 대상지는 ‘강정등대’와 ‘서건도 일대’로 정했습니다. 해상공사의 직접 영향권에 해당하는 곳으로 연산호 변화상을 가장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정등대’는 제주해군기지 서방파제와 불과 100m 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서귀포시가 2008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 곳에서는 ‘검붉은수지맨드라미’, ‘연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같은 9종의 멸종위기종이 관찰됐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급격했고, 죽음의 전조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제주 남단 연산호 군락의 최대 우점종인 ‘분홍바다맨드라미’ 군락이 강정등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천연기념물 ‘긴가지 해송’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고 멸종위기종 ‘둔한진총산호’는 각종 퇴적물이 쌓여 앙상하게 뼈대만 남겨졌습니다. ‘큰수지맨드라미’는 폴립을 오므리고 먹이 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강정등대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였던 수중동굴 주변의 연산호 군락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수중동굴 속 대형 자바리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제주해군기지 동방파제에서 동쪽으로 500미터 떨어진 서건도에서도 그대로 확인되었습니다.
해군 “기지 건설에 의한 영향 없음, 연산호 군락, 이상 없음”
제주해군기지의 해상 공사가 본격화된 것은 2012년 여름부터입니다. 해군은 2012년 상반기에 구럼비 발파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연이어 케이슨공법에 따른 방파제 공사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공사를 강행하면서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된 저감방안은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오탁 방지막이 설치되지 않았고, 훼손된 상태에서 준설작업을 실시했으며, 사석 투하시 폴 파이프(Fall pipe)를 사용하지 않았는 데다가, 사석은 세척하지 않았습니다. 케이슨 속채움시 토사가 외해로 확산되었습니다. 부실과 불법 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행정관청의 관리감독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방파제와 남방파제의 케이슨이 강정 앞바다의 조류를 차단하거나 흐름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멈춘 조류와 공사 중 발생한 퇴적물이 연산호 군락 위로 서서히 가라앉았습니다. 연산호의 죽음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 8월에는 15호 태풍 ‘볼라벤’과 14호 태풍 ‘덴빈’이 불어 닥치면서 8,800톤 무게의 케이슨 7기가 파손되었습니다. 2014년 7월에는 태풍 너구리로 인해 제주해군기지 남방파제 끝부분의 케이슨 3기가 자리를 이탈하거나 훼손되었습니다. 50년 빈도의 태풍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는 제주해군기지의 방파제는 2012년 태풍 볼라벤에 비해 1/2에도 못 미치는 순간 최대풍속 19.5m/sec의 B급 태풍 너구리에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사전환경성검토 당시 대한민국 해군은 제주 남단 연산호 군락의 존재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강정 앞바다의 연산호는 ‘군락’으로 존재하지 않는 단일 개체인 것처럼 설명했습니다. 해군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연이어 발표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사업 사후환경영향조사결과’에서 일관되게 ‘연산호 군락, 이상 없음’, ‘기지 건설로 인한 영향 없음’으로 기술했습니다.
연산호 모니터링, 그 이후
해군기지가 완공된 지금, 강정 앞바다 연산호가 무사하다는 해군의 주장을 우리는 더 이상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꾸준히 강정 앞바다 연산호 군락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관계기관에 이 자료들을 사회에 알렸던 것, 강정과 유사한 오키나와 헤노코 지역에서 공동 산호조사를 진행하며 나누었던 연대의 경험들은 향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큰 힘이자 밑거름입니다. 앞으로도 그동안의 꾸준한 조사 기록을 바탕으로 아름다웠던 제주 강정 연산호 군락지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군락의 생태적 가치 복원에 대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글 | 녹색연합 (제주해군기지 연산호 조사모임 간사단체)
녹색연합은 한반도의 생태축인 백두대간, 연안해양, DMZ을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지키고 그곳에 깃들어 사는 야생동식물을 보호하는 활동을 합니다. 지구적 위기인 기후변화를 막고 탈핵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탈핵운동, 에너지전환, 에너지자립운동을 펼칩니다. 군사활동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군기지환경감시 활동을 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자 하는 시민들과 함께 삶과 삶터를 녹색으로 가꾸는 생활문화운동을 펼칩니다. http://www.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