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6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왔을까요? [2016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A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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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감염인, 변화의 시나리오를 통해 희망을 품다
2015년 어렵사리 PL(People Living with HIV/AIDS)사랑방이 마련되었습니다. 그곳을 만들고 나니 우리는 과연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장소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기금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편하게 쉬었다 갈수 있는 PL사랑방을 마련하면서 우리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에 기획한 것이 바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한 ‘오픈 마이크 – 신규 감염인에게 희망을’입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신규 감염인 분들을 만나고 이미 힘든 시기를 극복한 동료 감염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서로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PL사랑방이 만들어진 후 가장 뜻깊게 활용된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모두들 웃고 떠들면서 감사하다는 한마디를 나누고 서로 힘이 되어 줬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은 오픈마이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매월 매주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병원에서의 의료 차별과 진료 거부를 동료 감염인들이 직접 만나서 묻고 그들의 사례에 대응하고 이것들을 정리한 사례집을 만들어 세상에 알리자는 목표를 가지고 또 하나의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우선 진료 거부를 당한 사람들의 사례들을 찾기 시작했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벽장 속에 자신을 가두려고 하는 감염인들이 많다 보니, 스스로 세상밖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하나둘 사례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다고 하면 작을 수 있는 사례부터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사례까지 여러 이야기가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사례를 직접 해결하는 과정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인권위원회로 진정을 넣으려면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진료 거부를 받은 당사자가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중간에 인터뷰를 접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도 못 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홈페이지를 통하여 계속 진료거부 사례를 상담받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현실은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사이에도 용기를 내주신 몇몇 분들을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모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웹툰도 제작하고 사례발표를 위한 자료집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어려움을 겪은 것에 비하면 그 뒤로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편입니다.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에 맞춰서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웹툰을 업로드하고, 사례발표 또한 그 시기에 맞춰서 진행하였습니다.
진료거부는 예전부터 KNP+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슈였습니다. 그러나 이전에는 조금은 물러서서 소극적으로 사건에 대응하였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당사자인 우리가 직접 나서서 동료 감염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자세로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1년 가까이 우리는 변화하기 위해 뒤에서 앞으로 나서고, 밖에서 안으로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우리는 변화했고, 우리의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변화할 것입니다. 그 형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변화하리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2017년도에도 우리는 변화할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도움을 주신 많은 분과 아름다운재단, 사랑방을 찾은 많은 동료 감염인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 | KNP+
한국 HIV/AIDS감염인연합회 KNP+는 HIV/AIDS감염인 자조모임과 개인들의 참여로 운영되고 있으며 감염인의 삶의 질 향상, 진료 및 치료환경 개선, 그리고 감염인의 인권증진과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http://www.knpplus.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