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나리오] 이름으로 진행되는 여러 사업 중에서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2002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활동가 재충전 (휴식/해외연수) 지원사업’으로 활동가 스스로 쉼과 회복을 위해 기획한 재충전의 기회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6 변화의 시나리오 재충전 휴식부문 지원사업]은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활동가들이 여행 또는 취미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휴식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6년에는 총 9팀 15명의 활동가가 선정되어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균 근속연수 7년 이상!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 9팀의 쉼! 재충전 이야기를 전합니다. |
2016년 가장 많은 신청이 들어온 여행지는 ‘스페인’입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분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신청해주셨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여행자들의 길이 아니라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많은 지구인의 집합소여서 다양한 고민을 하는 지구인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외 넓은 대자연을 보고 싶었던 활동가들은 유럽, 남미 쪽으로 자유여행을 떠났습니다.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모아보았습니다 🙂
재충전에 대한 기대!
-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는데 이젠 ‘더 좋은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본적도 없으니 처음부터 몰랐던 것이 맞겠지요. 점점 후퇴하기만 하는 우리 사회와 그 속에서 무력해지는 활동가로서의 삶, 그리고 무엇보다 ‘더 좋은 사회’를 더 상상할 수 없는 자신 때문에 활동은 점점 생기를 잃어갑니다.
-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보이지 않으니 누구를 설득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직접 보고 느끼려고 합니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처럼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보고 경험하게 되면 ‘더 좋은 사회’를 상상하고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길 기대해 봅니다.
- ‘우리는 괜찮은 활동가였나?’ 회한이 밀려옵니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우리 복귀해서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안식년이 끝나가는 그즈음… 회한으로 활동을 시작하지 말고 활력으로 2017년을 맞고 싶습니다. 다시! 새롭게!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정말 그냥 쉬나요?
- 우리는 다낭의 바닷가에서 별로 말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이에 바다가, 시간이 천천히 흘렀지요. 밥도 더 천천히 와인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먹었어요. 우리가 같이 힘주고 살아왔다는 것, 그래서 근육(뼛골)이 굳어지는 순간을 같이 공유한다는 것! 그 자국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술을 마신다는 게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다낭의 바닷가에서 우리는 적게 말하고 많이 웃었습니다.
- 꼭 가야만 하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가야만 하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뿐이고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 뿐이었어요. 햇볕 아래에서 추러스 먹는 일, 오전에만 열린다는 낯선 도시의 장터에서 과일과 먹을거리를 사는 일, 오래된 성당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어보겠다며 미사시간에 맞춰 찾아가는 일, 작정하고 지도를 접고 그냥 마냥 걸어 다니는 일, 기념품 가게에서 이 도시를 기억할 만한 무언가를 사는데 숙고하는 일이 우리가 할만 했던 일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그 우리는 그 일들을 한 달 동안 충실하게 한듯합니다.
숨길 수 없는 활동가 마인드
-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의 지하철, 기차에는 반려동물들도 함께 탈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탑승할 수 있는 칸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차에 탑승한 동물들도 그 생활이 몸에 밴 것처럼 아주 얌전히 주인과 함께 이동했습니다. 반려인들과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는 생명에 대한 존중입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곳에서 행복한 삶은 불가능하겠지요.
- 더블린에서 벨파스트로 가는 버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평양으로 가는 버스입니다. 두시간 반 남짓한 운행시간. 그런데 두 나라간의 경계를 넘으면서 어떤 절차도 없습니다. 통일의 마지막 단계는 사람들 간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평화를 향한 양보와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닫혔던 마음이 한순간에 풀리지는 않을테니, 먼저 그 마음의 근원이 어떻게 생겨난 것이고, 나는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온전하게 풀어낼 수 있는 훈련들을 해나가야겠지요. 그것이 바로 평화교육이자 평화훈련일 것입니다.
정말 재충전되었나요?
- 이번 여행을 통해 보고 느낀 ‘행복한 사회’, ‘더 좋은 사회’의 조건은 깨끗한 환경과 이를 지키려는 자발적인 시민의식,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진지하고 성숙한 태도,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는 삶, 평등의식입니다. 사실 새로운 것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단순화하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 활동은 이 네 가지 조건을 갖추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요. 이젠 그 조건들을 위해 다양한 상상력과 과감한 실행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 여행하면서 아름답고 거대한 자연의 모습을 실컷 보고, 저마다 최선을 다해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보면서 한순간에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욕심을 떠나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여유를 가지고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제 자신을 위해서나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필요한 가치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과연 내가 이 조직에서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지난 시간 활동한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진정 쉬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 때 활동가 재충전사업에 선정되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한 일은 아니었지만, 지치고 힘들어서 포기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힐링이 되었고, 나를 돌아보고 계획하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가치있는 일임을 알기에 오늘도 묵묵히 이 길을 가고자 합니다.
- 홀로 떠난 여행은 늘 나를 생각하게 하고, 관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그냥 무심히 보았던 회원, 주민들 그리고 같이 활동하는 동료들, 가족들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넓디넓은 지구, 많은 사람들 속에서 같은 지역에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많이 느꼈던 여행이었습니다. 한 명이 소중하다는 생각, 좀 더뎌도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면 활동하는 모습을 스스로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
- 오랫동안 만나보지 못한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했습니다. 안식휴가를 끝나 공항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 너무 힘들고 좀 더 머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내 삶의 현장, 일터로 돌아가 내가 좋아하는 일, 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아름다운재단 덕분에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좋은 기회가 찾아준 게 너무 행복했습니다. 지금도 외롭거나 보고 싶을 때 여행 사진을 꺼내 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앞으로도 내 삶에서 어려운 일이 생겨도 이런 추억이 있어 내가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비움이 있어야 채움도 있습니다.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쉼을 통해 몸도 마음도 모두 재충전 하세요!
글 l 사진 2016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휴식부문 지원자
공웅재(어린이어깨동무), 신미지(참여연대), 한가은(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양준석(행동하는복지연합), 박재성(희망을만드는사람들), 김세영&배보람(녹색연합), 나명주&김수현&배경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최수정&푸누안쌔앵두안&은동매&유은정(수원이주민센터), 노경숙(시흥희망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댓글 정책보기
에너자이저
비움이 있어야 채움이 있다는 말이 많이 울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