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7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가고 있을까요? 안산새사회연대 일다의 스무살 학교에서는 지난 6월 10일 청년 노동의 문제를 선배들의 경험을 통해 서로 나누며 노동법을 공부하고,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진행된 6월 민주항쟁 30년 대동제x국민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 스무살학교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지 스무살학교는 그 물음에 답을 주는 곳인지 두 명의 기획단 청년에게 질문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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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다
스무 살. 마냥 자유로울 듯 설레다가도 도태될까 불안해 어두워진다. 자신을 세우려고 단단히 신발 끈을 묶어내도 출발선에 서기 전 헐거워지는 뒷심에 주춤거린다. 시름을 달래지 못하고 드러내지 못한 비밀에 종종거린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어쨌거나 지나갈 스무 살이라는데 외로워서 움찔한다. 문 안팎에서 홀로 분투하느라 곁을 내지 못하는, 이미 지나왔거나 현재 지나는 중이거나 앞으로 지날 것인 누구나의 스무 살.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한 ‘안산새사회연대일:다’(이하 ‘일다’)의 프로젝트가 ‘스무살학교’다.
“‘가만히 있어라’로 점철된 학교 교육을 갓 마친 스무 살 청년들은 강제로 사회인이 되잖아요. 자유롭게 선거와 노동을 선택할 수 있는 듯 보여도 그렇지가 않아요. 개인의 노력과 성공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선 더더욱 어렵죠. 그래서 일다의 스무살학교는 20~23세 청년들이 우리 사회의 시민, 예비노동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우려고 시작했어요.”
지난해 ‘안산청년페스티벌 청춘오예’ 활동이 다리가 되어 스무살학교 기획단에 합류한 박지완 씨. 현재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 그녀는 서른 살이다. 이십대 때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겪으며 습득한 자원을 스무 살 청년과 나누고 싶어 기꺼이 참여했다.
“작년에 여전히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제 자신과 마주했어요. 서비스업 점장으로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도 말예요. 음, 다른 사람들 위해서 일하고 싶더라고요. 마침 페이스북에 청춘오예 기획단 모집 공고를 봤고 그 상황에서 선택했죠, 이전과 다른 것을. 그게 시작이었어요. 그 인연으로 스무살학교 기획단 제의를 받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십년 전 나는 배우지 못했던 것을 지금의 스무 살 청년들은 배우고 활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순응과 적응? 나는 즐겁게 저항한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군의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하며 홀로 부당함을 견뎌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면서 계약서도 쓰지 않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주휴수당이 뭔지도 모른다. 불법 속에 놓여 있으나 일할 기회를 빼앗길까봐 그저 열심히 일할 뿐이다. 대다수는 불법이라는 것도 인지할 수 없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하고 싶은 것 다 해라’ 하던 말들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대입 후엔 취업이 도사리고 있다. 열정페이와 인턴-비정규직-계약직의 굴레가 늘어선다. 스무살학교는 이 구조에 잘 순응해 효율적으로 일상을 꾸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마다 제게 맞게 재구성할 권리를 알려준다. 스무 살 청년들이 제 몸을 늘이거나 구기지 않아도 되는 맞춤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갈 플랫폼을 제공한다. 일다 소속의 전종현 씨가 스무살학교 기획단으로 활동하는 이유다.
“지난해 단체에서 진행한 안산청년아카데미에 참여한 후, 올해 진행된 스무살학교에 참여하면서 단체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또래와 사회구조적 모순에 대해 인식하고, 사회참여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었어요. 워낙 사람 만나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장이 필요했는데 스무살학교라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안산에서 초중고를 나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친구를 둔 스물한 살의 전종현 씨에게 스무살학교는 남다른 의미다.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거머쥐고 나눌지 제대로 들여다볼 공간인 까닭이다. 역사∙노동∙인권∙정치 등에 대한 기본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몸으로 경험하며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생존을 넘어선 삶을 공유하는 게 뭔지 곰곰이 매만지고 싶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가 알바에 뛰어들었는데 뭐가 뭔지 모르잖아요. 그럴 때 누군가 노동법에 대해 알려주는 거예요. ‘역사’ 파트에선 5∙18 민주화항쟁 대해서 배우고 직접 광주에 가보기도 하고 6∙10항쟁 기념하는 광화문 광장에도 나와 보고요. 스무살학교는 보고 듣고 말하며 배우는 곳이에요.”
가만히 있기 싫다면 스무살학교에서 만나자
스무살학교 원년인 2017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을 받았으니 여러 실험을 펼치고도 싶다. 1년 후 안산청년네트워크와 연계해 ‘안산시 청년기본조례’를 재정하고 지속가능한 스무살학교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 비전을 품고 박지완, 전종현 씨를 포함한 5명의 기획단이 2월부터 매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월에는 세월호 어머니들의 뜨개전시를 관람하고 광화문의 두 집회를 경험했다. 촛불집회의 규모나 자유로움보다 예상보다 많은 태극기 집회 규모와 분위기에 압도됐다. 광화문을 기점으로 건널목 하나 건넜을 뿐인데 뭔가 부자연스럽고 경직되는 상황이 불편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엔 5∙18 민주화항쟁을 공부하며 광주로 직접 내려갔거든요. 버스를 타고 함께 모여서 피해자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죠. 그런 시간, 대상화/타자화시키지 않는 생생한 순간을 마주하면 고민이 깊어져요.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힘들기도 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서 있구나,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어렵고 책임감도 가지게 되죠.”
전종현 씨에겐 기어코 2017년의 봄을 이끈 제 또래의 헌신이 무겁다. 숱한 청년들의 치열한 투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좀 더 제대로 고민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더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얘기할 계획이다. 박지완 씨는 6월 프로그램을 마치고 7월에 있을 캠프를 기대한다. 6개월 동안 청년으로 지내며 느꼈던 불편함과 답답함을 털어놓고 궁금증을 토대로 하반기를 계획할 예정이다.
“바라는 거요?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는 거요. 사람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매번 느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여러분이 원하는 것, 노동과 역사와 정치와 인권에 대해 그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해 볼 계획이니까 누구라도 관심 있는 분은 스무살학교 꼭 신청해 주세요.”
노동∙역사∙정치∙인권… 거대하고 무거운 담론 같지만, 알바가 ‘노동’이고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이 ‘인권’이며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바꾸려고 한다면 그게 ‘정치’이고 이런 시공이 쌓이면 ‘역사’가 되는 거라는 스무살학교. 그들은 정해진 것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인연을 맺으며 서로 위로가 되는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전종현 씨에 따르면 “온갖 비속어나 내뱉고 온종일 게임만 하는 듯 보이지만 가슴 한 켠엔 18세 선거권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은” 눈에 보이지 않는 청년들을 스무살학교는 기다린다. 설레다가도 불안하고 내달리다가도 주춤거리게 되는, 문 안팎에서 홀로 분투하는 외로운 ‘가만히 있기 싫은’ 청년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다.
글 우승연 | 사진 조재무
민주, 평등, 통일, 연대, 공동체를 핵심가치로 하며, 민주주의 가치구현, 풀뿌리 정치참여 / 사회공공성 및 보편적 복지 강화 / 자주와 평화의 통일된 한반도 / 지역사회 기반 사회적 연대 실현 / 참여문화 확산을 통한 지역 공동체성 강화 등을 수행하기 위해 지역 청년들을 발굴 조직, 교육하는 단체 http://new1da330.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