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 이창석 간사입니다. 오늘은 티셔츠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일이지만, 그 시작은 제가 아름다운재단에 처음 들어왔던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저는 아름다운재단 신입간사였습니다. 이 때 제가 맡았던 일은 <소셜펀딩 개미스폰서>라는 공익 프로젝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개미스폰서>는 언제 다시 시작한다는 예정 없이 문을 닫았습니다. <개미스폰서>를 계속 하지 못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비슷한 성격의 플랫폼들이 많이 탄생했고, 그만큼 그 경쟁에서 밀려나 사라지는 플랫폼도 많았습니다. <개미스폰서>도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개미스폰서>는 수익을 내야 하는 플랫폼이 물론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개미스폰서> 공익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율이 낮아지고 있었고 그것은 참여한 프로젝트들에 타격이 되었습니다. <개미스폰서>의 진짜 목적은 공익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자체는 그저 방법일 뿐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이 아닌 다른 방법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었습니다.
당시 생각했던 하나의 아이디어는 ‘티셔츠’였습니다. 해외에는 공익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티셔츠를 판매해서 그 수익으로 활동을 하거나, 티셔츠를 통해서 사회적 메시지를 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습니다. 국내에도 티셔츠를 판매해서 수익으로 공익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나 시민들이 있었지만 재고에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그리고 판매와 배송, 재고 관리, 품질관리, 디자인 등 많은 과중한 업무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티셔츠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업무를 대행하고 재고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는 플랫폼으로 <개미스폰서>를 리뉴얼하면 어떨지 고민했습니다. 디지털 프린팅이 일상화되면서 단 1장의 티셔츠도 원하는 디자인으로 현실적인 가격으로 제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 때 제가 생각한 플랫폼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플랫폼에서 시민들이 디자인하고, 그렇게 디자인된 티셔츠를 주문하면 이후에 제작이 되고, 판매 수익금은 원하는 단체에 기부되는 형태였습니다.
결국 그 플랫폼은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정말 공익활동에 도움이 되는 방법일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진행이 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 다른 일들을 하게 되었구요. 문득 <개미스폰서>를 통해 프로젝트를 하셨던 사람들과 단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집니다. 물론 프로젝트를 지원한 후원자분들도 그립구요. <개미스폰서>를 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비영리 초보 일꾼이였던 저는 그 분들을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언젠가 그 때 뵈었던 좋은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개미스폰서>의 티셔츠 버젼에 대해서 이야기를 갑자기 드린 까닭은 개인적으로 요즘 티셔츠를 만들어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공익활동은 아닙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로 제가 입을 티셔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티셔츠에 들어간 그림을 그려보았는데요. 그러고 보니 <개미스폰서>때의 못다한 티셔츠 프로젝트의 기획에 대한 마음 한켠의 아쉬움이 다시 살아 나더라고요.
그 동안 <하향영화>라는 제목으로 고작 몇 편의 영화에 대한 글을 저희 아름다운재단 블로그에 썼습니다. 많이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참 어렵더라구요. 처음부터 영화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를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그만큼 잘 알지도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매개로 그저 저 나름의 생각들을 쓰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역시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소소하게 영화를 선택할 때 나름 작품성 있는 영화들 위주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런 영화들보다는 좀 더 편한 영화들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찾다보니 자꾸 그렇게 흘러가더라구요. 진짜 제 취향은 훨씬 더 마이너한데 자꾸 그렇게 글을 쓰게 되니 글이 솔직하지 못한 것 같고 부끄러웠습니다. (쓰기만 하고 공개하지 않은 글들은 더 합니다.)
저는 예술적인 영화보다는 <총알탄 사나이>처럼 B급 정서 가득한 코메디 영화를 좋아하구요. 잔잔한 유럽영화보다는 아주 조악한 공포영화들을 더 사랑합니다. 그래서 부산영화제는 몇 년에 한번 가서 고작 하루이틀 영화를 보고 오지만 부천영화제 때는 몇 달 전부터 들떠서 매일 부천으로 출근도장을 찍곤 합니다.
제가 입고 싶은 티셔츠를 앞으로 10개 만들려고 합니다. 제 취향 가득한 티셔츠로요. 일단 지난 주말에 2개의 디자인을 만들었습니다. 첫번째는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주성치의 <쿵푸허슬>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기타노 다케시의 <소나티네>입니다. (사실 <쿵푸허슬> 보다는 <식신>과 <소림축구>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림 실력 부족으로…. 그리고 <소나티네>보다는 <자토이치>를 더 좋아하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이렇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쿵푸허슬>에서 주성치가 노점에서 산 책 ‘여래신장’입니다.
<소나티네>에서 가장 인상적인 클라이막스 장면입니다.
좀 잔인하네요… 혹시 이런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보시면 저라고 생각해 주세요. 영화에 대한 글을 계속 쓰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다시 쓴다면 좀더 솔직한 취향의 영화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 무더운 여름인 만큼 역시 공포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강하게 무더운 여름 나세요!
글 | 이창석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