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아름다운재단 간사이자 건강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1인 가구원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빼놓을 수 없지만, 생각처럼 참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의 일상 레시피를 공유하며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뼘 식탁이 차려지길 응원하면서요! 첫 번째 주제는, 저에게 가장 친근한 과일 ‘자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고향은 경상북도 김천. 자두와 포도가 유명한 고장입니다. 덕분에 어린 시절 여름은 늘 빨간 자두가 익어가는 향기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하굣길에 과수원을 들러 주렁주렁 맺힌 자두, 복숭아를 따먹고 친구들 가방에도 넣어주던 기억이 납니다. 시골은 과일 인심이 후하기에 귤, 바나나처럼 물 건너 오늘 과일 빼고 대부분의 과일을 과수원에서 따먹거나 이웃에게 얻어먹곤 했답니다. 객지 생활을 시작하면서 돈을 주고 제법 비싼 과일을 사먹으려니 처음에는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았어요. 그러나 자두는, 늘 택배로 보내주는 아버지 덕분에 지금까지 질리도록 먹을 수 있는 과일 중 하나입니다.
자두는 색이 선명하고 과육이 단단하면서 뽀얗게 분가루가 코팅되어있는 것이 상품성이 좋답니다. 한번은 부모님을 돕는다며 자두를 따다가 분가루가 손에 다 묻어버려 난감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장에서 파는 자두를 볼 때 분가루가 거의 날아가고, 유통 과정 중에 너무 익어서 맛이 떨어져 보이는 자두가 많은데요. (뭘 저런걸 돈 받고 파나 싶은 것도 있습니다.) 냉장고 안에서도 후숙이 진행되는 것을 고려해서 너무 말랑말랑하게 익은 자두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두의 종류
자두는 출하시기와 맛이 다른 여러 품종이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대략 대여섯 가지 종류의 자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주로 ‘대석’과 ‘후무사’가 많이 납니다.
- 대석 : 시장에 가장 먼저 나오는 자두인데, 6월 중순부터 말까지만 반짝 나옵니다. 알이 작고 달달하며 부드럽고 수분이 많은게 특징이에요. 되도록 빨리 먹는 게 좋습니다. 조금만 늦어지면 껍질 색깔이 빨갛고 과육이 흐물흐물해지면서 거의 맛이 나지 않는 ‘물자두’로 변하기 쉽거든요.
- 후무사(포모사) :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자두의 품종이에요. 7월부터 8월 초까지 나옵니다. 껍질은 노랑색과 빨간색이 섞여 있고 속은 노란색이지요. 대석에 비해 과육이 단단한 편입니다. 후숙이 많이 되면 맛이 없어지니 신선할 때 먹는 것이 좋습니다.
- 수박자두 : 왜 이름이 ‘수박’이냐고요? 겉은 연두색인데 속은 빨간(안 익었을 때는 노랑) 재미있는 자두에요. 완벽하게 익었을 때 색도 예쁘고 맛이 좋습니다. 출하 시기는 7월 말경으로 후무사 보다는 약간 늦는 정도. 재배하는 곳이 많지 않아서 시장에서 흔하게 보기는 힘들어요.
- 피자두 : 겉과 속이 모두 빨간 자두에요. 과육이 단단하고 색깔도 예뻐서 샐러드나 술을 담그기에 참 좋습니다. 피자두가 후숙이 잘 안되었을 경우(겉과 속이 완전히 빨갛지 않을 때) 먹으면 신맛이 강해 그냥 먹기 힘든 정도인데, 베이킹에 활용하면 오븐에 구운 이후에도 새콤한 맛이 살아있습니다.
- 홍자두 :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휴가를 떠나는 8월 초가 되면 겉과 속이 모두 검붉은 느낌의 피자두가 나옵니다. 잘 익었을 때 과육이 부들부들하고 엄청나게 달콤하고 맛있어요. 후숙이 잘 되어야 맛있는 자두 중 하나입니다.
- 추희자두 : 가을이 되면 출하되며 알이 크고 당도가 높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합니다. ‘늦자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자두를 한 박스 보내주시면 좁은 냉장고가 꽉 찹니다. 매일매일 손으로 쿡쿡 찔러보며 잘 익은 것부터 빼서 먹는데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라 물러버리기 쉽습니다. 자두를 따서 바로 배송하더라도 박스 안에서 지나치게 익어버리거나 눌려서 깨지는 경우도 많죠. 이럴 때는 지체 없이 자두잼 공장을 가동합니다. 자두는 맛있는 시기를 놓치면 그냥 먹기보다 자두잼이나 자두청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더 맛있고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자두잼 만들기
거의 모든 과일에 적용할 수 있는 잼 만들기 방법입니다. 자두와 설탕을 1:1로 하는 것이 시장의 룰(?)이지만 저는 과한 단맛이 싫어서 설탕을 30% 이하로 넣은 ‘로슈거 자두잼’을 주로 만듭니다. 설탕을 많이 넣으면 비교적 간단히 끝나는데 설탕을 적게 넣으면 가능한 수분을 끓여서 날려버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어요.
[재료] 자두, 설탕, 바닥이 두꺼운 냄비, 긴 나무주걱, 식초, 유리병, 쇠 젓가락, (긴 고무장갑)
※ 저는 평소에 주로 비정제 설탕인 마스코바도를 사용하지만, 특유의 맛과 짙은 색깔이 있기 때문에 자두잼에는 넣지 않습니다. 자두 고유의 색상과 맛을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서는 옅은 아이보리색의 유기농 설탕이나 백설탕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 끓는 과정 중에 뜨거운 국물이 온 사방으로 튀면서 화상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긴 장갑을 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두 국물이 튀면 나중에 닦아내기 힘이 드는데, 이번에 무쇠가마솥으로 잼을 만들어보니 국물이 거의 튀지 않아 깔끔하고 좋더라구요.
[만드는 과정]
1 – 자두를 잘 씻어서 껍질 채로 뭉텅뭉텅 잘라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담습니다. 덩어리가 크거나 껍질이 있어도 끓이면서 거의 다 녹아요.
2 – 부피가 거의 1/3에서 1/4 정도로 줄어들어 걸쭉한 자두죽이 될 때까지 계속 끓입니다. 설탕을 넣지 않고 먼저 끓여주는게 좋더라구요. 설탕을 넣고 끓이면 바닥에 탈까봐 신경이 쓰이니까요.
3 – 여기에 설탕을 넣고 되직한 느낌이 될 때까지 졸입니다. 뻑뻑한 느낌이 나고 찬 물에 잼을 한 방울 떨어트릴 때 알맹이가 퍼지지 않는 상태까지 졸여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물이 생기거나 상하지 않거든요. 잼은 과일 속에 들어있는 팩틴과 산, 당 성분이 만나 젤리화가 되며 응고되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단계에서 레몬즙(식초)을 한 두 스푼 추가하면 빨리 응고됩니다. 저는 보통 신 맛이 강한 피자두를 넣기 때문에 이 단계를 생략합니다. 시판 잼은 인공경화제나 젤라틴 등을 추가해서 잼을 응고시킵니다.
4 – 뜨거운 물에 끓여 소독한 유리병에 역시 끓는 물로 소독한 쇠 젓가락 하나를 비스듬히 넣어 놓고 뜨거운 상태의 잼을 옮겨 담습니다. 내용물이 너무 뜨거울 경우 유리병이 깨질 우려가 있는데 젓가락이 피뢰침 역할을 해줍니다.
5 – 젓가락으로 중간중간 눌러 기포를 빼줍니다. 뚜껑을 꼭 덮고 거꾸로 엎어 뜨거운 물에 몇 분간 끓이면 병이 진공상태로 됩니다. 자두잼에 기호에 따라 카라멜라이즈 한 양파(잘게 잘라 갈색이 돌도록 충분히 볶은 양파), 생강, 카레가루, 허브 등 향신료와 발사믹 식초 등을 함께 졸여서 처트니(과일이나 채소에 향신료를 넣어 만든 인도 스타일 소스)를 만들어 빵과 함께 먹어도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무른 과일이 많이 있을 때 버리지 말고 잼 만들기 한 번 시도해보세요. 🙂
이렇게 자두의 비중이 높은 잼은 단맛보다도 자두 자체의 상큼한 맛이 잘 살아있습니다. 물기 조절을 잘 했다면 시판 잼보다는 약간 뻑뻑하고 젤리 같은 느낌이 나는데 웬만해서는 맛이 변하지 않아요. 저희 집 냉장고에는 3년 된 자두잼이 아직 있답니다! 자두잼은 빵, 팬케이크, 요거트와 함께 먹기도 하고요. 돼지고기볶음, 닭갈비 등 고기 요리를 할 때 양념에 조금 넣으면 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좋아집니다. 서양 요리에는 칠면조, 오리 등 가금류 요리에 자두잼과 같이 새콤달콤한 잼을 활용한 소스를 많이 응용하곤 합니다.
자두살사 만들기
자두의 새콤달콤한 맛은 여름철 더위로 잃어버리기 쉬운 입맛을 살려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몸의 열을 식혀주는 효과가 있고 빈혈 예방, 피로 회복, 변비 탈출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성 분들에게 특히 좋다고 해요. 자두가 제철일 때 과일로만 먹기보다 다양하게 요리에 응용해 식탁에 올릴 수 있습니다. 샐러드를 만들 때 파란 야채와 함께 자두를 포인트로 넣어주면 상큼한 자두샐러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자두살사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재료(1인분)] 자두 5개, 양파(중) 1/3, 생허브(고수, 파슬리, 바질 등. 구하기 어렵다면 허브가루로 대체), 레몬즙(식초), 올리브유, 꿀, 소금, 후추
※ 매운 맛을 좋아하시면 할라피뇨나 청양고추를 넣어주세요.
[만드는 과정]
1- 자두를 깨끗이 씻어 잘라줍니다. 껍질을 벗겨내면 고유의 맛이 줄어들어서 저는 웬만하면 껍질을 벗기지 않고 다 먹는 편입니다.
2- 양파를 잘게 잘라 물에 담가 매운 기운을 빼줍니다. 양파의 매운 맛을 좋아하시면 생략해도 됩니다. 생허브도 작게 잘라줍니다.
3- 레몬즙 2 작은술, 올리브유 2 작은술, 꿀 1 작은술, 소금 약간, 후추 약간을 넣고 자두, 양파, 허브와 섞어줍니다.
4- 새콤한 맛이 강한 자두에는 레몬즙을 적게, 단맛이 강한 자두에는 꿀 양을 적게 넣어주세요. 간을 보면서 부족한 양념을 더 넣어줍니다.
멕시칸과 음식에 자주 활용되는 토마토 살사, 독특한 매력을 가진 망고 살사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완성된 자두살사는 물이 나오기 전에 얼른 드세요. 빵이나 나초와 함께 먹거나 브리또에 곁들여도 맛있습니다. 여름에 더워서 불 앞에 서기 싫을 때 만들기 쉬운 자두살사, 간단한 간식이나 안주로도 추천 드립니다 !!!!
*이 글은 ‘써볼거당 (글쓰기) 프로젝트’로 진행됩니다. 간사들의 일상 속 다양한 시선, 생활의 기술/정보를 기록하고 나누겠습니다 !
송송이
와, 1인 가구원이라시는데, 엄청난 요리를 해드시는군요. 비슷한 처지지만 전혀 다른(저는 주로 생生으로 먹어줍니다.
앞으로 더 재미난 글 기대하겠습니다~
임주현
오홍~ 생으로 드신다면, 요즘 유행이라는 로푸드(raw food)인가요? 한뼘식탁 꾸준히 써보겠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