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7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가고 있을까요? ‘별별랩’은 17~24세의 청소년,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자기의 욕구를 실제 삶의 모습으로 연결하도록 돕는 교육 과정입니다. 지난 3년간의 성과발표회를 앞두고 별별랩에 대한 내부 간담회가 진행되어 아름다운재단이 함께 하였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함께시작’에서는 대안적 진로인 ‘제3의 길’을 선택하고 만들어갈 청소년과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성장 시나리오 ‘청소년 성장 플랜 C 구축사업’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3년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과정 ‘별별랩’ 간담회Ⅰ
별별랩에서 대상이 아닌 주체로 배우다

‘청소년 성장플랜C 구축사업’ 프로젝트 1년차였던 2015년에는 참여 청소년이 배우고 알아보며 대외적으로 “우리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을 벌이려고 합니다”를 알리는 시기였다.  2년차에는 “배우고 알아보는 과정에 이런 사람들이 모이고 성장하면 마을에서 이런 일을 할 수도 있답니다”를 보여주었다. 참여자가 각 과정에서 배우고 기획한 내용을 토대로 축제기획(프리마켓과 함께한 어른이 소공원), 동네사진관(휴먼스 오브 광진, 움직이는 스튜디오), 마을문화기획단(우산프로젝트), 2015년 플랜C 필요 기능 익히기 사업의 시범 사업(청 판매, 목공제작품 납품) 등이 성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플랜C’라는 성장 과정이 실제로 어떤지 발견할 수 있었다.

3년차인 올해는 ‘별별 실험실’, ‘별별 연구실’, ‘별별 작업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가졌다. 확장된 협력공간(마을목공소, 청년공간 GPS)을 활용해 여러 형태의 사업적 시도를 좀 더 강화하고(별별작업장) 새로운 청소년들의 유입을 위한 열린배움터(별별 실험실, 별별연구실)의 안정적 운영과 지역 청년들과의 실질적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수평적이고 동시적으로 구조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기웃거리며 좀 더 촘촘히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모색하고 시도했다.

이러한 플랜C의 3년을 객관적인 거리에서 평가하는 연구보고서 작업 과정으로 2017년 9월 14일 아름다운학교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 아름다운재단의 이선아 간사가 사회를 보고 플랜C 프로젝트의 주체인 청소년 김수정, 박주원, 그들과 호흡을 맞춰 함께 고민하는 염병훈 교사, 이 과정을 연구하는 협성대학교 김성기 교수,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 방송통신대 주경필 교수가 주 토론자로 참석했다. 별별랩 청소년과 교사들도 참관자로 함께했다.

별별랩을 기획하고 참여하고 조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별별랩을 기획하고 참여하고 조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별별랩

염병훈 교사 : 플랜A는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플랜B는 대학을 가지 않고 직업훈련을 받거나 취업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서 플랜C라고 이름 붙였다. 그 외의 무엇, 조금 다른 대안적인 삶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뭘 배우고 무엇을 해야 할까. 플랜C라는 경로를 만들어보려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청소년기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생태계 만들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게 녹록치 않았다. 고등 과정처럼 했다가 라이브 플랫폼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작년 말부터 모듈 중심의 교육과정, 자기주도적 교육 과정을 모아 ‘별별랩’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게 됐다.

김수정 청소년 : 내가 내 삶을 내 힘으로 이끌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서 주어지는 것들을 따라가며 살았는데 그게 싫었다. 마침 별별랩은 주체인 내가 내 삶을 이끌어나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선택했다. 처음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라 많이 당황했다. 하고 싶은 수업을 하려면 어떤 선생님을 초빙하고, 선생님을 초빙하려면 어떤 말이 필요한지 등 처음이라 어렵고 힘들었다. 지나보니 공부였다. 어차피 성인이 되어 배울 것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일찍 배운 느낌이었다. 요즘엔 하고 싶은 게 많아 걱정이다. 너무 바쁜데 진짜 즐겁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냥 해보려고 한다.

하고 싶은게 많다는 별별랩 김수정

요즘엔 하고 싶은 게 많아 걱정이다 (별별랩 김수정)

박주원 청소년 : 초중학교 모두 대안학교 다니다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가 정해진 그 일상이 지루하고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을 마치고 대안으로 찾은 게 별별랩이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다른 목표는 없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다. 처음엔 아름다운학교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다른 대안학교 커뮤니티에 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몇 대안학교를 경험했는데 내게 맞지 않아 지금은 별별랩만 다닌다. 이 상태가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정제영 교수 : 내 연구 관심은 학교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이다. 플랜C를 지켜보며 여러 부분을 배우고 있다. 내 고민은 핵심적인 질문은 아동/청소년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내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그것을 누가 결정하면 좋을까, 이다. 아동/청소년이 결정할 수 있을까,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구분하는 게 가능할까. 본인 만족도는 높아지겠지만 원하는 것만 할 때 불안감을 느낄 텐데 이건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맞춰가는 기회를 가진 참여 청소년이 행복하겠다고 생각한다.

별별랩에 궁금

내 연구 관심은 학교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이다 (정제영 교수)

주경필 교수 : 나는 연구 관심은 사람이다. 서류로 봤을 때 플랜C가 지향하는 공동체 지향, 생태지향, 자율성에 맡기는 여러 요소들이 다른 대안교육 대안학교, 서구사회에서 봐왔던 것이라 새롭다는 느낌은 없었다. 참여 청소년에게 이 프로세스가 어떻게 다가가서 통합되는가가 궁금했다. 철저한 객체였던 기존의 청소년과 달리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이 교육을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교육의 목적 설정, 과정, 수정, 변화까지도 함께 하는 게 새로웠다. 한편으로 이 과정을 마치고 현장/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통합될까 굉장히 궁금하다.

김성기 교수 : 연구하면서 보고서 부제를 ‘새로 쓰는 교육실험’이라고 할까 생각 중이다. 자유학기제,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까지 정말 많은 교육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에 의한 제도실험이다. 제도를 뜯어고쳐서 각 시기별 형태별 교육 과정을 재편성하고 과목별 이수단위까지 결정해서 강요하는 방식이다. 플랜C는 참여 청소년과 선생님, 때론 강사까지 ‘함께’한다. ‘함께’라는 단어가 의미심장하다. 정규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교육 실험이다.

다르니까 갈등하고 비로소 소통한다

염병훈 교사 : 플랜C가 제도화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중요하게 보는 건 과목을 선정하고 꼭 배워야 하는 것,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필요’를 누가 선택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외부에 별별랩 교육 과정을 이야기하면 그래도 이건 배워야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그렇다. 별별랩은 그 부분을 실험한다. 중요한 건 자유롭게 결정하는 건 좋지만 전체에서 떨어져 나와 남들 하는 걸 안 할 때 생기는 참여자의 불안을 스스로 얼마만큼 다루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가이다. 사실 나는 공교육의 폐허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플랜C 핵심 기저엔 미래 사회에 대한 예측이 있다. 미래 교육은 어떻게 바뀌고 미래 직업은 어떻게 바뀌고 미래 관계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본다. 물론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는가 불안하긴 하다. 사회의 변화가 워낙 단축돼 있어서 더 어렵다. 스스로는 내 과거의 관습 때문에 느끼는 불안이나 안 맞는 부분이 존재한다. 별별랩을 보며 이런 게 가능하구나, 느낄 때마다 좀 더 유연해지려고 노력한다. 플랜C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다.

박주원 청소년 : 참여하면서 어려웠던 건 일정 조율이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다. 수업 기획도 처음 인데 중요하게 체크할 부분을 놓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 일례로 12차시 수업을 기획했는데 중간에 방학이 있었고 수업을 10차시까지 진행했다. 나머지 2차시를 방학 때 나와서 할지, 그 후에 할지 조정해야 돼서 난감했다. 갈등은 언제나 존재한다. 중요한 건 자연스럽게 대화로 풀어가는 과정이다. 의도가 맞지 않을 땐 누군가 한 명은 양보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걸 같이 조율하고 대화해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상황이 필요하다.

참여자간의 갈등조정도 과정이다 (별별랩 박주원)

참여자간의 갈등조정도 과정이다 (별별랩 박주원)

김수정 청소년 : 가장 힘들었던 건 선생님과의 조율이었다. 자아수업을 기획했는데 내가 원했던 방향과 선생님의 스타일이 달라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원하는 방향보다 더 멀어졌다. 내가 어떻게 설명해야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다른 선생님과도 많이 이야기했는데, 그때 선생님 수업 자체를 고치려하기보다 그게 선생님의 스타일인 것 같아서 내가 빠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물건처럼 마음에 안 맞는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닌 교육이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내가 같이 해나가는 과정이니까.

김성기 교수 : 정규 학교 학생은 목표가 명확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펴낸 교육강론, 심지어 단원별로 학습 목표까지 나와 있다. 이미 정해져 있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선생님도 학생도 배제된 강요된 목표다. 별별랩은 이 목표가 계속 생성되고 있다. 11명의 참여 청소년의 생각, 필요, 요구, 흥미, 성향, 관심을 다룰 수 있다. 하나의 열매만 따먹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낙오되는 강요된 목표가 주어진 상황이 익숙한 환경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변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불안이다. 걱정하지 않는다.

변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 (김성기 교수)

변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 (김성기 교수)

주경필 교수 : 선생님들의 명시적이지 않은, 지혜로운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한 잠재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지만 11명의 아이들, 그리고 앞으로 올 아이들의 역동이 다를 수 있으니까. 그럴 때 이쪽으로 움직이라고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물꼬를 만드는 작업이 대안학교 길잡이의 역할일 수도 있겠다.

정제영 교수 : 11명이 모두 같은 시기에 별별랩에 들어오진 않았을 텐데 익숙한 친구와 새로 들어온 친구들이 선생님이 개입하지 않아도 서로 가르치려고 하는 현상은 없는지 궁금하다. 집단의 규준, ‘우리’끼리 나누는 문화가 동의된 공간에 들어오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박주원 청소년 : 가르친다는 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잘 전달하는 것인지, 문제 있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인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딱히 구분은 없었는데, 중간에 새로 온 친구에게 학교의 기본적인 규칙은 잘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수정 청소년 : 그건 교육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학교에선 선배와 후배를 나눈다. 나이가 한 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존대를 하고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이번에 일어난 여중생 폭행 사건도 선배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단 이유로 후배를 그렇게 폭행한 거다. 그 문화는 주입된 거지 가르치려는 인간의 본성은 아니다.

주경필 교수 : 익숙한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가르치려는 마음을 부정적으로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에겐 나름의 룰이 만들어지고 서로가 소통하는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쌓아온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걸 새로운 사람에게 전달하려는 마음이나 활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에겐 나름의 룰이 만들어진다 (주성필 교수)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에겐 나름의 룰이 만들어진다 (주경필 교수)

박주원 청소년 :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문화가 바뀌는 것 같다. 고정돼 있고 누구나 따라야 하는 문화가 아니다.

김수정 청소년 :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인문학 수업을 들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인문학 수업을 들을 때 제 목표는 내 논리로 얘를 이기자는 거였다. 아무리 내가 이기려고 해도 답이 없었다. 처음엔 답답했는데 나중엔 포기했다. 어차피 각자 생각이 다르고 답이 없다. 그 사람의 얘기도 들어주고 내 얘기도 해볼 뿐이다. 별별랩도 그렇다. 답이 없는 것 같다. 어떤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더 새롭고 조금 두렵더라도 나중에 생각하면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될 것 같다.

염병훈 교사 : 아직은 전체가 모여 무얼 하는 과정보다 각각의 모듈이 움직이는 게 더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아직 3-4년 호흡을 맞춘 구성원이라서 서로 익숙하다. 내년에 새로운 참여 청소년이 들어오면 아직 실험하지 못한 부분이 생길 것이다. 기존에 참여한 청소년의 유연성이 굉장히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믿고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지 기대하고 있다.

불안과 마주하기를 선택하다

간담회를 마친 별별랩 청소년은 자신들을 향한 질문이 전혀 새롭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이야기했다. 별별랩을 시작한 이후 외부로부터 늘 질문 받던, 관계/갈등 문제, 별별랩 선택 과정, 별별랩 활동의 장점과 불안한 부분밖에 궁금하지 않다는 게 식상했다. 어른들이 우리에게 궁금한 건 결국 이것뿐인가 갸웃했다. 교육 실험의 파트너가 아닌 대상화에 그치는 느낌에 씁쓸했을 지도 모른다. 참여 청소년이 원하는 건 그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생각을 자유로이 묻고 답하는 거다. 불안에 휩싸여 폄하하거나 대단한 도전이라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견고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의 시스템과 별별랩 개개인으로 어떻게 마주할 수 있는지 깊게 나누고 싶다.

>>> 아름다운 청년과정 ‘별별랩’ 간담회 Ⅱ 바로가기

글 우승연 |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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