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아름다운재단 간사이자 건강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1인 가구원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빼놓을 수 없지만, 생각처럼 참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의 일상 레시피를 공유하며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뼘 식탁이 차려지길 응원하면서요! 두 번째 주제는 ‘감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감자에 대한 저의 감정은 늘 중립적입니다. 딱히 너무 좋거나 싫지도 않은. 된장국에 넣는 나박나박 썬 감자, 카레에 들어간 포실포실 감자, 밥반찬으로 좋은 볶은 채를 썬 감자. 감자는 요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이지만, 맛이나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흰 쌀밥 같은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식재료보다 흔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 아버지는 초여름이 되면 으레 농사지으신 감자를 우리 남매의 각 가정에 배분하십니다. 네 식구인 언니네는 두 박스, 저에게는 20kg 한 박스가 배달됩니다. 가정이 있는 다른 가족에겐 만만한 양이지만, 저 혼자 먹기엔 한 박스도 버겁습니다. 조금만 보내라고 사정을 해봐도. 아버지는 최소 한 박스라는 배분 원칙을 밝히며 양을 줄이기를 거부하셨습니다.
이제까지의 저의 감자 처리 방법은 이러했습니다. 주변에 나눠준다. → 남은 것은 냉장고 야채통에 넣는다. → 된장국이나 카레를 만들 때 하나씩 넣는다. → 싹이 나고 쪼그라든다. → 썩은 것은 골라 버린다. 이러다보면 이듬해 햇감자를 받을 즈음에 야채통에는 화석처럼 굳어진 감자형체의 덩어리가 서너 개 남아 있곤 했습니다.(썩어서 버린 감자가 더 많다는 건 안비밀…) 이리하여 감자를 받을 때면 항상 묘한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죠.
감자를 받아 놓고 늘 하던 대로 냉장고에 넣으려고 하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되는 채소’라는 글에서 감자에 대한 내용이 있어 읽어봤습니다. 감자를 냉장고에 보관하면 녹말 성분이 당성분으로 더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당성분은 높은 온도로 감자를 요리할 때 생기는 환경호르몬인 ‘아크릴아마이드’를 생성하는데, ‘아크릴아마이드’는 신경계를 교란하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2A발암물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패스트푸드의 감자튀김, 시판 과자 감자칩의 발암물질 논란도 이 ‘아크릴아마이드’ 때문입니다. (몸에 좋으라고 챙겨먹는 것인데 보관 방법에 따라 환경호르몬을 더 많이 생성한다니, 뭔가 배신감이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로 감자는 냉장고 야채통에서 퇴출되어 식탁 밑에 위치한 고향꾸러미 박스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크릴아마이드 성분은 60의 따뜻한 물에 45분정도 담가 놓거나, 물과 식초 혼합물 (물:식초=1:1)에 15분 담가 놓으면 어느 정도 없어진다고 합니다. 너무 높은 온도로 요리하지 않기, 굽거나 튀기기보다 쪄먹기, 후추는 조리 후에 뿌리기 등도 아크릴아마이드 성분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감자는 싹이 나거나 파랗게 되면 식중독을 유발하는 독소인 ‘솔라닌’이 합성되기 때문에 종이박스에 담아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때 감자 박스에 사과를 함께 보관하면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가 감자의 발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10kg 박스에 사과 한 알이면 충분). 감자 싹은 얼마나 무섭게 올라오는지(이 몹쓸 생명력;;;), 저는 심심할 때마다 감자 박스를 열어 싹을 손으로 잘라내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감자를 받으면 뭔가 큰 숙제가 주어진 느낌이 듭니다. 항상 주변에 나눠주곤 했는데, 올해는 아버지가 주신 감자 한 박스를 다 먹어봐야지 하는 혼자만의 목표를 세우고 초여름부터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10월 말 현재 감자는 1/3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예년의 소비량을 생각할 때 이 정도는 매우 선방한 것 같습니다.
감자를 가장 손쉽게 빨리 소비하는 방법은 밥을 지을 때 감자를 한두 알씩 넣는 것입니다. (따로 찌기도 귀찮아서) 감자 껍질을 버리면 감자에 함유된 철분의 90%, 섬유질의 절반을 잃게 된다고 해서 감자 껍질은 벗기지 않고 솔로 깨끗이 씻어서 그대로 넣어줍니다. 감자전, 조림, 볶음과 같은 반찬을 할 때도 웬만하면 감자껍질을 살려서 하는데, 부득이하게 감자 껍질을 벗겨야 하는 경우에는 껍질만 따로 모아서 감자껍질 튀김을 만들어 먹곤 합니다. 처음에는 좀 거칠지만 익숙해지면 나름 껍질이 더 맛나다는 사실!
비시소와즈(냉감자스프)
오래된 일드(일본드라마) ‘런치의여왕’에는 주인공 나츠미가 감자를 30개를 주문해야 하는 것을 30박스로 잘못 주문해서 감자풍년을 맞자 식당의 주방장인 유지로가 메뉴에 없던 냉감자스프(비시소와즈)를 만들어 히트를 친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혼자 감자 한 박스를 파먹는 것이 감자풍년이 난 이 일드의 주인공과 왠지 동질감이 들어 한 번 만들어보았습니다.
재료(2인분) : 굵은감자 4개, 양파 반개, 파 한 대, 우유 두 컵, 생크림 반 컵(우유로 대체 가능), 닭육수 세 컵(혹은 치킨스톡과 물 세 컵), 버터(혹은 식물성 기름), 소금, 후추, 파마산치즈가루(선택)
[만드는 과정]
1 – 달군 팬에 버터(혹은 식물성 기름)와 파를 넣어 파기름을 내다가 채썬 양파를 넣어 볶아줍니다.
2 – 깍두썰기한 감자를 넣어 살짝 볶다가 닭육수 혹은 치킨스톡과 물을 넣고 익혀줍니다.
3 – 감자가 푹 익으면 우유와 생크림을 추가해 믹서기에 갈아줍니다.
4 – 약한 불에 올려 농도를 조절해가며 취향에 따라 소금, 후추, 파마산 치즈가루를 추가합니다.(귀찮으면 불에 올리는 건 패스)
5 – 냉장고에 식혔다가 채를 썬 실파를 올려 먹습니다. 따뜻한 스프를 좋아하시면 따뜻하게 데워 먹어도 좋습니다.
차가운 스프는 익숙하지 않은데 여름에 만들어 냉장고에 두었다 빵과 함께 먹으니 시원하고 고소한, 찰진 질감의 맛이 좋았습니다. 저는 닭육수를 너무 진하게 만들어 넣었더니 감자(치킨) 스프같은 느낌이 났는데, 채소와 버섯으로 낸 육수에 우유 대신 두유를 넣어 만든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깔끔하고 맛났습니다!
감자밥버거
여러분은 식은밥이 있을 때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제가 이용하는 생협 소식지에 ‘감자밥버거’ 레시피가 나와서 오 이거다! 하는 마음에 적어놓았다가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자를 강판이나 믹서기로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찐감자로 쉐킷쉐킷 만드는 것이라 편하더라고요.
재료(6개 분량) : 감자 4개, 찬밥 1/3 공기, 양파 1/4, 당근 1/4, 햄 약간, 달걀 1/2개, 후추, 소금, 전분 조금, 기름 조금, 허브(선택)
[만드는 과정]
1 – 감자는 반으로 잘라 찜기에 찐 후 뜨거울 때 으깹니다.
2 – 양파와 당근, 햄은 다져서 기름을 조금 두른 팬에 살짝 볶아줍니다(귀찮으면 생략).
3 – 볼에 으깬 감자와 볶은 채소, 햄, 밥, 달걀물과 후추를 넣고 잘 섞은 뒤 소금으로 간합니다. 파슬리가루 등 허브를 넣어주어도 좋습니다.
4 – 반죽을 원하는 모양으로 도톰하게 만들어 앞뒤로 전분을 살짝 입힌 뒤 기름을 두른 팬에 넣고 골고루 잘 지져냅니다.
5 – 감자밥버거를 접시에 담고 채소와 돈가스소스로 장식합니다.
고소한 감자에 다양한 채소가 더해져 영양까지 만점인 밥버거! 혼밥메뉴로도 손님 접대 메뉴로도 훌륭합니다. 저는 방아잎을 넣어서 패티를 만들었는데 방아잎의 고급스러운 향기가 맛을 한층 돋보이게 해주었습니다. 집에 돈가스 소스가 없을 땐 수제 소스(양조간장 1T, 발사믹식초 1T, 청주(혹은 맛술) 1T, 유기농설탕 1t, 다진마늘 1t를 섞어 타지 않게 저어가며 졸인다)를 곁들이면 훨씬 맛있습니다.
웨지감자
맥주의 절친 웨지감자. 만들기도 쉬워서 즐겨 찾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탄소발자국 남겨가며 미국산 냉동 웨지감자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 조금 귀찮아도 아크릴아마이드 성분이 빠져나가도록 전처리를 하고 조리 하면 더 건강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재료 : 감자 2개, 버터(혹은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허브가루
[만드는 과정]
1 – 감자를 껍질 채 깨끗이 씻어 반달 모양으로 잘라줍니다.
2 – 물에 담가 전분을 빼고 끓는 물에 익혀줍니다. 너무 익히면 구울 때 감자가 뭉개지니 살짝만 익힙니다.
3 –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3면이 골고루 익게 튀기거나 구워줍니다. (오븐이 있는 분들은 190도로 예열한 오븐에 10분 굽고 뒤집어서 10분정도 더 구워줍니다.)
4 – 허브가루, 소금, 후추를 뿌려 케첩과 함께 먹습니다.
프라이팬에서 조리할 때는 허브가루가 숯검뎅이 되기 쉬워 구운 후 뿌리는 게 좋더라고요. 저는 파슬리가루, 로즈마리, 훈제 파프리카 가루를 뿌려서 먹었습니다. 감자칩도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어요.
이외에도 감자샐러드, 찐감자샐러드, 생감자 샐러드 등 감자를 이용한 다양한 샐러드도 시도해보았습니다. 이만하면 감자는 천의 얼굴을 가진 작물이라 해도 될 것 같아요. 여러분들은 감자를 어떻게 요리해 드시나요? 여름에 박스로 사놓은 감자가 아직 남아있다면 싹이 나고 쭈글쭈글해지기 전에 감자요리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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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사랑
아 감자 너무 좋아. 유용한 포스팅 고맙습니다 ㅋㅋ
임주현
감자사랑님,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팅도 열심히 준비해볼께용 ㅋㅋ
감자 조하
감자 요리는 감자채볶음뿐인데…..참으로 다양한 감자요리 레시피네요. 환경까지 생각하는 알뜰한 간사님의 생각도 읽힙니다.^^
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ㅣ임주현 간사
‘감자 한 박스’ 숙제(?)가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