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다 [형용사]
-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 세력이 당당하다
왠지 모르게 이들을 만나는 동안 내내 ‘푸르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역시, 그냥 청(靑)소년이 아니구나!’
기부자소통팀은 해마다 이시기가 되면 ‘연락이 올 때가 되었는데~?’ 하고 기다리게 되는 특별한 기부자들이 있다. 올해로 벌써 5년째, 수능 전날이면 수능시험을 치르는 고3 선배들을 응원한 후, 모처럼 일찍 마치는 그 귀한 시간에 영동일고 광고마케팅 동아리의 1~2학년 학생들은 아름다운재단을 찾는다. 한 여름마다 학교 축제에서 직접 만들고 판매했던 물건의 수익금을 재단에 기부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15일, 맑고 밝은 기운, 당당한 눈빛과 태도가 인상적인 그들과의 반가운 만남이 성사되었다. 추운 날씨에 열 명이 넘는 학생들이 사뭇 들뜬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서 문 앞에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슬쩍 웃음이 났다. 어느새 동아리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아름다운재단 방문 기부! 올해 이곳을 찾아온 친구들에겐 어떤 의미일까?
이정혁 :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 방문인데 이번에 축제 때도 준비하면서 기부한다는 생각에 설렜고, 보람찬 일을 한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재단에 와서 기부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고 저한텐 좋았던 기억들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이정훈 : 저는 올해 2학년으로 중간에 동아리에 지원하게 됐는데, 축제를 준비하면서 부원들이랑 함께 남아서 만들고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사실 처음에 기부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형식적으로 돈만 전달하고 그냥 오는 줄 알았는데, 프레젠테이션도 듣고 하니 좋은 것 같아요
정재우 :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기부할 수 있어서 뿌듯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나중에 졸업하고 여기 찾아와서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간사 일동 : 지금 약속했어요~!!^^)
김도윤 : 1학년인데.. 이제 오늘 이거하고 진짜 마지막이에요?..(갑자기 아쉬움 가득..ㅜ) 선배들이랑 같이 활동하고 기부하고 해서 즐거웠고, 내년에도 열심히 한번 해 볼게요.
이상윤 : 기부해보는 게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재단에서 하는 활동이 되게 많아서 놀랐어요. 좋은 곳에 써주셨으면 합니다.
고하윤 : 이번에 재밌었고, 내년에도 으뜸빛(회장), 버금빛(차장)을 도와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현지 : 올해 으뜸빛을 맡게 되면서 사실, 작년에 선배들이 하는 걸 보고 더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앞서서 때론 조금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막상 끝나고 나니 더 뿌듯하기도 한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이었어요. 이 활동이 저랑 여기 있는 후배들이 졸업하고도 앞으로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하은 : 아름다운재단이 아름다운가게인 줄 알고 처음엔 ‘왜 여기까지 오지?’ 했는데 건물도 멋있고 먹을 것도 있고^^, 멋있었어요. 선배들에게 배우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안지원 : 준비하면서부터 선배,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고, 기부한다는 것도 새롭고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서 내년에도 잘 하고 싶습니다.
이혜주 : 축제 때 팔 석고방향제 만드는 걸 부원들에게 알려주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기부하면서도 뿌듯하고 좋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
양서현 : 이번에 큰돈을 처음 기부하는데 다 같이 활동해서 번 돈이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즐거운 추억 만든 것 같아서 좋았어요.
올해에는 두 가지 종류의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는 청소년들. 그중에서도 특히나 고급 기술?! 이 필요했을 것 같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의 석고방향제가 가장 눈에 띄었다. 서로 알려주고 배우며, 만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했지만 그 결과물을 보니 ‘나도 사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상품은 훌륭했다. 내년엔 축제 때 꼭 초대해달라는 부탁까지…(웃음)
서로 티격태격 스스럼없이 장난치다가도 또 어느새 나눠준 재단의 사업소개 자료를 보면서 진지하게 기부할 영역을 고민하고 의견을 모으는 모습이 내심 기특하면서도 멋있었다. 결코 그저 어린 학생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듯 신중하고도 당찬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뭉클해졌다.
매년 같은 곳에 기부하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쓰이길 원하는 곳을 의논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올해도 역시 그랬다. 서로 관심 있는 영역을 저마다 자유롭게 쏟아낸 뒤, 그중 모아진 세 가지 영역에 기부하고 싶은 이유를 논의하며 최종적으로 ‘안전영역’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방문 당일, 포항에서 있었던 지진의 여파로 서울까지 여진이 있었던 터라 “안전이 진짜 중요해!”하며 마음이 모인 덕분이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동안 푸르른 기운을 가득 받은 후 퇴근길, 친구에게 연락해 오늘의 만남을 자랑하며, 청소년들을 보면서 이제는 십여 년이 지나버린 우리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라 그리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전해주는 순수하고 싱그러운 에너지가 역시 다르더라고!’
생각해보면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보내던 학창시절, 서툴러도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게 참 재미있었고, 때로는 처음해보는 일 앞에서 우왕좌왕 할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이나 또 별일 아닌 일에 박장대소, 깔깔깔 멈추지 않던 웃음들이 많았다. 이들의 방문 덕에 그런 추억들이 불시에 되살아나 추운 날씨에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다. 오늘 아름다운재단을 찾은 반짝반짝 빛나는 11명의 학생과 그리고 이번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마음으로 동행했을 나머지 6명까지! 이들의 내일이, 미래가 기대된다. (마치 엄마의 마음처럼 ^^)
고맙고도 부러운, 무엇보다 멋진!!!! 영동일고 광고마케팅 동아리 CAM! 오늘 만나서 너무너무 반가웠어요! 내년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