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곳곳에 행복한 어르신들이 많은 사회를 위해 – 경기도보조기구북부센터 박소예 연구원 인터뷰
경기도보조기구북부센터 박소예 연구원은 여러 계층에 보조기구를 지원해온 전문가이지만,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을 총괄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터라 어르신과의 소통이 낯설지 않지만 사업의 특성상 챙겨야 할 점이 참으로 많다.
“지원 신청서가 세부적이라서 어르신들이 (작성을) 좀 어려워 하세요. 댁에 방문한다고 몇 번씩 전화 드려도 당일에 가보면 ‘그게 오늘이었나?’ 하시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더 크게 말씀드리면 되고, 한번 더 말씀드리면 되죠.”
이렇게 세세하게 신청서를 쓰고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한 결과는 꼼꼼한 평가기록지로 남는다. 이 기록에는 건강 및 인지 상태, 신체기능, 경제상황, 거주상황, 주거환경, 기구 지원 시 기대효과까지 세세한 자료가 담겨있다. 어르신들이 삶의 마지막 문턱에서 넘어지지 않고 일상을 지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도 함께 담겨있다.
눈높이를 맞추어 살펴보다
이렇게 과정마다 참으로 품이 많이 드는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사업이지만 보람도 그만큼 크다. 삶의 변화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애 보조기구는 지원하는 장애 유형별이나 기구가 정해져 있어서 거기에 맞춰 대상을 정하면 되는데,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는 달라요. 각각 어르신들의 사용환경에 맞춰서 기구를 지원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업보다는 조금 더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쳐요.”
그러면서 박소예 연구원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한 어르신을 꼽았다. 뇌출혈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외출을 자주 하셨던 활달한 어르신이지만, 거동이 불편해진 뒤 남의 도움을 받기 싫어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이 심해져 약도 복용해야 했다. 그러나 낙상예방 보조기구를 지원받은 뒤 바깥 출입을 하게 됐고, 이제는 복지관 등에서 합창단 일까지 하고 계시단다. 낙상예방 보조기구가 어르신의 삶을 되찾아준 셈이다.
이 사례는 낙상이 어르신들 삶에 끼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노인 낙상은 관절과 뼈의 손상을 줄 뿐만 아니라 사고 이후 누워지내는 과정에서 각종 심각한 질병과 합병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또한 사고를 겪지 않더라도 낙상 위험 때문에 자유로운 바깥활동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이 줄어들면 근력이 약해져 낙상 위험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같이 낙상은 어르신들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낙상 예방이 가져오는 삶의 변화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낙상예방 보조기구인데 사회의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노인 낙상 문제는 겨울철에만 반짝 이슈가 되고 그나마 예방∙치료법에만 집중되어 있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르신과 우리 모두의 행복한 노년을 위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어르신들이 남은 삶을 더 활기차게 보내실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이 좀더 모아졌으면 좋겠어요. 정말 효과가 큰 사업이니까요. 그리고 우리 어르신들이 실버카를 몰고 다니시면 좀 이상하게 보는 경우도 좀 있어요. 그런 시선 때문에 실버카를 잘 못 쓰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이런 부분에서도 인식의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박소예 연구원은 자신의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삶을 지키면서 계속 분주할 것이다. 지금도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은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사업이지만, 어르신들을 더 행복하게 할 발전방안은 없을지 박 연구원은 고민이 많다.
다행히 올해는보조기구 신청부터 전달까지의 기간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꼼꼼한 맞춤형 지원을 위해서는 서류 신청, 현장평가, 외부 심사를 거쳐 어르신을 선정하고 다시 업체를 입찰해 기구를 구입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은 4~5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어르신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하지만, 그렇다고 필요한 절차를 없앨 수는 없었다. 고심 끝에 올해부터 현장 평가와 업체 입찰을 병행하기로 했다. 덕분에 업무는 한층 더 바빠졌고, 마침 유독 뜨거운 한여름에 힘들게 기구를 전달해야 했다. 집집마다 기구를 설치하고 사용법도 가르쳐드리다 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도 없었다.
박 연구원은 여기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또다른 변화를 꿈꾼다. 그는 “어르신들 근처의 보건복지 관련 기관 담당자들에게도 낙상예방 관련 교육을 시키면, 좀더 밀접하고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회적 지원이 확대되고 민간의 사업이 발전해 어르신들의 삶을 꼼꼼히 챙긴다면, 어르신들이 삶에서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혹은 넘어지더라도 건강하게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신체조건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 동네 곳곳에서 즐거운 어르신들을 마주치는 사회에서라면, 우리 모두 좀 더 행복하게 노년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글 박효원ㅣ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