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10주년 연구보고서
–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남세현 교수 인터뷰

2017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남세현 교수


기존의 배분사업 틀을 벗다

2000년 8월, 아름다운재단의 출현은 그 자체로 진보였다. 이치로 보아 그렇게 돼야 옳은 ‘당연’이거나, 마땅히 해야 하는 ‘당위’가 아닌 기부와 지원은 신선했다. ‘좋은 일’이라는 수식어를 멀리하고 공동체를 위한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서였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들이는 용기에 남세현 교수마저도 설렜다.

“보조공학 관련한 일을 할 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배분사업을 재단에 제안했는데 선뜻 받아줬어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둘 다 떳떳하고 당당한 그림을 그려보자는 게 우리의 출발점이었죠. 굉장히 좋고 너그러운 사람이 불쌍한 사람에게 시혜하는 구도의 배분을 깨뜨리는 게 목표였어요. 장애인은 뭔가 부족해서 누리지 못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사회가 뒷받침하지 않아서 못 누린다, 그들의 권리를 함께 찾는 사람이 기부자다, 라는 시선이 중요했어요.”

2017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걷어서 뿌려주는 기존의 보급 형태를 바꾸고, 얼마를 몇 명에게 썼다는 숫자보다 그걸 받아서 삶이 바뀌는 사람이 몇 명쯤 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사업 아이템이던 보조기구가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당당해졌는가에 골몰했다. 누구에게 필요한지 꼼꼼하게 살펴서 질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포부였다. 행정 비용이 많이 들어갈 테고 일괄 배분의 개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제안했다. 드디어 2006년,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의 수행이 시작됐다.

사회와 정책을 바꾼 10년의 장애인 맞춤 복지

사업을 진행하는 11년 간 남 교수는 심사위원과 연구자로 여러 순간을 함께했다. 『10주년 연구보고서』 연구 제안을 받았을 땐 고민도 많았다. 사업 전반을 아는 내부자라서 더 섬세하게 평가하겠지만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사업의 장점과 한계가 잘 드러나야 이후 사업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고, 새로운 비전을 꿈꾸는 게 가능했다.  그렇기에 10년간의 사업을 가장 적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였고, 또한 평가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였다.

“잘했다는 결론은 예측 가능했어요. 효과를 눈으로 확인했으니까요. 목표했던 100%는 아니라도 상당 부분은 달성됐고요. 중요한 건 그걸 자료화해서 확산하는 거였죠.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프레임이 필요했어요. 또한 사업 준비부터 평가까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모델이 되어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다른 주체들도 응용할 수 있길 바랐어요.”

장애보조기구 인터뷰 (4)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몇 명, 몇 개, 몇 년을 수량으로 나타내기는 쉬웠다. 하지만 ‘가치’와 같은 질적 성과는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더욱이 선례를 찾기 어려운 분야였다. 객관적으로 쓸 만한 연구방법을 찾기 위해 국내외 논문을 살폈다. 적확한 방법론은 없었다.

“후속 검증이긴 하지만 ‘이 사업이 어떤 배경에서 수행되었나’, ‘진짜 필요한 사업이었나’를 검증하는 게 첫 번째였어요. 그 다음에 ‘이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하는 게 맞는지’가 중요했죠. 그래서 두번 째는 수행한 사람들의 자격, 전문성, 조직의 미션과 일치하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었어요. 세 번째는 역사 정리였고, 네 번째가 앞서 이야기한 성과 분석이었습니다.”

장애보조기구 인터뷰 (12)

사업의 초기 목적인 ‘보조기구를 받은 청소년의 삶과 그 가족의 삶이 좋아지는 것’을 계측한 자료, 이와 관련한 질적 성과 인터뷰를 통해 보조기구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드러내고 싶었다. 연구 참여자와 유관 기관의 질적 인터뷰는 사업이 사회 변화와 정책적인 성과에 이어 정부의 변화까지 어떻게 선도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가족과 이해 관계자를 포함해서 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다양한 주체, 심지어 납품했던 업체까지 인터뷰했어요. 이 지원사업이 개인 뿐 아니라, 파생되는 효과로 사회 변화를 추동했다는 게 긍정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납품 업체가 소비자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었고, 다른 전문기관이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을 시작하고, 정부가 공적 급여를 시작하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선순환 구조의 파트너와 함께 할 날갯짓

이 사업의 가장 큰 동력은 파트너십이었다. 기부와 배분의 전문가인 아름다운재단과 보조기구 전문가인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가 이뤄낸 선순환 구조의 힘. 인프라가 약한 보조기구 분야에서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수퍼바이저로 협업하며 파트너를 확대하는 작업 또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많은 리스크가 부담스러워 모험하지 않았다면 절대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장애보조기구 인터뷰 (1)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보조공학의 보급·확산을 지향하고 재단은 새로운 기부 문화의 확산, 리딩(leading)이 중요하니 이 사업은 잘 수행된 게 맞아요, 지난 10년 동안은. 그 결과 이제 다른 기관과 정부마저 이 지원을 시작했으니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비전이 필요할 때인 거죠. 더불어 보조공학과 굉장히 긴밀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지원과 배분을 고민할지도요.”

4차 산업혁명이 코앞인 현재도 여전히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 긴급히 도움이 필요한 생계형 지원을 가장 선호한다. 그래서 남 교수는 더더욱 즐겁고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지원을 꿈꿀 때라고 강조한다. 재단이라면 또 다시 새로운 길을 나설 시점이라는 얘기다.

장애보조기구 인터뷰 (7)

“장애인 문제 해결 기술은 분명 발전할 거예요. 하지만 복지가 아닌 수익 차원의 기술일 테고 그 비용 지불에 가장 불리한 사람이 장애인일 확률이 높죠. 게다가 스마트화된 4차 산업혁명 일자리 문제는 노동시장 하향화를 부르고 장애인은 생계형 비장애인과 경쟁하게 될 거예요. 네, 밀릴 겁니다. 기본소득, 일자리 쿼터제 등의 고민을 재단과 함께 실험해 보고 싶습니다.”

남세현 교수는 언제나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용기 있게 나아가보자’고 제안했던 아름다운재단을 믿는다. 한낱 몽상에 지나지 않을 비전을 구체화해서 세상과 소통한 각 분야의 전문가, 그 목소리에 응답한 기부자의 자유로운 참여에 감동한다. 다시 찾아온 도약의 순간, 누군가는 머뭇거리며 포기했던 길을 용기 내어 내딛던 그때를 떠올린다. 그래서 가능했던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의 성과에 안도한다. 그리고 또 한 번 시작될 날갯짓을 기다린다. 속 깊이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할 새로운 실험을 희망한다.

글 우승연 l 사진 전명은

[아름다운재단]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10주년 연구보고서 다운로드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