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보다 앞선 본질적인 욕구를 지원하다
아름다운재단의 ‘한부모여성가장건강권지원사업’은 다차원적인 영역에서 배제돼 취약 계층으로 내몰리는 한부모 여성가장에게 1차 종합건강검진기회를 제공하고, 질병이 발견됐을 경우 2차 재정밀검진과 3차 수술 및 치료비를 지원한다. 생계 부담과 함께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이중적인 부담으로 건강에 소홀해지기 쉽고 병원비 걱정에 진단 받기를 주저하는 한부모 여성가장에겐 최상의 복지 서비스다.
매년 200명에게 최대 70만 원의 건강검진과 50만 원의 재정밀 비용, 최대 500만 원의 수술 및 치료비를 지원해 질병 예방은 물론 조기 치료를 가능케 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약 2,967명의 한부모 여성가장이 경험한 이 적극적인 지원 사업이 큰 분기점에 들어선 건 2011년 대전여민회가 협력 단체로 사업을 수행하면서부터다.
“1997년 IMF 시기 이후에 빈곤여성들, 실직한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여성가장 사업을 2~3년 하다가 내부 사정으로 중단하게 됐고 한 동안 할 수 없었죠. 그러다 2008년 SBS와 한국여성재단이 함께하는 ‘여성가장긴급지원 캐시SOS’ 사업 파트너로 자리하게 됐어요. SBS에서 20억 원을 투자해서 전격적으로 여성가장에게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었고 그때 대전여민회라는 단체를 전국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사업 중간지원단체로 참여한 것도 그 연장선의 활동이었고요. 그로부터 4년 후 또 다른 한부모 여성가장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실무자였던 현 대전여민회 장현선 공동대표에게 한부모여성가장건강권지원사업은 꽤나 신선했다. 지원 대상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예방을 고민한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욕구를 탐색해 보편적 복지를 꿈꾸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조금 주면서 큰 효과를 바라는 숱한 지원을 경험한 장 대표에게 수량보다 내용에 집중하느라 지원비를 아끼지 않는 한부모여성가장건강권지원사업은 복지를 다르게 바라보는 필터로 작용했다.
사각지대 한부모 여성가장을 만나기 위해
“초기 사업을 세팅할 때 전문가 집단을 자문단으로 꾸렸는데 그때 의사, 사회복지사 분들이 그랬어요. 왜 이렇게 많이 지원하느냐, 병원 돈 벌게 해주는 거다, 나라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 받고 병이 발견되면 그때 수술비 지원해 주면 된다고.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한데 지원 받은 엄마들과 얘기하면서 알았어요. 평생 한 번 경험할까 싶은 종합검진은 몸을 넘어서 마음을 보살피더라고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밀한 검사를 받고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스미는 마음의 안정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인 거예요.”
현상이 아닌 본질,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비전을 담은 지원사업이 불러오는 변화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앞으로 쥐게 될 여러 상황이 궁금해졌다. 협력기관로 실무를 담당하면서 마주할 일들에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가장 힘든 건 전국 사업이고 각 기관, 자활센터나 복지관의 추천으로 진행되는데 저마다 자신들의 주 사업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개발해 추천서 쓰는 게 쉽지 않은 듯 보였어요. 주로 새내기 실무자가 담당을 맡아서 관리의 연속성이 부족할 때도 있고요. 사업을 이해하는 걸 넘어서서 비전까지 깊이 고민하기 어려우니 관례적으로 진행하기도 하고요. 안타깝죠.”
이미 정보를 가진, 다른 지원으로 안전망을 확보한 이들보다 더 절실한 한부모 여성가장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궁리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과 만나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소아암 환아와 장애아동을 키우는 한부모 여성가장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각지대는 아니었다. 이미 다른 지원으로 최소한의 안전지대를 확보한 경우가 많았다.
한부모 여성가장의 특성,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전체 한부모의 70%~80%는 비정규직 여성이에요. 식당에 다니거나 아이가 어려서 정규직을 얻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들은 4대 보험을 받을 수 없어서 국가에서 주는 건강검진조차도 못 받을 수 있어요. 그분들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네트워크가 없는 이들과 접점을 만드는 게 최근 대전여민회의 화두다. 한부모라는 것을 알리지 않아 숨어 있는 여성가장을 어디에서 만날지에 골몰한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한부모 여성가장. 그래서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장 대표는 강조한다.
“오랜 시간 진행된 사업이라 객관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만든 매뉴얼에 갇힐 때가 있어요. 융통성, 탄력성, 지원 대상 입장에서 사업을 다시 바라보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껴요. 아름다운재단과 지원 단체의 거리를 좁히고 꼭 필요한 사람들을 경계선 안으로 품으려고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좋겠어요.”
한부모 여성가장이 지닌 특성을 고려한 지원 방향. 그것이 지속돼야 예방에 방점을 뒀던 초심을 구현해 내리라고 장 대표는 믿는다. 누구보다 지원 대상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할 것을 부탁한다. 7년 동안 진행해 온 협력기관 자리를 정리하며 당부하고픈 이야기다. 새로운 협력 단체를 위한 나눔이다.
“함께 하면서 한부모 여성가장 사업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시너지를 통한 서로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 좋았고요. 아마 계량적인 측면에서 이 사업은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게 좋았습니다. 사업을 진행하면 이렇게나 아낌없이 주는 사업이 또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누군가에게 극진한 대우를 받는 경험은 정말 소중합니다. 아이를 선택해서 스스로 가장이 된 한부모 여성가장에게 이보다 더 멋진 응원과 지지는 없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아이만 바라보느라 자신을 사랑하는 법조차 잊은 그녀들을 위해 기꺼이 기부자가 된 여러분, 고맙습니다.”
글 우승연ㅣ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