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의 ‘임신 선물’로 시작한 가족 기부
임은정 기부자는 첫 아이 ‘희재’를 임신하자마자 가족 기부를 시작했다. 1년 전, TV에서 본 ‘아름다운재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TV 화면에 나온 십대 아이는 화가가 꿈이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포기해야만 했다. 그 아이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다시 꿈꾸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감동과 동시에 충격을 받았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 꿈을 접는 걸 그동안 왜 당연하게 받아들였을까? 이게 당연한 일인가?’ 그렇게 마음에 품었던 질문을 첫 아이를 임신하며 다시 떠올렸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사회는 과연 공정할까?’ 그 답을 모두 풀 수는 없겠지만, 그녀는 기부를 통해 스스로 답 해나가기로 결심했다.
희재가 올해 열 한 살이니,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은 세월도 벌써 11년이다. 11년 전, 회사와 집을 오가며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가 이제는 마을 모임이며, 집회며 빠지지 않는 ‘활동가’가 되었다. “전 평범한 주부예요. 공식적인 활동가는 아니에요.”라며 겸손하게 말하지만 ‘마을공동체, 세월호, 일본군위안부, 공익제보자’ 등 관심 두고 조금이라도 참여해본 사회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변하게 했을까?
“결혼 전에는 회사 생활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살았어요. 난 내 문제만 해결하면 되니까 사회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죠. ‘월급이 올랐으면 좋겠다, 휴일이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생각은 했지만 ‘노조 활동을 해야지’ 이런 생각까지는 못했어요.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워보니까 ‘우리 아이들이 사는 사회는 좀 더 따뜻하고 공정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발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건 부당하잖아요?”
기부는 그녀가 아이에게 준 ‘첫 선물’이기도 했다. ‘돈으로 아이를 키우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녀는 첫째 희재에게 돈으로 얻는 기쁨보다 나눔의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다. 둘째 ‘현웅’이가 태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웅이는 두 달 일찍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엄마는 현웅이 이름으로 이른둥이를 지원하는 사업(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기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서로 도와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의 기부 뒤에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다. 바로 남편인 ‘노판권’ 기부자다. 처음 아내가 기부를 제안했을 때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함께 가족 기부를 시작했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그는 타이어 펑크 수리비를 자율적으로 모금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대부분 손님들이 기뻐하며 동참하지만, 가끔 “이 돈이 제대로 쓰이는 게 맞냐?”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그는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재단의 책자를 보여주며 “믿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재단은 회계 자료를 다 투명하게 보내주시잖아요. 기부자로서는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아요. 기부금을 불투명하게 쓴다는 뉴스가 많으니까 지인들이 ‘믿을 수 있는 곳이냐?’라고 많이 물어봐요. 그럼 저는 ‘아름다운재단은 믿을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10년 동안 기부를 이어올 수 있었죠.”
기부는 나를 일깨워주는 ‘인생 교과서’
가족의 지원은 그녀가 다양한 나눔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 든든한 기반이다. ‘다솜이 희망산타’로 갔을 때도 남편의 지원이 없었다면 어린아이들을 두고 참여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 지지를 기반 삼아 그녀는 꾸준히 나눔 활동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늘 그 계기를 마련해주는 건 ‘아름다운재단의 뉴스레터’다.
“재단에서 보내주는 뉴스레터가 저에게는 인생 교과서에요. 그걸 통해 공익제보자나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처럼 잘 몰랐던 사회 이슈를 알게 되는 거죠. 그렇게 접하다 보니까 참여하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뒤에서 나 혼자 욕하고 말면 스트레스만 쌓이잖아요. ‘욕할 바에는 나가서 하자!’ 이런 느낌으로 시작했어요. 나가서 활동해보니까 스트레스도 풀리고, 뿌듯해요. 지금도 ‘세상 절대 안 바뀐다’고 믿는 분들이 있는데, 전 그런 엄마들한테 나가서 활동해보라고 말해요. 그러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 안에 ‘정말 작지만 내가 할 일이 꼭 있다’라고요.”
그녀는 “재단 뉴스레터를 통해 사회를 배우고, 일상에서 예습, 복습한다”라고 말한다. <김군자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의 인터뷰>를 보고 ‘소녀상 철거 반대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고, <어쩌다 슈퍼맨 캠페인>을 보며 동네에서 만난 ‘공익제보자’를 위해 구청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처음부터 시작이 거창했다면 그녀 역시 엄두도 못 냈을 일이다. 작은 기부의 시작은 그녀의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그녀는 이 변화가 두렵기보다는 고맙다. 그녀에게 나눔은 일상에 활력을 주는 즐거움의 원천이자, 끝없이 자신을 일깨워주는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1% 나눔으로 시작한 기부잖아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생각했다면 시작조차 힘들었을 거예요. 기부를 하면 할수록 적은 돈이라도 꾸준한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전 ‘내가 오늘 커피 한 잔 안 먹는다’고 생각하고 5천 원이라도 기부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시작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막상 하고 나면 내 생각이 바뀌고 확장되거든요. 그냥 그 과정을 즐기면 돼요. 기부는 내가 대단한 인류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밥상에 숟가락 놓고 같이 먹는 거예요. 여럿이 먹으면 더 즐겁잖아요.”
글 우민정 | 사진 김권일
<찾아가는 서비스란?>
기부자님과 직접 만나 따스한 눈빛을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을 쏟아낼 수 있는 뜨거운 소통이 부족함에 늘 아쉬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올해도 ‘찾아가는 서비스’로 기부자님을 찾아 뵙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재단 간사가 궁금한 기부자님, 사회 변화를 만드는 일,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기부자님, 모두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nanum@beautifulfund.org 로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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