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시 읽기]는 함께 읽고 싶은 시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여덟 번째 시는 최영미 시인의 ‘돌려다오’입니다. 어느덧 길가에는 연두색 잎사귀와 분홍색 꽃잎들이 안녕하는 봄이 왔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와 분주한 일상 때문일까요. 자꾸 봄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봄을 돌려달라는 시인의 노래 속에 ‘봄’은 단순한 자연의 계절만이 아니라 인생의 어느 계절도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우리가 정말 잃어버린 (흑흑흑) 자연의 봄은 물론이고 ‘가난은 상처가 되지 않고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던’ 나의 봄도 돌려다오~~라고 하고 싶네요. 싱숭생숭한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하하. 😉 |
돌려다오 / 최영미
언제부터인가
너를 의식하면서 나는 문장을 꾸미기 시작했다
피 묻은 보도블록이 흑백으로 편집돼 아침 밥상에
올랐다라고 일기장에 씌어 있다
푸른 하늘은 그냥 푸른 게 아니고
진달래는 그냥 붉은 게 아니고
풀이 눕는 데도 순서가 있어
강물도 생각하며 흐르고
시를 쓸 때도 힘을 줘서
말이 말을 부리고
나의 봄은
그렇게 가난한 비유가 아니었다
하늘, 꽃, 바람, 풀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던 구름……
어우러진 봄은 하나의 푸짐한 장난감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마음대로 바라보며 갖고 놀면
어느새 하루가 뚝딱 가버려
배고픈 것도 잊었다
가난은 상처가 되지 않고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던
어리고 싱겁던
나의 봄을 돌려다오
원래 내 것이었던
원래 자연이었던
글 | 장혜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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