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 7색의 꿈을 방향키 삼아

여행명 ‘Dream Job으러 가드래여~’는 말 그대로 ‘꿈(Dream)을 좇아 떠나는 여행’을 뜻한다. 여기서 꿈은 장래희망과 같은 말이라, ‘직업’을 뜻하는 영어단어 ‘Job’을 넣어 의미상 ‘꿈의 직업’이어도 좋고 발음상 ‘꿈을 잡자’로 읽어도 좋은 타이틀을 뽑았다. 강원도 사투리 ‘~드래여’는 강릉 청소년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키 포인트!

김정희(14세), 박지현(14세), 이은선(14세), 정준혁(14세), 이주희(15세), 최정아(15세), 이지원(17세). 이상 중1부터 고1까지 산들바다지역아동센터를 기반으로 모인 자칭 타칭 ‘드림팀’은, 즐거움과 재미만 찾기보단 ‘배움’이 있는 여행을 다녀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꿈, 교육, 경험’으로 여행의 키워드를 정하고, 7명의 꿈을 망라한 체험 여행을 기획하게 된다.

직접 만든 깃발을 설명해 주고 있는 아이들

직접 만든 깃발을 설명해 주고 있는 ‘Dream job으러 가드래요~’

초등학교 선생님, 농악인, 경찰, 천문학자, 간호사, 메이크업아티스트, 영어선생님. 7명의 팀원은 각자 자신의 장래희망을 적고, 그 꿈을 토대로 만나고픈 사람과 방문하고픈 장소를 찾았다. 여행 준비과정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한 활동은 인터뷰이 선정과 섭외다. 꿈의 멘토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던 만큼, 자신의 롤모델을 정하고 그와 인터뷰 약속을 잡는 게 여행 준비의 중심이 됐다.

꿈의 길잡이가 되어줄 롤모델은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봤다. 꿈을 이룬 사람과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 위에 있는 사람. 가령, 선생님을 꿈꾸는 정희와 지원은 교사가 되고자 준비 중인 교육대생을 찾아가기로 했다. 같은 꿈을 꾸고 있지만 자신들보단 그 꿈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간 선배를 만나 실질적인 조언을 청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희와 지원은 용감무쌍한 정면 돌파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학원생을 직접 섭외했다. 서울교육대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초등교육과 사무실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처음 전화를 받은 조교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포스터

아이들이 직접 만든 포스터

왜 찾아뵈려고 하는지, 우리 여행 기획부터 설명했어요. 저희들의 꿈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여쭤보고 그 대답을 듣는 인터뷰 과정을 동영상으로 담고 싶다고 허락도 구했고요. 여행이 끝나면 인터뷰 동영상을 뉴스 형식으로 편집해 친구들과 공유할 생각이거든요. 꿈을 찾아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조금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김정희)

웃고 있는 학생

선생님이 되고 싶은 정희

준혁이 섭외한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대학생과 지현이 만남을 청한 권재은 명창(전통국악연구회 소리마을 대표)은 산들바다지역아동센터 원장선생님의 인맥으로 연결된 케이스다. 선생님이 미리 말을 전하긴 했으나, 인터뷰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등 세부적인 진행은 아이들이 직접 전화와 이메일로 챙겼다. 7명의 꿈을 방향키 삼아 이동경로와 체험조건 등을 조율한 결과, 여행지는 서울․인천․충주로 결정됐다.

여행이 계획대로 착착 풀리는 것만은 아님을, 아이들은 녹록치 않은 준비과정 속에서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은선이가 가고자 했던 충주경찰학교는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돼 방문이 불가능했고, 정아의 롤모델인 정샘물 메이크업아티스트는 좀처럼 섭외가 쉽지 않았다. 결국 정아는 지인을 통해 연결된 잇츠메이크업 김영란 원장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은선이는 충주경찰학교 대신 강릉경찰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경찰학교를 체험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은선을 위한 경찰학교 체험은 여행 전날, 아이들의 고향인 강릉에서 마치 리허설처럼 이루어졌다.

경찰이 되려면 뭘 준비하고 잘해야 하는지 여쭤봤는데, 할 게 많더라고요. 일단 공부도 잘해야 하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대요. 또 무엇보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말에 마음이 좀 흔들렸지만, 노력하면 되겠죠.” (이은선)

두 학생

경찰을 꿈꾸고 있는 은선

제1일_ 서울, 서울, 서울

첫째 날의 여행지는 서울. 팀원 중 4명의 꿈과 만나는 날이라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오전 10시 무렵 경부고속터미널에 도착해 오후 10시쯤 숙소에 짐을 풀기까지, 드림팀은 서울시내 5개 구, 총 6개 동(서초구 반포동→강남구 신사동→서초구 서초동→서대문구 신촌동→송파구 잠실동→종로구 낙원동)에 발 도장을 찍었다.

꿈을 찾아가는 여정은 정아가 섭외한 잇츠메이크업에서 시작됐다. 정아를 모델로 진행된 김영란 원장의 메이크업 시연은 한창 화장에 관심 많은 십대소녀들의 열렬한 호응을 자아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알찬 강의에 누이들이 눈을 빛내는 동안, 정아누나의 변신을 지켜보던 준혁은 말로만 듣던 ‘화장발’의 위력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기초 화장법이랑 세안법, 유용한 메이크업 팁을 알려주셔서 정말 재밌었어요.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메이크업아티스트로서 갖는 자부심과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제 꿈에 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최정아)

웃고 있는 학생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로망인 정아

서울교육대학교에선 정희와 지원이 섭외한 초등교육과 김성수 조교를 만났다. 교사를 꿈꾸는 두 친구에게 꿈의 대선배가 당부한 말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거나 휘둘리지 말고, 진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 나아가라’는 것.

제가 초등학교 때 영어를 진짜 못했거든요. 그런데 영어과목을 담당하셨던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저를 잡고 진짜 열심히 가르쳐주셨어요. 선생님이 그렇게 공을 들이시는데, 안할 수가 없잖아요. 학원도 다니고, 하다 보니 흥미도 생겨서, 저도 더 열심히 하게 됐죠. 영어교사는 그 선생님 덕분에 갖게 된 꿈이에요.” (이지원)

웃고 있는 학생

영어선생님을 꿈꾸고 있는 지원

주희는 산들바다지역아동센터와 인연이 있는 간호사를 만나 연대 세브란스병원을 구석구석 견학했다. 꿈의 멘토와 함께한 병원 견학은 주희로 하여금 다시 한번 간호사의 꿈을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됐다.

엄청 큰 병원이었는데 구석구석 다 구경시켜주시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좋았어요. 간호사가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간호사가 되고나서도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네요. 더 열심히!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게 걱정이긴 하지만, 제 꿈은 변함없어요. 간호사가 되면 꼭 해외 의료봉사활동을 나갈 거예요. 가난 때문에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이주희)

학생

간호사가 되고 싶은 주희

팀원 중 한 명이 자신의 롤모델과 인터뷰를 할 때 나머지 팀원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그 현장을 기록했다. 자칫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적절한 리액션은 필수. 궁금한 점이 생기면 질문도 던졌다. 자신의 꿈만큼이나 친구의 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제2일_ 인천에서 우주를 논하다

둘째 날의 여행지는 인천. 준혁이의 꿈을 찾아 방문하게 된 도시다. 천문학자를 꿈꾸는 준혁은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을 만나기로 했다. 우주 개발에 뜻을 품은 공학도는 천문학과는 또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천문학자를 꿈꾸는 열네 살 소년과 ‘우주’라는 큰 범주 안에서 소통했다. 초등학교 때는 우주비행사를, 중학교에 들어와선 천문학자를 꿈꾸게 된 준혁의 꿈이 우주라는 최대 관심사 안에서 앞으로 또 어떤 변주를 거치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형은 항공기나 인공위성을 만드는 쪽 공부를 하는 거라, 제가 되고 싶은 천문학자와는 다른 분야더라고요. 그래도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재밌었어요. 아, 그리고 지금 제가 당장 해야 할 것도 알려줬는데, 수학을 열심히 하래요. 우주에 대한 연구를 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요즘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정준혁)

학생

천문학자가 되고 싶은 준혁

인터뷰를 마치고 월미테마파크에서 한껏 에너지를 소진한 때문인지, 저녁을 먹었음에도 잠이 오지 않을 만큼 출출했다. 야식 메뉴를 정하던 중 누군가 내일이 말복이라 짚어줬고, 말복 전야제는 당연히 ‘치느님’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밤부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7명 모두 우비를 뒤집어쓰고 종로 거리로 나왔다. 그리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치킨집에 들어가 우비를 벗고 씩씩하게 1인 1닭씩 해치웠다. 친구들과 함께 한 여름밤의 우중산책, 혹은 말복 전야제는 2박 3일 여정 중 가장 고소하고 기름진 추억으로 남았다.

제3일_ 한반도의 중심에서 드림탑 쌓기

마지막 날엔 지현의 꿈을 찾아 충주로 이동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구채를 잡은 지현의 꿈은 농악인이다. 지현이가 풍물을 처음 배운 명주초등학교 사물놀이부 ‘신명누리’는 ‘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에서 초등부 1등을 차지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팀이다. 지현이는 같은 중학교에 진학한 ‘신명누리’ 친구들과 학내 사물놀이부에서 여전히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현이가 섭외한 권재은 명창은 산들바다지역아동센터에 강강술래를 가르쳐주러 오셨던 분이기도 하다. 당시 지현이는 명창 옆에서 장구 도우미를 했다.

심심산골에 고즈넉이 자리한 명창의 집은 각종 스피커와 LP, CD가 빼곡해, 마치 소리 박물관 같았다. 목 보호를 위해 즐긴다는 보이차를 함께 마시며 진행한 인터뷰는 즉석 판소리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열네 살 장구잽이 소녀와 50년 소리 외길을 걸어온 명창은 국악이란 큰 틀 안에서 소통했다.

학생 한 명

농악인을 꿈꾸고 있는 지현

판소리는 제 꿈과 조금 다른 분야지만, 소리를 알면 장구를 치는데도 도움이 될 거래요. 소리꾼 옆엔 고수가 있어야하듯, 판소리와 풍물을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걸 선생님께 배웠어요. 한평생 소리꾼으로 살아온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소리든 악기든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셨어요.” (박지현)

명창의 집을 나와 충주의 명소인 탄금대를 둘러봤다. 나무가 우거져 깊은 그늘을 드리운 탄금대 산책로는 2박 3일간 걸었던 숱한 길 중에서 가장 쾌적한 길이었다. 산과 들과 바다가 있는 도시, 강릉에서 온 아이들에겐 간만에 익숙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이기도 했다.

석탑 앞의 인간탑

드림탑 쌓기 도전!

충주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중앙탑 앞에선 인간탑 쌓기 퍼포먼스에 도전했다. 엄청 공을 들이고도 쌓자마자 바로 무너졌으나, 한반도 중심에 자리 잡았다는 통일신라시대의 탑을 배경 삼아 7명이 연출한 일명 ‘드림탑’은 성공적인 인증샷으로 남았다. 서울의 밤거리를 씩씩하게 누빈 7인의 우비소년소녀처럼, 전철 한 칸을 마치 전세 낸 듯 7명만 타고 달렸던 수인선 열차처럼, 충주의 파란 하늘처럼. 일곱 빛깔 꿈을 방향키 삼아 내달린 길 위의 시간들은 이따금 꺼내볼 때마다 바로 웃음을 소환할 추억으로 간직됐다.

7명의 아이들

‘Dream Job으러 가드래여~’

 

글 고우정 ㅣ 사진 임다윤 & ‘Dream Job으러 가드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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