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가 이철수의 ‘나눔 이야기’
지난 7년간 정기기부, 재능기부 등으로 다양한 기부에 참여한 판화가 이철수
판화가 이철수가 생각하는 나눔은 ‘전염병 같은 것’
“이 세상 속에 있는 우리는 참 작잖아요. 나눔이라는 것도 그 작은 세상에서 이뤄지는 일이고. 하지만 저는 그 작은 나눔이 목숨을 져버릴 사람,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큰 힘으로 작동하게 될 거라고 믿어요. 우리가 뿌려놓은 나눔의 씨앗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될 거라는 거예요.”
5월29일 저녁, 판화가 이철수가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나들이 장소는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의 모임인 ‘뷰티풀데이’의 강연자로 나선 것이다. 30여 명의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이 자리에서 판화가 이철수는‘이철수와 아름다운 일상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판화가, 농부,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자로서 이철수의 삶과 나눔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철수에게도 무명시절이 있었다. 제대로 된 수입이 없어 하루 먹을 걸 걱정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철수에게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현주 목사였다. 목사로, 지금은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는 이현주 목사는 이철수의 작업실에 들러 종종 돈 봉투를 놓아주곤 했다. 돈을 갚을 때는 다른 곳에 갚으라는 이야기를 남기고선 말이다.
이현주 목사가 이철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 스승이라면, 권정생 선생은 나눔의 모델이 되어 준 분이다. 그는 무명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권정생 선생이 단 한 번도 사치하는 일을 본 적이 없다. 이철수 판화가는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실 때 북한 아이들을 위해 쓰라며 유산을 남겼는데 그 금액이 10억이나 됐다”면서 “이현주 목사와 권정생 선생 두 분을 생각하면 내가 허튼 짓을 못한다. 나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눔은 마치 전염병 같은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나눔을 실천하면 그것이 언젠가는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돌고 돌다보면 세상이 모두 이어져 있고 그것을 생각하면, 자신이 나눈 나눔이 누구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 번 웃어준 것 때문에, 어깨에 손 한 번 올려준 것 때문에 힘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나누지 않을 수가 없죠. 나눔이란 어쩌면 살아가면서 실천해야 할 당연한 과제일 겁니다.”
판화가 이철수는 2002년부터 아름다운재단에 1%기금, 행복한쉼표 기금, 공익인프라 1%기금 등에 매월 정기기부를 해 왔으며, 판화 작품을 통해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 시민사회단체들을 위해 다양한 재능기부를 실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