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보행훈련 보조기구를 지원받은 진우

  

가을 볕 든 아파트 거실이 왁자하다. 점진적 보행훈련 보조기구, 게이트 페이서(Gait pacer)를 지원하려고 모인 사람들 때문이다. 그들이 기구를 조립하느라 빚어내는 기분 좋은 분주함에 무지개 줄무늬 양말을 신은 진우(가명)마저 신이 났다. 출생 당시 발생한 뇌출혈로 혼자 걸을 수 없는 진우, 자신을 도와줄 보조기구를 지켜보는 얼굴에 설렘이 가득하다. 아름다운재단의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협력단체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의 김혜원 연구원도 마찬가지다.

점진적 보행훈련 보조기구, 게이트 페이서 조립 중

점진적 보행훈련 보조기구, 게이트 페이서 조립 중

 

“8년째 진행하며 사업의 규모가 달라졌는데, 작년부터 보행훈련 보조기구가 추가됐어요. 지난해에는 15대, 올해는 19대의 기구를 지원하는데 진우가 그 대상자입니다.”

수차례 나사를 조이고 높이를 조절하며 진우에게 맞춤한 보조기구가 탄생했다. 꽉 조여서 불편하다거나 넘어질 것 같아 불안하다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진우를 바라보는 어머니 정소영(가명) 씨는 감회가 남다르다. 

혼자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진우와 엄마

 

“병원 다닐 때 유모차를 끌고 가거든요. 근래 진우가 조금이라도 걸었으면 하는 마음에 워커를 살까 고민했는데, 이렇게 멋진 보조기구를 지원받으니 좋네요. 시기가 잘 맞아서 만족스러워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훈련할 수 있다니 기쁘고요. 이전보다 30분 일찍 나서서 해봐야겠다는 계획과 함께, 아직은 기대 서 있지만 곧 두 다리로 서게 될 믿음도 생기네요.” 

오래도록 사귄 벗, 아름다운재단 기부자

아름다운재단과 파트너십을 이룬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의 시작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가 태동한지 3년째 되는 해였다. 신체 기능이 제한적인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재활공학서비스’라는 낯선 영역을 개척하며 장애인의 삶을 다르게 조망하려는 그들에게 든든한 뒷심이 등장했고 그게 바로 아름다운재단이었다.

사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직업 활동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의 다양한 영역 참여를 도우려던 비전을 실현시키기 쉽지 않았다. 개개인에 맞춤한 보조기구는커녕 보급화 된 보조기구조차 구비하기 어려운 우리의 토대부터 바꿔야 했다. 새로운 경험으로 자립의 기회를 쥐어주는가 하면, 국가 주도의 보편화 된 서비스로 확장하기를 바라며 재활공학서비스를 연구하고 개발했다. 그렇게 ‘행복’이라는 날개를 선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워있던 사람이 앉게 되고 앉았던 이가 설 수 있으며 마침내 걸어 다닐 때까진 많은 자원이 필요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은 그런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에게 반가운 단비였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김혜원 연구원

 

“대기업을 비롯해 다른 외부지원사업도 많이 진행하지만 아름다운재단처럼 8년 동안 꾸준히 이어온 사업은 없습니다. 센터 단일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고 1년 내내 진행하는 사업이기도 하고요. 해를 거듭할수록 지원 대상과 영역이 확장되는 사업이라 아름다운재단과 기부자 여러분께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3년 동안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을 담당해 온 김혜원 연구원은 이 사업의 특장점을 상호간에 소통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소수에게 컴퓨터 보조기구, 자세유지 보조기구, 일상생활 보조기구를 모두 지원했는데 이후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 품목에 초점을 맞췄다. 기회의 원천인 ‘자립’에 초점을 두고 ‘자세유지’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 생애주기별 관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최상위 보행훈련 지원도 계획했다.

누락된 기회를 건져 올린 전문성

2013년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결과보고서

 

8년째 사업을 진행한다는 건 단순히 보조기구를 여덟 번 지원했다는 말이 아니다. 여느 사업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이게 그리 호락호락한 작업이 아니다. 하반기에 보조기구를 지원하려면 늦어도 3월부터는 움직여야 한다. 한 달여 간 사업을 홍보하고 신청서를 받은 뒤, 배분심사위원이 최종 지원자의 1.5배수를 뽑는 1차 서류심사를 거치는 수순부터 밟는 것이다. 이후 가정방문을 통해 현장 평가가 이뤄지고 최종 지원자가 결정되면 그들에게 맞는 보조기구를 가장 잘 구현해 낼 업체 선정에 들어간다.

업체가 정해지면 업체와 함께 다시 한두 번 지원자를 방문한다. 몸에 꼭 맞는 최적의 보조기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9월부터 10월까지 꼬박 두 달 동안 ‘보조기구’라 부르지만 ‘삶의 기회’라 재해석 될 선물을 가가호호 실어 나른다. 봄에 시작한 사업이 여름을 지나 가을에 마무리될 즈음, 다시 다음해 사업을 준비한다. 지원이 완료됐다고 끝난 것도 아니다. 3개월에 한 번씩 2년 동안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직접 방문해 확인한다. 한 번 인연을 맺은 이들이 자립하는 순간까지 생애주기별 맞춤 재활공학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의 비전 때문이다.

처음엔 보조기구를 겁내며 울던 아이가 보행훈련을 통해 발끝떼기가 가능해지는 순간, 아름다운재단의 낯모를 기부자들이 떠오르더라는 김혜원 연구원. 그녀는 기부자의 순수한 바람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가 몰입하는 부분이 전문성이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국내 최초, 국내 최대의 재활공학서비스 전문기관이라는 타이틀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물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장애아동청소년에게로 돌아간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사업하며 쌓아온 전문성은 결국 모두에게로 환원돼야 합니다. 기부자와 보조기구 지원자, 업체와 저희 연구원이 소통하며 구축한 공공재니까요. 그래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며 광주와 부산은 협력기관, 인천, 강원, 충청도는 인큐베이팅 기관으로 두고 지원하고 교육합니다. 타 기관들과 보조공학기관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보를 나누는 건 물론이고요.”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가 지원사업과 더불어 전문성에 기초한 교육사업에 힘을 싣는 이유다. 그들은 모두 함께 한 발짝씩 움직이면 장애 아동 청소년의 삶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보조기구가 신체기능 향상은 물론 학습 기회와 자립을 부여할 수 있는 통로인 까닭. 씨앗 하나로 울창한 숲을 꿈꾸듯 기부자의 바람이 켜켜이 쌓여 장애인 아동 청소년의 가능성이 확장된 셈이다.

지난 2013년 정부(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착석보조기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건 그로 인한 변화다. 쾌거에 가까운 결실이기도 하지만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좀 더 야무진 미래를 제시한다. 최상위 보행훈련 보조기구를 지원 품목으로 상정시키기.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자유로운 기회가 보장된 사회라야 비장애인 역시 행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품고 있기에 쉬 지칠 리 없다. 더디 나아갈 테지만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자와 함께라서 다행이다.

글. 우승연 ㅣ 사진. 임다윤

 

진우 군은 아름다운재단 <2014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을 통해 맞춤형 점진적 보행훈련 보조기구를 지원받았습니다.

 

[사회적돌봄] 지원영역이 바라보는 복지는 ‘사회로 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 입니다. 주거권, 건강권, 교육문화권, 생계권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행복한동행기금]은 중증 장애로 인한 가난, 주의의 따가운 시선, 혼자서는 힘든 외출과 대중교통,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교육과 직업,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