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은 디지털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시민교육을 진행합니다.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https://www.cdledu.org/)와의 협력사업으로, 부산 지역 학교 교사 대상의 연수교육과 교대 졸업생 대상의 전문 코치 양성교육을 진행하고 약 30개 중학교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좌측부터)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박일준 대표, 김묘은 대표

다층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디지털 리터러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박일준 대표는 얼마 전까지 미국계 광고회사에서 공공사회문제나 갈등문제를 담당하며 어떻게 사회를 발전시킬까 고민했다. 비영리단체인 자살예방행동연대(LIFE) 운영도 그 연장선의 실천이었다. 하지만 파고 들수록 어려웠다. A를 해결하려고 하면 B가 딸려오고 C가 꿈틀거렸다. 교차적 상황을 인식하고 어떻게 얽혀있는지 살펴야 가능한 문제 해결. 그래서 시작점을 찾아 나섰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맥을 짚어가며 고민했다. 그러다 갖가지 갈등의 표면적 원인 밑바닥에 똬리 튼 해체된 공동체 정신을 발견했다. 열쇠는 ‘교육’이었다. 교육을 통한 공동체 정신 복원.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 즈음 같은 비전을 품은 김묘은 대표를 만났다.

“저는 일하는 바쁜 엄마이고 제 아이들이 뛰어난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일반 학원에 보내는 게 최선인데 제 아이들은 학원에 가도 소용없는 상황이었죠. 초등학교 저학년 때 말을 잘 못했거든요. 학원에 가면 오히려 무시당할 것 같아서 제가 공부해서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재미있게,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연구하다 디지털 리터리시와 만났죠. 우리끼리 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놀이처럼 하니 효과가 더 좋았고요. 그래서 확장하게 됐어요.”

김 대표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모색했다. 때마침 구글에서 코딩 교육을 요청했다. 그리고 붐을 이룬 코딩 교육 이전에 콘텐츠 선별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신에게 유용한 것과 유해한 것을 아이들 스스로 분별, 판단하는 과정이 담긴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했다.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로서 콘텐츠를 바라보는 교육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설립한 게 공교육 혁신을 위한 비영리단체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다.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이해하고 일상에서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박 대표가 꼽는 1차 목표다.

“만날 스마트폰 쓰니까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린이가 글자를 배우고 글을 읽는다고 해서 신문기사나 칼럼을 이해하는 게 아니듯이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깔린 수십 개의 앱 중 대여섯 개만 사용할 거예요. 100개의 기능 역시 1-2가지 밖에 쓰지 않아요. 디지털 세상으로 폭을 넓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단과 목적이 일치하는 ‘배우는 교육’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암담했다. 두렵지만 따라잡아야 하는 미래를 담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디지털은 금지 패러다임에 갇혀 있어요. 모든 부모들에게 디지털은 게임이고 아이들이 접근해선 안 되는 무엇이죠. 교육 환경도 마찬가지예요. 초등학교는 그나마 텔레비전이라도 있지만 중학교에 가면 여전히 분필을 쓰고 디지털 기기가 아예 없는 곳도 많아요. 입시교육만을 향해 달려요. 그런 교육 장면에서 4차 산업시대를 준비하는 아이들로 만드는 게 저희의 첫 번째 미션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 이상의 효과가 있는 거예요. 도구를 바꿨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내용도 바뀌고 방식도 바뀌는 걸 체험하면서 공교육 혁신의 카드가 디지털이라는 걸 확인했어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학생들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디지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헤게모니가 넘어가며 일방적인 교육이 사라진 까닭. 소품처럼 앉아있던 아이들은 신명난 주체로 존재했고 교사는 권력을 내려놓고 조력 혹은 협력의 자리로 이동했다. 몇몇 아이들 빼곤 관심도 없던 학교폭력, 환경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마저 흥미롭게 다룰 여지가 생겼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누락 없이 수업에 참여했다. ‘교실의 민주화’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비주얼 싱킹 수업을 하면 그림 잘 그리는 아이들은 되게 재밌어 해요. 그런데 못 그리는 아이들은 그렸다 지웠다 반복하다 포기하죠. 그럴 때 인공지능, 앱의 도움을 받으면 누구나 잘 그려요.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의 차이가 사라지죠. 자신감과 자존감이 달라져요. 우린 그 동안 공부라는 것을 기준으로 등수를 매겼는데 디지털이라는 수단은 각각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요. 이 수업엔 꼴찌가 없어요. 모두 1등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김 대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으로 아이들 스스로 제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능성을 경험하면 상상의 영역이 확장된다. 지레 포기했던 미래를 다르게 조망할 수 있다. 박 대표와 김 대표가 디지털 기술만 가르쳤다면 어림없을 결과였다. 기술은 그저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융합 교육을 위해 ‘어떻게 쓸까’를 고민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선순환 구조 만들기

아름다운재단과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가 파트너십을 맺어 시작하게 된 ‘2018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은 학교폭력 예방을 다룬다. 2017년 시행한 자유학기제 수업 효과를 기반으로 한 이 사업은 부산시 교육청과 함께하며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작년 6월에 발생한 여중생 폭력사건이 계기였어요. 탈학교 상태의 청소년 폭력을 어떻게 책임지느냐의 막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선택한 거죠. ‘학교폭력처벌위원회’ 같은 처벌, 금지에 의한 해결, 사후처리가 아닌 예방을 통한 선순환 구조로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표지판, 감시카메라 설치보다 그곳에 꽃밭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더불어 기존의 존중, 소통 등의 아이들의 흥미와 동떨어지거나 권리에만 초점을 둔 인성교육이 아니라 헌법 교육을 통해 의무를 함께 배우며 공동체 정신이 체화되는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박 대표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학교폭력 문제를 스스로 조사하고 정의한 후 포스터 디자인, 애니메이션 영상 등을 만들어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배우는 교육’을 경험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인다. 내용과 수단, 목적과 과정이 일치하는 수업. 누구도 폭력을 경험하지 않으며 자유롭고 재밌게 그러나 진지하게 학교폭력을 바라볼 터였다.

“아이들과 만나기 전, 학교폭력을 디지털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선생님에게 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난 5월 1차로 부산시 초・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6시간짜리 교사 교육을 마쳤어요.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선생님이 되세요, 가 아니라 디지털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게 목표였어요. 디지털 악용이 아니라 활용될 수 있다는 거요. 성공적이었어요. 이후엔 학교에 가서 가르칠 전문 코치 양성 교육이 있어요. 부산에 있는 사범대학교와 연결해서 7월 첫째 주부터 교육을 할 예정입니다. 6월 중 교사연수를 받았던 교사가 소속된 약 30개의 중학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한 후, 그 코치분들이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파견돼 16주간 디지털 시민교육을 진행하면 선생님들은 조력자로 함께하는 거예요. 이후 전문코치가 없어도 선생님 혼자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죠. 전문코치들 역시 선생님이 될 테니 그 또한 미래 리더 집단으로 자리할 겁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박일준 대표와 김묘은 대표는 만족스런 결과를 거머쥐리라 예상한다. ‘하지 말라’는 금지의 프레임을 거두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로 움트는 시민의 상상력, 그 에너지를 믿기 때문이다. 그로써 펼쳐질 동정과 공감을 구별하고 차이를 인지하고 차별을 수행하지 않는 일상. 생각만으로도 짜릿한 이러한 선순환 생태계가 그들이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복원하고픈 공동체다. 동승하고픈 오래된 미래다.

 

글 우승연ㅣ사진 임다윤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