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음의 신선한 충격

이번 8주간의 토론토 단기어학연수는 내가 가지고 있던 해외어학연수에 대한 생각을 크게 바꿔 놓았다. 사실 내게는 한 번의 어학연수 기회가 더 있었다. 내가 자란 아동시설은 미국의 한 교회와 결연이 되어있는데, 그 곳의 목사님이 원장님께 비용을 다 지원해주겠으니 외국에서 어학공부를 할 아동을 1명 추천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때 원장님께서 대학교 1학년이었던 나를 추천해주셨지만 난 그 제안을 거절했다. 솔직히 외국에 나가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해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에 맞는 다양한 자원과 인프라도 충분하다고 여겼으며, 외국에 나가봤자 안될 사람은 어차피 안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한편으로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익숙한 사람들과 떨어져 타지에서 혼자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아름다운재단의 장학생을 대상으로 어학연수 사업공지가 났을 때, 나도 모르는 끌림에 이끌려 이 사업에 지원했고 지원대상자로 뽑히게 되었다. 어학연수를 마친 지금 돌이켜보면 ‘예전의 내 생각이 다 맞지만은 않구나.’ 라고 많이 느낀다. 가장 많이 변한 생각은 혼자 모르는 곳에 가면 정말 힘들고 외로울 것 같은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동안 내가 가본 외국은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관광차 쭉 둘러보는 것이 전부였다. 낯선 환경에서 살면서 부딪히고, 직접 겪어보는 모든 경험들은 정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토론토에서 겪은 모든 것들이, 나의 가치관과 생각뿐 아니라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아마 내년에 다시 한 번 워킹홀리데이로 나의 영어실력 증진을 위해 외국생활에 한 번 더 도전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알파벳만 봐도 속이…. 이놈의 영어울렁증!

자신감을 되찾다

그리고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점은 바로 나의 전공과 미래 진로에 관한 부분이다. 이번 어학연수는 내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어학연수를 떠나오기 전에 부전공을 영어교육학과 역사교육학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었다. 영어실력이 늘지 않고 정체된 상태에서, 차마 영어는 놓지 못하고 성적은 좋지 않게 나오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매 학기 영어교육 관련과목을 수강신청 할 때 마다 몸에서 소름이 돋을 만큼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영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휴학하고 학원도 다녀보고 혼자 공부해봤지만 무언가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휴학기간은 계속 늘어만 갔다. 고민스러운 나날의 연속 이었다. 여기에 약한 나의 의지도 한 몫 거들었던 것 같다. 항상 진전이 없는 내 모습에 재차 포기를 하곤 했다.

처음 이 사업공고를 보고 ‘평생 안 되던 건데 고작 2달 가지고 뭐가 되겠나…그냥 기분 전환하러 갔다 와야지’ 하는 생각과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을 했다. 어학연수를 가면 영어에 둘러싸여 살아야 하는 환경이니 좋은 기회가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토에 어학연수를 가서 머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처음에 가졌던 생각이 바뀌어 갔다. 머릿속에 복잡하게 헝클어져서 정리되어 있지 않던 영어지식들이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공부를 하는 동안 차곡차곡 정리되어 쌓였고, 결과적으로 지금은 자신감도 생겼고, 영어로 인한 고민이 덜어졌다.

처음 가서 받은 레벨테스트는 최악이었다. 영어교육학을 전공하려고 하는 학생인데 부끄럽게도 100점 만점에 57점을 받았다. 나 자신에게 너무나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10점 단위로 점수를 잘라 레벨을 나누는데 고작 레벨6. 하지만 오히려 낮은 레벨에 간 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마구잡이식으로 습득한 나의 지식들이 정리되고, 영어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단어와 문장들이 사용되는지 알게 되면서 나의 영어 실력이 점차 늘어갔다. 심지어 마지막 테스트에서는 고작 2달 만에 2레벨을 올리는 결과를 냈다. 시험점수로만 보면 고작13점 상승이지만 레벨을 가르는 테스트에서는 그 점수 차이가 엄청난 실력의 향상을 의미하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너무나 만족했다. 마른 벌판과 같던 나의 영어 실력에 단비와 같은 어학연수였다.

할 수 있을까? 했던 마음은 점차 자신감으로 채워졌다

포기하지마!

언어공부의 측면을 떠나서도, 시설출신의 학생으로 이런 경험도 해보았다는 사실에 어학연수는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다. 자기가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도움의 손길이 있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언제든 주어진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느꼈다. 나는 항상 시설의 동생들을 보면 “포기하지 마라. 널 도와주는 손길이 많고, 어떨 때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좋은 것들을 경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말해 주곤 했다. 이젠 말로만이 아니라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내가 자란 시설의 동생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 희망을 전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거의 영어교육학을 포기하려 했던 순간 이렇게 나에게 다가온 기회에 너무나 감사했다. 앞으로도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이런 기회에 ‘무섭다, 두렵다, 혹은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꼭 지원해서 좋은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 이런 좋은 사업이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관심 속에서 계속되어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 앞으로도 연수생으로 가게 될 학생들도 자신이 받은 소중한 혜택을 그냥 날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책임감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루고 오는 연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 박OO(아름다운재단 장학생)

대학생 단기어학연수 지원사업은? 

아름다운재단의 대학 장학생에게 미국 및 캐나다 단기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05년에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머피컨텐츠에서 회사의 전문성을 살려 어학연수를 처음 경험하는 대학생들이 현지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어학연수를 마칠 수 있도록 출국에서부터 귀국까지 모든 진행 절차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의 기반이 되는 기금은?

한화도시개발장학기금(구 대덕테크노밸리기금)
머피컨텐츠반올림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