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됐고 휴가 시즌도 성큼 다가왔다. 한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여행지는 역시 동남아. 그러나 초저가 동남아 패키지 상품에는 선뜻 눈길이 안 간다. 대부분 옵션에 쇼핑까지 강요받는데 정작 투어는 빈약하기 때문이다. 초스피드로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은 뒤 한국 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가게에서 쇼핑하는 경험을 과연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세상에 없는 여행’은 동남아에서도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지 가이드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새로운 문화를 배울 수 있다고 말이다. 뻔한 관광지만이 아니라 시장과 뒷골목, 학교에서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패키지라도 자유여행처럼 내 취향에 맞춰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이것이 상식이라고.

<아시아이주아동새싹기금>을 조성한 '세상에 없는 여행' 김정식 대표

<아시아이주아동새싹기금>을 조성한 ‘세상에 없는 여행’ 김정식 대표

이 여행사의 도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입의 10%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한다. 여러 사람이 동등하게 행복해야 우리의 여행도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아름다운재단에 1천만원을 기부해 이주아동 보육권리 지원사업을 위한 ‘아시아이주아동새싹기금’을 조성했다. 곧이어 수익금 전액이 기부되는 ‘여봉투어’도 출시했다.

이 회사는 굳이 왜 이런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는 걸까? 이런 독특한 철학을 가진 회사는 왜 기부처로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했을까? 여행과 기부의 상관관계는 도대체 무엇일까? 초성수기를 눈앞에 두고 한창 바쁜 김정식 ‘세상에 없는 여행’ 대표를 만났다. 마침 인터뷰가 진행된 6월 1일은 세 번째 회사 창립기념일이기도 했다.

# 토박이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관광 말고 진짜 여행 !

Q. 대표님 이력이 독특하네요. 고등학교 사회교사 출신이세요. 요즘 세상에 이렇게 안정적인 직업이 잘 없는데… 왜 이걸 그만두고 여행사를 차리셨나요?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나요?

“박수친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학교에서 선생만 했으니 세상 물정을 모를 거면서 다 말렸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부모와 가족이 말리는 길이라면 꼭 가야 할 길이구나’ 생각했어요(웃음).제가 교사로 10년을 지내면서 학교 수업으로도 그렇고 방학에도 그렇고 밖으로 참 많이 다녔어요. 봉사활동도 가고 여행도 가고. 그런데 아이들을 인솔해서 해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참 보람 있더라고요. 교실에서보다 세상 밖에서 만나는 제 모습이 더 좋았어요.”

Q. 여행 방식이 참 독특해요. 공정여행이랄까요? ‘세상에 없는 여행’만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대형 여행사 상품들은 현지에서 100만 원을 쓰면 그 중 5만 원 정도만 현지에 돌아가요.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만 가니까 지역내 선순환이 안 되죠. 저희는 가급적이면 현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획을 해요. 해당 지역이 고향인 토박이 현지인 가이드를 채용해서 진행하고요. 봉사여행을 할 때도요.

다른 여행사들은 잠깐 (현지 단체나 시설에) 들러서 뭘 하나 전달하고 사진을 한 장 찍은 뒤에 며칠씩 현지 관광을 해요. 저희는 그 반대에요. 그래서 현지에서 저희를 참 우호적으로 대해주세요. 참여하시는 분들은 ‘생각보다 빡세다’고 하시지만, 그래서 더 뿌듯하다고 다시 찾아주시고요. 그리고 노 쇼핑, 노 옵션, 노 팁으로 소규모 프라이빗 투어를 진행합니다. 저희 여행자 다수는 가족여행을 가시는 분들인데요. 이분들이 여행은 가고 싶은데 그동안 가이드 등쌀이나 옵션 때문에 힘들었거든요. 전문적인 현지 가이드와 함께 제대로 여행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세요.

그렇다고 저희 홈페이지에 ‘공정여행’이라고 쓰여 있지는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시는 공정여행사들은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저희는 좀 더 유연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재미있게 여행한 뒤에 ‘이것도 공정여행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계기만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Q.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을 만드시는 건데, 여행자들의 반응은 좀 어떤가요?

“현지 가이드와 한국인의 정서가 조금 다른 면이 있어요. 동남아 문화가 좀 느긋하거든요. 하지만 사실 어딜 가나 한국만큼 빠른 나라가 없어요. 그리고 많은 분이 잘사는 나라, 소위 ‘선진국’에서 느긋한 문화는 이해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어려운 나라에 대해서는 “이래서 못 산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 가이드들이 제대로 설명해서 동남아에서도 이것이 그냥 문화라는 점을 잘 알려드리려고 해요. 올해부터는 이런 취지에 공감하시고 저희 직원들과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자를 매 분기로 선정해서 평화상도 드립니다.

그래도 저희 여행자들은 대부분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저희는 여행 콘셉트가 기본 코스만 정해놓고 현지에서 일정을 조정하는 식이거든요. 그걸 많이 좋아하세요. 다른 여행사들은 호텔∙식당을 다 정해놓는데, 저희는 여행자 취향과 기호에 딱 맞추니까요. 그래서 출장을 가면 우선 찾는 게 맛집이에요. 6명이 같이 먹으면 한 군데밖에 못 가니까 2인3조로 나눠서 다녀요. 분위기∙위생∙맛 다 점검해보고 추천 리스트에 넣는 거예요.”

1월에 진행된 <아시아이주아동새싹기금> 기금 협약식

1월에 진행된 <아시아이주아동새싹기금> 기금 협약식

# 동남아 여행으로 얻은 수익을 이주아동들에게 !

Q. 기부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아름다운재단, 그중에서도 이주아동 보육권 지원사업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년까지는 현지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책이나 컴퓨터 같은 것들을 기부해왔어요. 최근에 결산해보니 지금까지 약 3,700만 원을 기부했더라고요. 그러다가 좀 더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사회공헌위원회가 한국에서도 기부할 곳을 찾아봤는데, 가장 신뢰가 가는 곳을 고르다 보니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희 수익이 동남아 여행을 통해 생긴 것이다 보니 이주아동 지원사업에 기부하게 됐고요.”

Q. 대표님은 아름다운재단의 16년 차 기부자이십니다. 그렇게 오래 기부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벌써 그렇게 됐나요(웃음)? 당시에 저는 그전에도 여러 단체에 기부해왔는데 아름다운재단의 등장은 충격적이었어요. ‘기부라는 게 내가 가진 것 일부를 나누고 끝나는 게 아니구나. 이런 식의 기부문화 운동도 가능하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재단이 많아지는 것이 한국 사회가 건강하게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이번에 기금을 조성하면서 수익금의 100%가 이주아동 어린이집에 기부되는 ‘여봉투어’ 상품을 출시하셨습니다. 수익금 전액 기부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올해부터 가치를 담은 상품을 조금씩 만들고 있어요. 이 상품 역시 이렇게 전적으로 사회 선순환을 위한 상품으로 만들었고요. 현지 봉사활동이나 사회적 기업 방문을 하는 투어에요. 사실 아직은 좀 반응이 저조합니다. 이런 활동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오시긴 하는데, 저희는 관심이 없던 분들에게도 확산되길 바라거든요. 이런 상품들이 알려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년부터 반응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Q. 직원 분들은 사회공헌 사업 과정에 어떻게 참여하고 계신가요?

“회사를 함께 운영한다는 마음으로 위원회를 많이 운영하고 있는데, 홍보위원회나 인사위원회도 있고 사회공헌위원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채용 조건 중 하나는 입사하면 기부를 하는 거에요. 이미 기부하고 있으면 괜찮고요. 그래서 직원들도 이런 일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사회공헌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도 계속 내고 있어요.

얼마 전에 이주아동 어린이집에서 직원들이 베트남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이 그걸 듣고 그림을 그렸어요. 그 그림을 바탕으로 기념품을 제작해서 저희 여행자들에게 어린이집을 홍보하려고 디자인 작업 중이에요. 이것도 사회공헌위원회에서 낸 아이디어입니다.”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과 함께 한 임직원 봉사활동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과 함께 한 임직원 봉사활동

# 덜 나쁘기 위한 ‘한 발짝’의 노력… 상식적이어서 특별한 여행 !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기부의 의미, 그리고 공정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희는 공정여행이라기보다는 상식 수준에서 여행하려는 것인데… 워낙 기존 여행이 불공정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현실에서 최대한 한 발짝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기부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사실 특별하게 볼 일은 아니죠. 기부가 낯설지 않은 게 훨씬 건강한 사회예요. 저희의 기부가 특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이제 곧 여행 시즌인데, 이 글을 볼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에 위해서 좀 더 제대로 공정하게 여행하기 위한 팁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여행을 가는 거니까요. ‘돈 낸 사람이 왕’이라는 생각만 안 한다면 공정여행의 가치를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자리에 있던 종이컵을 보여주면서) 제가 가급적 이런 걸 안 쓰려고는 하는데, 어쩌다 한 번 쓰면 며칠씩 재사용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각자의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한다면 그렇게 좀 더 세상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름휴가를 준비 중이라면!
상식적이어서 더 특별한 여행사 ‘세상에 없는 여행’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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