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확한 지원의 시작, 기본 권리 보장
안산동믿음지역아동센터 시설장 김영희 씨가 안산시 상록구 수암동에 깃든지 15년. 개척교회 목회자인 남편과 함께 터를 잡은 동네는 예상 외로 열악했다. 2004년의 서울 근교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스팔트 없는 진흙길이며 소 키우는 농가가 흔해서 당혹스러웠다. 공기 좋고 풍광이 좋아 모 재벌의 별장이 있는가 하면, 수도권 치고 집값이 싸서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도 상당했다. 고단한 일상과 풍요로운 자연이 어색하게 어우러져 압축된 공간. 유독 아이들이 많았다.
“동네에 교회를 개척했더니 아이들이 50명씩 오더라고요. 돌봐줄 사람도 없고 PC방 같은 것도 없었거든요. 어느 날 아이들과 지내는 걸 보신 동장님이 아동센터를 하면 어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렇게 공부방을 시작했죠. 그땐 제가 생활복지사였는데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저 열심히 했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뭘까, 어떤 지원이 좋을까, 그 생각만 했어요.”
수암동 아이들의 발밑엔 무관심이 떠돌았다. 골목을 뛰어다녀도 투명했고 웬만해선 포기됐다. 할 일 많은 부모에겐 무색무취 그림자에 가까웠다. 김영희 시설장은 그런 아이들에게 색을 입혔고 제 목소리에 집중하도록 독려했다. 양육자의 버거운 상황, 그 무게에 눌리고 덮이고 묻히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참견했다. 무엇보다 적확한 지원이 필수였다. 15년 동안 공부방이 아동센터로 바뀌고 29명 시설에서 49명 시설로 확대되기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확인하는 게 전국 각지의 지원 정보다.
“하교 후 간식과 급식은 기본이고 학습지도와 요일 프로그램이 있어요. 올해는 ‘아동․청소년 야간보호사업’을 지원받아 거의 매일 꽉 차서 돌아가고 있어요. 미술, 음악, 독서 등 문화수업과 더불어 좀 벅차더라도 중고등학생과는 학습 위주 활동을 하죠. 간식비 같은 게 엄청 많이 들어가는데(웃음) 우리 아이들에겐 공부가 무척 중요해서요. 캠프니 체험 활동도 필요한데 그럼에도 기본인 것들이 있어서 거기에 좀 더 충실하고 있어요.”
왜 교복 지원이 중요한가
기본에 충실한 지원은 간단하다. 의식주 불안 해소다. 자존감 형성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당연하고 자연스런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급식비가 부족한 방학 기간 지역아동센터에 급식비와 테마요리, 식생활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나, 아침을 먹지 못하는 센터 아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이다.
“요즘 밥 굶는 애들이 어디 있냐고 하시는데 분명 있어요. 돈보다 무관심 때문에요. 밥 먹는 걸 제대로 안 챙겨주시는 거죠.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지원들은 늘 아쉬워요. 저희 센터가 9시 30분부터 시작하는데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는 부모님이 아이를 문 앞에 데려다 놓으시거든요. 아침부터 와서 놀다보면 당연히 배고프죠. 한데 우리 센터가 점심과 저녁만 지원을 하거든요. 난감하죠. 그래도 굶길 순 없으니까 우유를 주든지 시리얼을 주든지 간단하게 해결해요.”
김영희 시설장과 함께 일한지 3년째인 신에스더 생활복지사. 그는 제한된 목적성 재정지원이 아이들의 기본 권리와 충돌할 때마다 괴롭다. 좀 더 직접적인 지원은 없을까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래서 아침마다 복지 관련 사이트를 매의 눈으로 훑는다. 여러 가지 지원을 많이 받아서 아이들을 최대한 적확하게 보살피려고 노력한다. 여성 용품이라든지 입학하는 학생들의 책가방이라든지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지나치고 마는 순간에 집중한다. 시설비용으로 지원받은 천만 원이 있어도 해줄 수 없어 안타까운 것들. 아름다운재단의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 지원사업도 그 연장선의 지원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을 앞둔 아이들이 있어서 내내 교복 지원 사업 공고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정부나 학교 차원에서 ‘선배 교복 물려입기’, ‘교복 공동구매’ 같은 캠페인을 진행한다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아이들이 있거든요. 이번에 저희 센터에서 지원받은 한부모가정과 다문화가정 아이들 다섯 명은 양육자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알게 모르게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게다가 동·하복 모두 지원 받을 수 있어 기쁨이 두 배입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비추는 사람들
안산동믿음지역아동센터 아동의 경우, 입학과 졸업 같은 행사도 스스로 해결한다. 특별하지 않은 양 그냥 지나친다는 얘기다. 양육자가 챙겨주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상급학교 진학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아이들이 언제 뭐가 필요한지 알지 못할뿐더러 공급도 어렵다. 그렇다고 일찍 철든 아이들이 일일이 부모에게 말하기도 쉽지 않다. 교복이라고 다르지 않다. 필요하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전전긍긍하기 십상. 심리‧정서적으로 중요한 청소년 시절의 첫 순간이자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 선 아이들에게 교복의 불안정성은 학교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교복뿐일까. 기본 권리를 놓치면 발생하는 결과다. 김영희 시설장이 더 촘촘한 복지를 지향하며 새어나가는 이들이 없는지 누차 확인하는 이유다.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항상 안타까워요. 저희 센터에 나오는 아동이 내년에 중학교에 가야하는데요, 사업이 잘 안돼서 신용불량으로 어려운 가정이에요, 아버지는 일용직,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세요. 한부모도 아니고 기본 건강보험료도 나가니까 지원 받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채무관계 서류를 뗄 수도 없고요. 부모님도 드러내지 않으려 하시니 방법이 없는 거죠. 엄마 혼자 키우는데 법적으로는 이혼 상태가 아니라서 증명할 수 없는 경우, 수입에서 경계에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는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걸 느껴요. 필요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닿을 수 있는가를 늘 고민하고 있어요.”
복지 밖의 아이들은 흐릿하다. 실체가 있는데도 투명한 냥 자꾸 통과한다. 목소리도 희미하다. 그래서 주로 지워진다. 안산동믿음지역아동센터는 그런 아이들을 호출하고 호명한다. 손을 잡고 이쪽과 저쪽을 살핀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돌봄을 제공하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 기부자가 반갑다. 굳이 ‘이’ 아이들을 찾아내 저마다에게 맞춤한 옷을 지어준 관심이 고맙다. 흐릿하지도 투명하지도 희미하지도 않다고 말 걸어준 따뜻한 마음에 감사한다.
“시설장님과 늘 이야기해요. 기부해주시는 분들이 우리 아이들의 밑거름인 것 같다고요. 기부자님이란 밑거름 덕분에 아이들이 자라고 그 아이들이 자라 또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뭔가를 베풀게 되겠구나 생각합니다. 저희만 해도 센터 출신의 대학생이 된 아이들이 와서 아이들한테 자원봉사를 해주거든요. 선순환의 시작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우승연 ㅣ 사진 임다윤
* 2018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지원사업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와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수진
센터장님과 생활복지사님의 환한 미소가 안산동믿음지역아동센터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열어주고 계심을 확신하게 됩니다. 희망이 가득한 모든 지원이 우리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니 감사가 넘칩니다. 새로운 출발점에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던 교복지원 사업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업 담당자님과 지원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