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스무살, 우리는 잘 보내고 있을까

분단과 불평등이 없는 사회를 안산지역에서부터 파장을 일으켜 나가자는 의미의 “일:다” . 이름처럼 안산지역 청년들에게 일:다의 잔잔한 파장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일:다의 전체 회원 중 60% 이상이 20~30대 청년으로 구성되었고, 일:다의 사무실은 청년들의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다는 스무살 청년에게서 아주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재밌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동안 안산 중앙역에 도착하였고, 주변은 높은 건물에 수많은 간판들이 뒤덮여 있었습니다. 청소년부터 20대까지 가장 많이 찾는다는 화려한 안산 중앙동 중심에 아담한 ‘일:다’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Q. 단체 이름 :에 쌍점이 붙어 있어요.

발음할 때 일~다. 이렇게 좀 길게 발음하는거에요. 파장이 인다는 뜻을 표현하고 싶어서 쌍점을 붙였어요. 하나 (一)가 모여 여럿이 되다 (多) 라는 연대의 뜻도 있고요. 2013년도부터 일:다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Q. 2013년도 이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었나요?

원래 ‘사람세상’ 과 ‘청년회’ 라고 단체가 두 개 있었어요. 87년 6월 항쟁이후 이곳 안산지역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민주주의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때 ‘통일마당’ 이라는 이름으로 두 단체가 합쳐져 활동을 했는데, ‘통일마당’이라는 이름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어요.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정권 때 통일단체에 대한 압박들이 있었거든요. 낯선 분들이 사무실에 들어왔고, 선배님들도 조사를 받으셨어요. 민주주의와 통일에 대한 자연스러운 지역 활동이 탄압을 받은 것이죠. 이후 2013년도에 이곳 안산 중앙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단체명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일:다는 90년대 ‘청년회’부터 이어져온 활동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청년의 사회참여’를 핵심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Q. 회원 대다수가 20대 이던데, 이곳 청년들에게 일:다의 활동이 의미가 있는 거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목소리를 내야한다’, ‘참여해야한다’ 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곳 중앙동에 캠페인을 하러 나가면 적극적으로 서명을 해주고 참여해주는 분들이 거의 고등학생부터 20대 초반 이더라고요. 최근에는 남북정상회담관련 뉴스를 밖에서 생중계했는데, 북에 가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곳, 통일이 되면 뭐가 좋을지 등에 대해 스티커 투표를 진행했어요. 평소보다 많은 학생이 투표에 참여해줬어요. 일:다가 사회 문제에 대해 지역의 청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20대 초반의 회원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Q. 이번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를 통해 기획하신 <스무살 학교> 프로젝트도 20대와 함께하는 사업이지요?

네. 스무 살에서 스물다섯 살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스무살 학교>를 기획했어요.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공동체 경험이 없는 친구들은 스무 살이 되어서도 친구 사귀는 법을 알려 달라고도 합니다. 마음에 병이 있는 친구들도 종종 만나고요. 자존감이 많이 낮은 경우죠. 참 안타깝더라고요. 사회참여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Q. <스무살 학교>가 올해로 두 번째인데요, 작년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올해 어떤 역할을 했나요?  

작년 1기 학생들이 올해도 참여해주었어요. 한축은 스무 살 학교 2기 기획단으로 참여했고, 다른 한축은 사회이슈 영상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 중입니다. 단체에 활기가 되고 있어요. 노래 동아리에도 스무살 친구들이 들어와서 힘이 많이 되고 있고요. 특히 올해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2기 학생들과 제주도에서 ‘길에서 꿈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Q. 제주도에서 잊지 못할 일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제주에서 ‘4.3 투어’를 했어요.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친구들이 알게 된 거 같습니다. 최근 지방 선거 때 안산지역에 4.16안전 공원 찬반으로 많이 시끄러웠어요. 납골당이라고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죠.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한 친구가 이번 제주도 4.3 투어 이후 기억하는 것의 중요함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4.3을 기억하는 과정을 본 아이가 안산에도 그런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는 시간을 주었는데, 저희는 당연히 신나서 일정을 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많이 어려워하더라고요. 자유 투어 말고 일정을 짜달라는 친구들 반응에 많이 난감했었습니다. 결국에는 서로를 챙겨주고 일정을 짜서 잘 마무리했어요. 돌아와서는 방학식 때 모두가 참여했고, 하반기에 꼭 다시 만나자고 서로 약속했어요.

그리고 제주도에서 10년 후 나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어요. 친구들이 지금 20대니까 십년 후에는 서른이더라고요. 꿈을 가득 적을 수 있는 나이였어요. 그런데서 오는 위로가 있어요. 지금 시작이어서 좋겠다. 잘 될 수 있게 옆에서 잘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도 하고요. 5박 6일이 길긴 길었어요. 친구들이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 막막함 이런 걸 다 쏟아내고 털고 온 느낌이에요. 아름다운재단 덕분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아름다운재단은 우리를 믿는 느낌이 듭니다.

‘안산새사회연대일다’ 의 김송미 활동가

올해로 두번째 진행중인 ‘스무살학교’ 의 상반기 일정이 담긴 포스터

Q. 스무살 학교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꾸 제 스무살 적을 떠올리게 됩니다. 선생님은 어떤가요?

스무살이 딱 됐을 때,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점수에 맞춰서 학교에가고, 졸업 후에는 학과에 맞는데 취직하게 되고요. 지금 일:다는 제가 22세 때 만났어요. 봉사활동하고 싶어서 검색해서 찾아왔죠. 근데 선배들이 사회문제 얘기하고 그러는 것이 솔직히 적응도 안 되고 부담스러웠어요. 근데 선배들이 챙겨주는 게 좋더라고요. 계속 생각나고요. 어린나이에 고마운 마음이 컸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문제에 나도 같이 관심을 갖게 됐어요.

Q. 본격적으로 활동가가 되셨을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기도 있었던 거 같아요. 선배들이 단호하게 대처하는 걸 보고 전에 몰랐던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여성주의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제 인식도 변해갔습니다. 최근에는 청년 네트워크로 일:다가 시의 청년정책팀과 함께 회의하며 사진을 찍는데 어떤 분이 저한테 “거기 빨간 머리, 저쪽으로 가라” 고 하더라고요. 제 직책으로 불린 적도 없고, 제 이름을 아예 안부르고요. 최근에는 ‘여성’, ‘청년’, ‘활동가’ 라고 하대하는 거에 좀 민감해진 거 같습니다.

Q. 경험을 통한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스무 살에 꼭 경험해봤으면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공동체 경험이요. 공동체를 경험한 친구와 아닌 친구의 차이가 큰 거 같아요. 친구 중에 학교 캠프에서 한 달 내내 친구들을 챙기는 일을 한 친구는 그 경험이 좋아서 학교를 가고 싶어해요. 그 친구가 오면 분위기부터 달라져요.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분위기가 생겨요. 혼자 각박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뭔가를 같이 하는 경험이 중요한 거 같아요. 같이 뭔가를 해서 이뤄내는 걸 맛본 사람은 달라요. 그래서 공동체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아리도 학생들이 너무 바빠서 잘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기사에서 친구들이 까페에 가는 이유가 혼자 있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여러 사람이 있는 걸 보고 싶어서 간다는 말도 있고요. 타의에 의해서 쌓을 수 있는 스펙이 아니라 친구들이랑 뭔가를 같이 해보는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을 할 때 생기는 자신감이 있어요. 공동체를 경험해보면 혼자의 중요성도 알게 되고 ‘같이’의 중요성도 알게 되는 거 같아요.

Q. 그런 걸 스무 살 친구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스무 살 친구들을 어떻게 만나면 좋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자문도 구했어요. 그 중에 감정카드는 만나는 날 앞 뒤로 작성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어요. 오늘 하루 마무리하면서 어떤 감정을 지냈는지를 글로 써보는 시간이었죠. 친구들이 와서 자기 얘기를 많이 할 수 있게 했어요. 친구들이 프로그램 마지막에 감정카드 썼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내 이야기를 하는 과정.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을 즐거워했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요. 그리고 이 공간이 포근한 느낌이 들도록 청소도 엄청 열심히 했어요. 테이블보도 씌우고, 커피도 끓이고, 공간 분위기에도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그래야 마음놓고 자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만약 스무 살 학교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나요?

두 가지 목표가 있어요. 하나는 친구들이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다른 하나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어떤 부당한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걸 인식하는 시민으로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 저와 일다의 목표입니다. 쉽지 않죠. 자극도 줘야하고. 스스로 깨닫게 뭔가를 계속 만들어야하고. 그런 과정을 겪은 친구들이 다음 친구를 맞이하고. 그런게 반복되다보면 사회에도 변화가 생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변화하는 친구들을 보면 저도 힘이 나고요. 자극도 됩니다.

Q.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를 통해 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작은변화’에 대한 생각을 묻게되는데요. 지금 선생님이 생각하는 작은변화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일다의 <스무살 학교>의 작은변화는 ‘뿌리가 깊어지는 과정이다’ 라고 생각해요. 바람에 흔들릴때도 있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의 순간도 있어요. 스무살 학교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면서 그런 걸 겪고 뿌리가 깊어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거죠. 뿌리가 깊어지면 흔들리지 않아요. 저 스스로도 활동을 계속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뿌리가 깊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른 시간에 만난 ‘안산새회연대 일:다’의 김송미 활동가는 제주도에서 감기에 걸렸다고 연신 기침을 했습니다. 심한 감기몸살만큼이나 활동가로서의 성장과 스무 살 친구들을 아주 가까이서 응원해주는 선생님으로서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문득문득 내 스무 살적이 그립고 생각이나서 콧잔등이 시큰시큰해지는 순간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알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하고 겁이 나는 바닷물 속으로 과감하게 맨 먼저 뛰어드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합니다. 건너보지 못한 바다 앞에서 누군가는 아예 건너지 않기로 결심하고, 예상치 못하게 뛰어들기도하고, 마음먹은 대로 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죠. 제가 만난 ‘안산새회연대 일:다’ 와 김송미 활동가는 누구보다 용기 있게 바다로 뛰어든 ‘퍼스트 펭귄’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글 권연재 간사 ㅣ사진 송혜진 간사

2018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올해는 총 38개의 단체와 7개의 시민모임이 선정되었습니다. 1년간의 사업수행 기간 중 선정 단체와 모임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중간방문을 진행하였습니다. 그중 7개 단체와 1개 시민모임을 방문하였고, 8개의 인터뷰 콘텐츠가 연재됩니다.

  • ‘도시공원의 작은변화’ : 환경운동연합 <공원일몰제 대응 및 조직화사업>
  • ‘노동조건의 벽 허물기’ :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 월담 <최저임금 올리 GO~ 지키 GO>
  • ‘스무살, 우리는 잘 보내고 있을까’ : 안산새회연대 일다 <함께 꿈을 찾는 스무살 학교>
  • ‘다시 만난 세계, 다시 그릴 세계’ : 젠더정치 연구소 여.세.연.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위한 지방선거 Watch dog 프로그램>
  • ‘사과’ :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
  • ‘너,나,우리’ : 부산어께동무 <제9회 부산평화영화제>
  • ‘관계’ : 내미는 마음 <부산지역 쪽방주민 자치조직 만들기>
  • ‘이웃’ : 아시아의 친구들 <화성외국인보호소 정기방문과 모니터링>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