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 마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교토 군용비행장을 짓기 위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과 그 후손이 모여 살았던 마을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법원과 개발업자가 ‘땅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유엔의 강제퇴거 금지 권고안도 무시한 채로 우토로 주민을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퇴거 위기에 놓인 우토로 주민들의 소식이 알려지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많은 시민이 모금에 참여했고, 그 결과 토지 일부를 매입하여 우토로 주민들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 4월, 우토로 주민들의 시영주택 1기 입주를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열렸고 재일동포, 일본인, 한국인 활동가들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우토로와 함께했던 활동가들에게 우토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떤 의미일까요?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 우토로를 알리며 우토로의 변화를 지켜본 활동가, KIN(지구촌동포연대) 배덕호 대표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KIN(지구촌동포연대) 공동대표 배덕호입니다. KIN(지구촌동포연대)는 1999년 창립되었어요. 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 시기에 국외 여러 나라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해외동포들의 역사를 알리고 동포들이 처한 문제를 상호 수평적 관점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중국, 러시아, 일본에만 400만명의 해외동포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이 처한 문제는 다양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Q. 해외동포들이 처한 문제들이 다양하군요. 우토로도 그중의 한 사례이지요?
2004년 하반기, 우토로 동포들의 처지가 처음으로 국내에 알려졌어요. KIN 활동가들이 국내외 상황을 알아보니, 우토로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단체나 모임이 없었습니다. KIN(지구촌동포연대) 활동가들이 여러 논의 끝에 우토로 마을을 찾아 1세분들을 중심으로 구술 인터뷰를 기록하고 알렸어요. 이후 ‘빼앗긴 60년 우토로에 새 희망을!’ 이라는 모토로 <우토로국제대책회의>를 결성하면서 지금까지 우토로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Q. 10년 전 <우토로희망모금>에 많은 시민이 참여해주셨는데,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강제퇴거 위기에 처한 우토로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토로를 알지 못했던 국내 수많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졌어요. 전국의 고사리 같은 어린이들의 정성어린 손길도 줄을 이었어요. 위기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온라인 운동도 확산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시민들의 연대로 이렇게 힘을 모았기 때문에 우토로 동포들이 서로 뭉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사회의 양심적인 시민들도 우토로와 함께 할 수 있었고, 우토로 동포들이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Q. 드디어 우토로 주민들이 새로 지어진 시영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축하하는 마을 잔치에 함께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시영주택이 들어선 지금의 자리는 과거 우토로 동포들이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정든 자리였고 역사가 깃든 장소입니다. 그간 우토로에 살았던 많은 1세분들이 돌아가셨습니다. 이번 잔치를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이 무척 가슴이 아파요. 오늘이 일본 땅에서 돗자리 넓게 깔고 숫불에 고기를 구워 술 한 잔씩 나누는 풍경은 국내에서는 이미 볼 수 없는 귀한 장면입니다. 마을 잔치를 지켜보며 우토로 동포들이 과거 고된 삶 속에서도 서로 의지해왔다는 것과 앞으로도 이 터전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을 느꼈습니다.
Q. 이제 우토로 주민들의 삶도 조금씩 달라질까요? 앞으로 우토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1세분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우토로 마을도 이제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남은 시영주택이 완성될 때까지 서로 믿고 의지하며 함께 협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과거 우토로 마을의 모습은 많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토로 마을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기록과 사진, 우토로 70여 년의 역사가 담긴 마을 입간판, 그림, 자료 등등 많은 현장의 자료들을 잘 챙기고 보관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우토로 역사를 기록할 우토로 평화기념관을 건립해서 우리와 다음세대가 모두 우토로를 기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우토로 주민에게 그리고 한국의 시민들에게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어떤 의미가 될까요?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은 우토로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함께 했던 국내외의 시민들과의 약속이었습니다. 지난 70여 년 간 우토로 마을을 일궈왔던 1세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마을의 집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우토로의 역사도 잊혀 질 수 있습니다. 우토로 주민들의 70년의 삶과 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한 평화기념관은 그야말로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이 땅과 역사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한 재일동포, 한국 시민, 양심적인 일본인들,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후세들에게도 두고 두고 귀감이 될 것입니다.
Q.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10년 전 시민 모금을 통해 평화기념관 부지는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제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예산을 마련하는 모금운동을 펼치고, 평화기념관에 기록되어야 할 콘텐츠 확보 및 역사보존사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2기 시영주택 완공 시기를 고려하여 2021년부터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Q. 1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우토로의 작은 변화들을 지켜보며, 개인적인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가 우토로 마을을 처음 방문했던 때가 2005년 초겨울로 벌써 13년 전입니다. 단체의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심 없이 함께했던 KIN(지구촌동포연대) 활동가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 어려웠을 것입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마다 밤낮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우토로를 지켜온 우토로주민회를 비롯한 일본시민단체 관계자 그리고 동포들의 ‘영원한 벗’인 재일동포 활동가들에게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Q. 시민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일제강점기 역사는 남과 북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해외 여러 나라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삶 속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특히 우토로 동포들의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도록 전국의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제는 우토로 동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린 역사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활동에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전국 방방곡곡, 그리고 전세계에 뜻있는 시민들이 들풀처럼 일어나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Q. 아름다운재단도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우토로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 응원 한마디 부탁드려요!
우토로 동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부터 발 벗고 나섰고,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함께 해주는 <아름다운재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기억할게 우토로!’
글 | 장혜윤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