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상반기에 작지만 특별한 공모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특별지원 – 인프라 지원사업>이 그것이죠. 정부, 지자체 지원 없이 대부분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민간단체. 활동비, 운영비, 사업비만으로 쓰기에도 부족한 재정 때문에 컴퓨터 하나, 카메라 하나 구입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 단체들에게 작지만 꼭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인데요.

올해 선정된 총 23개 단체가 정해진 예산 내에서 더 좋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알아보고, 두드려보고, 발품팔고 하여 마무리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컴퓨터 하나, 카메라 하나.. 이런 작은 물품들이 단체들의 일상에, 활동에 어떤 날개를 달아주었는지 함께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이야기를 함께 나눠주신 단체에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앞으로도 작지만, 공익활동에 꼭 필요한 것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국제민주연대 새내기 활동가인 나는 종종 사무실 구석 어딘가에서 내 연식쯤 되어 보이는 물건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칠성사이다 로고가 박힌 매끈한 유리잔이나, 모나미 볼펜 종이포장 등이 포착될 때마다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나오는 소품들을 발견한 것 같아서 재밌다. 이런 골동품들은 빈티지를 컨셉으로 한 카페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잘 보관해뒀다가 비싼 값에 팔면 단체 재정에도 보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효자템(효자아이템)들은 잘 간직해둬야 한다.  

1963년  출시 초기 153볼펜의 신문광고 [사진제공=모나미],

1963년 출시 초기 153볼펜의 신문광고 [사진제공=모나미], 1963년 출시 초기 153볼펜의 신문광고 [사진제공=모나미], 사무실 서랍장에서 발견한 모나미 펜의 포장 패키지는 이 광고의 것과 거의 같았다.

 

한편, 오래될수록 국제민주연대 식구들의 속을 썩이는 물건들도 있다. 그것은 바로, 컴퓨터다.
전원버튼을 누르면 ‘웽’ 하고 굉음을 내서 마치 아스팔트 바닥을 뚫는 공사 현장에 나와 있는 느낌을 주는 컴퓨터.
가끔씩 전원이 나가 몇 번 애를 먹은 기억을 바탕으로, 이제는 중요한 작업 시 자동으로 저장 버튼에 손이 가게 만들어준 컴퓨터.
어떤 날은 한 번에 켜지지만, 어떤 날은 수없이 반복해야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오는, 당신의 허락을 받아야만 작업이 가능한 컴퓨터.

국제민주연대활동가들은 매일 이들과 사투를 벌이며 일을 한다. 그래도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작별할 때가 온 것 같다.

마침 아름다운 재단의 특별 기자재지원 사업도 접수 중이기 때문이다. 사실 국제민주연대는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를 통해 기업과 인권 활동을 해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가 선정될 수 있을까 걱정은 했지만, 날것 그대로, 국제민주연대 사무실 컴퓨터의 상태를 알려드리기로 했다. 

마지막 발악이기라도 한 듯 신청서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컴퓨터 한 대의 파워와 그래픽카드가 고장이 났으며 내가 쓰는 컴퓨터는 이전보다 더욱 자주 블루스크린을 보여주었다. 그러던 와중에 국제민주연대가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사무국 식구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아, 사진 찍어둘 걸.

곧 주문한 컴퓨터가 배달되었고, IT 업종에 종사하시는 회원님의 재능 기부로 사무실에 새 컴퓨터를 설치했다. 기존 컴퓨터에서 작업했던 파일들을 옮기고, 프로그램을 깔면서 새 컴퓨터와 친해지는 의식을 치루었다. 이제 남은 것은 빨라진 속도에 비례하는 나의 브레인!

지원받은 기자재들

지원받은 기자재들

 

비록 내 뇌의 회전능력이 비상하게 향상되진 않았으나, 각종 스트레스는 확실히 줄었다.

최근 국제인권 이슈를 다루면서 이를 느꼈다. (증명 불가긴 하지만) 현재 태국에서는 쿠테타를 선포한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 총장이 실권을 장악한 상태라 인권탄압이 심각하다. 정치인, 학자, 언론인, 인권활동가 등을 비롯하여 군부에 비판적인 사람이라면 모조리 소환장을 발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체주의를 비판한 소설인 조지 오웰의 <1984>를 거리에서 읽기만 해도 경찰에 잡혀갈 정도이니, 태국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여전히 많기는 해도, 현지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국제민주연대는 기자회견을 준비해야 했는데, 이 모든 작업이 새 컴퓨터에서 진행되었다. 아직 초보활동가인 나는 성명서, 취재요청서, 보도자료 등을 준비할 때, ‘썼다 지웠다’를 무한 반복해야 하는데, 다행히도 새 컴퓨터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글짓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미지 작업도 수월했다. 보통 이미지를 얻기 위해 구글이미지를 검색하면, 로딩 시간이 길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문제도 없었다. 눈에 명확히 보이는 지표 같은 건 없지만, 이는 나의 역량 강화(?)에 도움을 주었다.    

작업중인 국제민주연대 인턴의 모습

작업중인 국제민주연대 인턴의 모습

 

한편 나는 상근활동가라 사무실의 컴퓨터 중에서도 성능이 제일 괜찮은 컴퓨터를 썼지만, 자원활동가는 제일 느린, (게다가 소음은 덤) 컴퓨터를 써야 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집에서 작업하는 거였다면, 그 자원활동가는 컴퓨터를 던졌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자원활동가는 새 컴퓨터로 번역 잡업을 하고 있다. 새 걸로 하는 건 어떤지 물었더니, 최근에 본 미소 중에서 가장 밝은 5000루멘급 미소를 보여주며 정말 좋다고 했다. 네이버 영어사전 찾기가 훨씬 더 수월해졌다며!

독지가가 홀연히 나타나 국제민주연대에 거액의 기부를 하거나, 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는 한, 국제민주연대활동가들은 없는 것보단 낫다며 최대한 버텨가며 애증의 컴퓨터들과 함께 작업을 했을 것이다. 모두의 얼굴에 주름이 1mm쯤 더 생기기 전에, 컴퓨터를 지원받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들은 새 컴퓨터를 대단히 잘 활용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글.사진  국제민주연대

 

『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이하 국제민주연대)』는 인종, 종교, 성, 민족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권리를 존중받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있어 작은 밀알이 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2000년 2월에 창립한 단체입니다. [국제민주연대 홈페이지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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