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풀뿌리 단체의 다양한 공익활동(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사업, 시의성 높은 사업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지원하는 ‘스폰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다양하고 알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이 작은변화를 만들어왔을까요? 여러분께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청년유니온은 2010년 3월에 창립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9년 동안 최저임금 운동을 해왔습니다. 최저임금은 청년유니온이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여다본 사업이었습니다. 분명히 대한민국에는 최저임금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이 여겨지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 시작은 편의점이었습니다. 편의점은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너무 손쉽게 노동권을 침해당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청년유니온은 직접 발로 뛰면서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최저임금 위반사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청년유니온의 첫 번째 최저임금 사업은 그렇게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 월급으로하면 약 157만원정도입니다. 사실 금액만 두고보면 한명이 한달동안 온전한 삶을 꾸리기엔 여전히 부족한 금액임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금액이 아니라 16.4%라는 인상률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는 너무 급격한 인상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손에 더 쥐게된 15만원 덕분에, 청년들은 월세 걱정을 조금 더 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조금 덜 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를 위한 작은 적금을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청년유니온이 지금까지 해왔던 최저임금 운동의 성과이고, 청년들이 함께 만들어간 새로운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이야기하면서 논의되는 과정들은 조금 불편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꾸려가는 청년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희망을 놓치게 될까봐 너무 두렵기도 합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법입니다. 하지만 그 논쟁 안에 적당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은 삭제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삶이 어려워지는 사람들, 소상공인의 이야기나 최저임금과 상관없이 살아가는 높으신 연구자들과 정치인들의 이야기들만 넘쳐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삶의 변화와 기대가 도래했는지는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것에 온 힘을 다하고자 하였습니다.
물론 어떤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거나, 피해를 본다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외면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어떤 한 개인이 포함되어 있는 사회의 모든 제도와 정책들은 다층적으로 이루어져있고, 그것들이 온전한 선순환 구조를 가지기 위해서는, 모든 것들이 각각의 목표에 맞게 가장 효율적으로 세팅되어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맞게 작동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다른 정책들로 함께 지원하며 소상공인으로 살아가는 다른 한 사람의 삶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년유니온은 그 여러 논쟁이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자료로 만들고, 구체화하기 위한 사업들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5월 25일 금요일 새벽, 국회 소관 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청년유니온 사무실에는 평소에 8배에 달하는 노동상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청년들의 이야기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존재했습니다. 이번 개정된 법률의 내용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혹시 내 임금을 깎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괴로워하는 청년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즉시 2개의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청년 가계부조사”였고, 다른 하나는 “청년 임금명세서 실태조사”였습니다. 가계부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최저임금 액수가 부족하고, 얼마만큼의 인상이 필요한지를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임금명세서 실태조사는 청년들이 이번 개정법률로 임금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를 확인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임금명세서 실태조사는 원했던 것만큼의 표본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청년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에서 임금명세서는커녕, 자신의 임금구성항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자신의 노동조건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무언가 내게 영향을 주는 제도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변경된다는 것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상담을 하면서도 그런 자신의 노동조건을 알려주기 위한 대화와 상담을 주로 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청년들에게 최저임금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리고, 이후에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좋은 노동현실에서 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계속 될 것입니다. 다만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짧은 시간동안, 그리고 계속해서 급변하는 정세속에서 필요한 만큼 온전히 몰입하여 사업을 진행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이 진행되면서 최저임금이 청년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는 것, 그리고 이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청년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방안들을 함께 모색할 수 있겠다는 새로운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사업 덕분에, 어쩌면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놓쳐버릴 수도 있었던 시기를 잘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세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글ㅣ사진 청년유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