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 몸담아 온 지난 5년여 동안 여러 자원활동가들과의 만남이 있어왔다. 자료 번역, 행사 준비 등 주로 업무 관련 도움을 받는 것에서 인연이 시작되지만, 일이 끝나고 나서도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고마운 경우가 더러 있다.
어떤 청년은 자기 나이(X 만원) 만큼의 기부금을 들고 매년 재단을 방문한다. 한 고등학생은 어린이 나눔캠프에서 사진촬영으로 2년간 자원활동을 했는데 며칠 전 어엿한 예비 대학생으로 변신해 나타났다. 어떤 학생은 직장인이 되어 불쑥 찾아와 기부 약정서를 쓰고 가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도 재단을 기억하고 찾아준다는 것 만으로도 참 고마울 따름이다.
올 크리스마스는 유독 분위기가 안 난다며 툴툴대고 있던 지난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옥인동 아름다운집에 산타가 나타났다. 산타의 정체는 바로 2011년 연구교육팀에서 자원활동을 했던 YH!! 무더운 여름에 골방(?)에 갖혀 엄청 빡쎈 자원활동 + 사회복지실습을 마친 그는 몇 년간 한 비영리단체에서 일해오다가 몇 달 전 과감히 새로운 도전을 했다.
홍대에서 친구들과 함께 ‘파퍼스 케틀콘’이라는 팝콘가게를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맛의 팝콘(엄밀히 말하자면 핸드메이드로 구워내는 케틀콘) 뿐 아니라 올 여름 핫템이었던 팝콘+아이스크림,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는 가게이다.
YH네 가게는 이번 연말을 맞아 5개 단체에 팝콘 50개씩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YH는 나에게 어떤 단체에 팝콘을 나누면 좋을지 물어왔는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냉큼 ‘아름다운재단’이 적격일 것 같다고 추천했다. 오후 서너 시쯤 되면 간식거리를 찾아 헤매는 간사님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서. ^^
오후 3시, 갑작스런 산타의 등장에 사무실이 들썩였다. 쑥스러워하는 산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팝콘 배분을 시작했다. 다들 아이들 마냥 좋아라 하며 봉지를 뜯는다. 고소한 냄새 + 왜 이렇게 맛있냐는 즐거운 아우성(!)이 이내 사무실에 가득했다.
YH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게도 무척 바쁠 텐데 직접 찾아와주어 정말 고마웠다. 썰렁하던 크리스마스이브가 이렇게 업(up)되다니! 일을 하면서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굉장한 기회인 것 같다.
동료들과 맛난 팝콘을 나누어 먹으며 난 참 사람 복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2015년 새해에는 어떤 만남이 있을까? 사업파트너이든, 장학생이든, 자원활동가이든. 작은 인연이라도 좋은 인연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음 좋겠다. 나눔은 만남을 통해 이뤄지고 확산되니까.
아울러! 그 동안 함께 했었던 많은 자원활동가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립고, 보고싶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금은 비록 연락 닿지 않는 친구들이라도 혹시 이 글을 본다면, 그대들의 수고와 노고 덕분에 많은 일들을 감당해낼 수 있었다고, 함께 열정과 에너지를 나눌 수 있어 너무 고마웠다고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