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공설시장 2층 청년몰 물랑루즈의 광장 무대가 소란스러워졌다. 오늘은 1318 Happy Zone 행복스케치의 버스킹 팀 ‘예감’의 공연이 있는 날. 노래와 연주, 춤 등 다채로운 무대로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는 이들은 군산에서는 이미 유명한 10대 뮤지션들이었다.
예술로 감동을 주는 사람들 ‘예감’
군산 공설시장 2층 청년몰 물랑루즈 광장에 노래가 들려왔다. 애절한 가사 만큼이나 아련한 목소리가 광장의 관객을 사로잡는 무대. 주인공은 앳된 얼굴의 두 소녀, 1318해피존 행복스케치의 예술단 ‘예감’의 보컬 팀이다. 1318 Happy Zone 행복스케치(이하 행복스케치)는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로 1318세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1318세대의 성장과 자립을 돕고 있다. 그리고 물랑루즈에서는 행복스케치의 예술단 ‘예감’이 한 달에 한 번씩 버스킹을 선보이고 있다.
예감은 ‘예술적 감각을 가진 사람들’과 ‘예술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공연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직접 이름을 만들었어요. 예감 안에 보컬, 밴드, 댄스, 색소폰 연주 등 다양한 공연 팀이 있죠.”
아이들에게 처음 버스킹을 제안했던 행복스케치 채현주 센터장의 설명이다. 예감의 버스킹은 노래 공연으로 단출하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댄스, 색소폰 연주, 밴드 음악 등 무대가 다양해졌고, 공연을 거듭하면서 아이들은 프로 뮤지션 못지않은 무대를 선보였다. ‘예감’이란 이름으로 댄스팀 ‘홀릭’, 색소폰 연주팀 ‘악당’, 밴드 ‘TAKE’ 같은 팀을 꾸려 팀별 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웠고, 스스로 공연을 기획해 청소년 페스티벌, 학교 축제, 공설시장, 지역 축제, 근대 역사박물관, 은파유원지 등에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무대를 꾸몄다. 여름 방학에는 대천으로 워크숍 겸 버스킹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버스킹을 시작한지 3년, 행복스케치의 ‘예감’은 어느새 군산에서 입소문 난 10대 버스킹 팀이 되었다.
무대에서 성장한 아이들
각종 청소년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정도로 실력이 있었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행복스케치 아이들에게 낯선 장소, 낯선 사람 앞에서의 거리공연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무대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은 제 실력을 발휘했고, 무대에 선 아이들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무대에 익숙해지자 아이들은 관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두려움과 마주하는 것이었다. 알아서 일정을 조율해 연습하고, 공연 기획은 물론 공연 장비, 음향 확인 등 무대 진행도 척척 해내며 예감의 아이들은 스스로 어른으로, 모두 제 삶의 주인공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무대 위의 주인공을 빛내는 것은 조연의 역할이었다.
아름다운재단 지원이 있어 내내 든든했어요. 지원금 덕분에 애들이 공연 후에 배불리 먹일 수 있었죠. 방학 때는 군산에서 벗어나 1박 2일 버스킹 여행도 다녀올 수 있었고요. 지원금 자체가 주는 의미도 컸어요. 저희 무대를 지지를 한다는 의미잖아요. 지원금은 아이들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 줬어요.”
버스킹을 3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음악 레슨, 공연 장비 구입과 대여뿐 아니라 식사, 차비 등 크고 작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까닭이다. 특히 식사와 차비 등 버스킹 진행 경비는 소소하지만 버스킹 횟수가 늘어날수록 부담이 커졌다. 1박 2일 버스킹 여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산이 빠듯했던 행복스케치에게 아름다운재단의 지원금은 단비와 같았다. 센터와 아이들에게 아름다운재단은 경비 걱정 없이 버스킹을 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자 군산의 10대 버스킹 ‘예감’의 무대를 지원하는 후원자였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더 지원해 주고 싶은 것은 바로 음악적 자극과 소통이다. 채현주 센터장은 아이들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선배 뮤지션과의 만남이 지역에서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버스킹을 하며 생기는 질문, 무대 기획 방법, 음악으로 진로를 정한 아이들의 고민 등 진지한 음악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에선 다른 뮤지션의 공연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적잖아요. 전문 뮤지션과의 교류는 꿈도 못 꿔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선배 뮤지션들에게 고민도 상담하고, 음악적 조언을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대 시절의 빛나는 추억, 버스킹
제가 내성적이고, 관계를 맺는 게 어려워 춤추기 시작했어요. 춤추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이더라고요. 춤을 추면 저도 밝아질 것 같았죠. 그리고 버스킹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거 같아요. 어른이 돼도 지금을 생각하며 힘낼 수 있는 그런 추억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센터를 다니기 시작했고, 버스킹을 하면서 친구들과의 추억도 쌓았죠. 진로도 음악으로 정했어요. 대학을 실용음악으로 가서 타악기나 드럼을 전공하고 싶어요.”
댄스팀의 리더이자 공연 MC를 맡았던 학생은 내년이면 대학생이 되어 공연 팀 ‘예감’을 졸업한다. 팀의 막내에서 어느새 큰 형이 된 심정원 군은 진로를 음악으로 정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음악은 힘든 시절을 함께한 버팀목이었고, 평생을 함께할 소중한 추억이며, 내일의 꿈이 된 것이다. 그리고 매일 매일 한 뼘씩 자라는 아이들이 무대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단단해지는 동안 행복스케치의 버스킹은 군산의 어느 거리, 공원에서 내내 이어질 것이다.
글 이명아ㅣ사진 서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