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퇴소 및 위탁종료 대상 주거안정 지원사업]이란? 부모의 이혼이나 사망, 빈곤 등으로 인해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은 만18세에 도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호가 종료됩니다. 정부와 민간에서 여러 자립지원을 하고 있지만 충분한 준비나 유예기간 없이 자립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사회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불평등한 출발선에 있는 이들의 자립을 응원하며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과 함께 <시설퇴소 및 위탁종료 대상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200여 명 대상으로 1인당 최대 500만 원의 주거비 지원과 자립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설퇴소 및 위탁종료 대상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1인 최대 500만원 주거비 지원과 재무관리 등 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받은 이들의 삶에 어떤 작은변화가 생겼을까요? 사업 종료를 앞두고, 2016년부터 주거비를 지원받은 보호종료아동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늘었어요.


<2018 주거비 지원자 혜원(가명)>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과 월세를 내야 했는데 자금이 부족했어요. 대학원에 오면서 기초생활수급이 끊긴 데다 국가에서 받은 디딤씨앗통장에도 돈이 많지 않았거든요. 급한 대로 디딤씨앗통장을 보증금으로 걸고 여러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월세를 충당했습니다. 시간을 쪼개어 생활할 수  밖에 없었어요. 잠은 나중에 자는 거라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주거에 안정감이 생기니까 목표가 더 뚜렷해졌어요. 2시간이던 공부시간이 5시간까지 늘어났고 계획대로 생활하게 되니 추진력이 생기더라고요. 일본어 자격증 취득을 시작으로 일본기업 공채에 도전했고, 최종 합격 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집중해서 준비했기에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보다 쾌적한 주거지에서 살게 되었어요.


<2018 주거비 지원자 / 보라> 이전 집은 LPG 가스를 이용하는 곳이라 난방비가 굉장히 비쌌어요. 최소 생활비로 사는 저에겐 큰일이었죠. 보일러를 켤 수가 없었어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이 계속되자 집주인이 전기장판을 주시기도 했지만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혹한이 찾아온 날이면 교회 집사님의 집에서 지내며 긴 겨울을 버텼어요.

러브하우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게는 지금 사는 집이 그런 곳이에요. 주거안정 지원사업 자립역량강화프로그램에서 배운 좋은 집 구하기에 딱 들어맞는 곳이죠. 냉난방 걱정 없고 햇볕도 잘 들고 깨끗하거든요. 몸만 편하게 뉘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이에요. 가끔은 친구들을 부르기도 하는데 작은 카페 같다고 부러워하더라고요. 

든든한 지원군!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생겼어요.


<2018 주거비 지원자 선재(가명)> 보증금을 모아서 답답한 고시원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생전에 남긴 빚 때문에 뜻하지 않게 대출을 받았는데 그게 보이스피싱이었어요. 다른 곳에서 돈을 다시 빌렸고, 이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더니 가압류까지 들어오더라고요. 혼자 감당하기에 벅찬 시간들이었어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제게도 통하더라고요.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간절히 원했던 나만의 보금자리를 갖게 되었어요. 싱크대, 화장실이 있는 원룸이죠. 방을 구할 때 아동자립지원단에 이것저것 많이 묻고 귀찮게 했는데 늘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했는데 의지할 곳이 생기니 너무 든든하더라고요. 세상에는 순수한 선의가 존재한다는 것과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든 희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아동자립지원단에서 모니터링 오셨을 때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요. 이제 다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요. 평범한 말이지만 제겐 큰 위로와 의지가 되었어요. 그 말처럼 된 것 같아 정말 행복해요.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집 구하는 방법, 재무관리 방법’을 듣고 안정된 주거지에서 살게 되었어요.


<2016 주거비 지원자 지훈(가명)>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배운 게 많아요. 특히, 자립역량강화 부동산 관련 교육은 정말 유용했죠. 보호자 없이 혼자 집을 구하다 보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보증금을 떼이기도 하고 계약이 끝나기 전에 쫓겨나기도 하고요. 그럴 때 활용할 수 있는 법 조항들을 알게 되니까 집 구할 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독립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많이 알려주고 있어요.

2017년 LH임대주택의 자격요건이 만 23세에서 퇴소 후 5년 이내로 변경된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최장 6년까지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했어요.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 요소가 의식주라고 하잖아요. 저는 옷과 음식과 집 중에서 기본은 집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집이 해결되면 옷과 음식은 조금 부족하거나 없어도 살아갈 수 있더라고요. 온전한 독립 후 뼈저리게 느낀 주거의 소중함이죠. 

<시설퇴소 및 위탁종료 대상 주거안정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사업 담당자로서, 보호종료아동이 안정된 주거지에서 본인이 바라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바랐습니다. 주거비 지원과 재무 관리 등, 생활에 필요한 환경과 교육을 통해서 일상의 작은변화를 경험한 이들이 자신만의 멋진 미래를 만들어나가기를 응원합니다. 

 

사진ㅣ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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