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먼 유럽을 갈 수 있을까?’
쉬지 않고 달려온 나의 20대를 보상이라도 받듯이 선물같은 한달간의 휴가! 유럽여행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선발되었다는 기쁨과 동시에 낯선 땅에 혼자 한달동안 지내야 한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혹시 소매치기를 당하진 않을까? 숙소를 못 찾아가서 헤메지는 않을까? 걱정과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가본다는 기대로 차근차근 준비했다.
드디어 비행기 타기 전, 그동안 가까운 여러 곳을 많이 여행을 다녀봤지만, 혼자 멀리 간다는건 정말 두려운 일이였다. 타기 전 눈물이 살짝 날 뻔 한건 비밀…
26일 여행, 8개 도시, 도전의 연속이였던 여행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건 스위스 인터라켄에서의 페러글라이딩이였다. 사실 바이킹도 어린이 롤러코스터도 타지 못하는 슈퍼겁쟁이인 내가 항상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살면서 꼭 해봐야하는 100가지 중 하나가 페러글라이딩이래’ 어디서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겁쟁이인 내가 패러글라이딩을 한다면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막연한 생각이 현실로!! 그것도 자연이 아름다운 스위스에서 한다니!! 하지만 페러글라이딩 장소로 이동하는 내내 ‘저는 겁쟁이입니다’ ‘천천히’ 라는 말을 영어로 연습했다. 두려움도 잠시 패러글라이딩은 정말 너무 환상적이였다. 하늘을 떠다니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해냈다는 그 뿌듯한 기분이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었다.
첫 유럽여행이라 가보고 싶은 도시는 가야겠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이동계획을 세웠다. 한 달동안 8개 도시를 여행한다는건 예상 했던 것 보다 이동의 연속이였다.. 하루는 기차만 7시간을 탔던 날도 있었고, 기차타고 환승하고 또 비행기타고 숙소까지 찾아가는 여정은 여간 쉬운 일은 아니였다. 한 도시마다 3일~4일 정도 지냈는데, 항상 첫날은 어색하고 둘째날을 신기하고, 적응 할 만하면 또 다른 곳으로 이동 했던 것 같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법도 통화도 언어도 다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 기차, 비행기에 내려 호텔을 찾아가는 건 하나하나의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 8개의 도시를 다니면서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는건 나에게 정말 큰 자신감을 주었다. 내가 선택한 판단을 믿고 실패 없이 해내고 있다는건 나의 자신감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33살이 된 지금 나를 돌아보면 한번도 쉬지 않고 학업, 활동을 해왔다, 항상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지내왔다. 그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던 나에게 홀로 1달간의 여행은 나를 알고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여행지를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오로지 한 달간 나의 모든 기준은 타인이 아닌 나에게만 맞춰졌다.
혼자 있는 사람을 크게 의식하지 않은 사람들 덕분인지 너무나도 자유롭게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어느날은 발길이 닿는대로 걸어도 봤다가 배가 고프면 근처 식당에서 밥도 먹고, 걷다 이쁜 곳이 있으면 앉아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곤 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 혼자보다는 좋지만, 혼자하는 여행은 인생에서 한번쯤은 꼭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ㅣ사진 박정영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