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도 어김없이,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휴식] 부문에 총 14팀이 선정되어 계획한 대로 혹은 좌충우돌하며 각자 나름대로의 쉼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합니다
이현정 님은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기회가 아내와 딸과 12일 동안 제주에서 오롯이 함께 지내면서 우리 가족에게는 매우 귀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2014년. 2004년부터 시작한 단체 상근활동이 어느덧 10년이 지나 11년차 활동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무엇을 하였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어떻게 바꿨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겼다. 또, 한 단체에서 10여년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쉼 없이 달려왔는데 개인을 위한,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휴식도 필요했다. 이때 마침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공고문을 보았고, 가까스로 마지막날 접수를 마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반갑게도 선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
8월 15일 오후에 중국, 러시아에서 <2014 동북아 북˙중˙러 탐방대> 사업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저녁식사 뒷풀이를 마치고 서울집에 도착하여 부랴부랴 다음날 출발할 제주 가족여행 짐을 쌌다. 이때부터 주말을 포함하여 12일간의 일정이었다. 이름하여 ‘나를 돌아보고, 가족과 소통하는 제주 쉼 여행’이었다. 좀 거창하긴 하다. 그냥 2013년 가을에 태어난 딸과 함께 떠나는 긴 가족여행이 처음이라서 이렇게 준비해봤다.
8월 16일 오후. 드디어 김포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여름 휴가철이 끼어 있어 차량 렌트비용이 꽤 비쌌다. 차량 렌트를 끝내고, 공항을 빠져나와 장을 보러 갔다. 식당에 가서 편안하게 나온 음식을 먹는 것도 좋겠지만,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그 재료로 음식을 같이 해먹는 것에 더 의미를 두었다. 그래서 첫날 저녁식사는 제주도 흑돼지 숯불구이. 연탄과 숯불 연기를 마셔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8월 17일. 오전에 숙소에서 가까운 금능해수욕장을 찾아가 물놀이를 하였다. 바닷물이 연한 푸른색으로 마치 늦여름 하늘빛과 같았다. 오후에는 비가 내려 서귀포 극장에 가서 가족영화를 함께 보고,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을 찾아 해산물 장도 보았다.
8월 18일. 오전에 모슬포 근처의 송악산, 산방산, 용머리 해안을 찾았다. 특히 송악산 일대는 과거 일제시대 태평양전쟁기지 유적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더불어 4.3항쟁 때 희생당한 분들의 유적지도 살펴보면서 제주의 아픈 과거의 현장을 살펴보았다. 늦은 시간에는 중문 주상절리와 해수욕장을 답사하였다.
8월 19일. 오설록을 다녀왔다. 탁 트인 시야 곳곳에 녹차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서 기념사진도 한 방 찰칵!! 아쉽게도 셀카봉이 없어서 딸까지는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이어서 그곳에서 가까운 무릉 곶자왈 길을 걸었다. 올레길 14-1코스로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아내와 나는 오히려 이러한 곳을 더 좋아한다.
8월 20일. 오전엔 집에서 좀 쉬었다. 11개월 딸아이와 함께 계속 다니다보니 노는 것도 좀 힘들었다. 오후에 유수암 버스차부 빈집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유수암리를 찾아 청년문화예술활동 공간을 답사하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노래로 제주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인 ‘?치글라 몽땅’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그곳에서 제주어도 배우고, 다양한 제주이야기들을 만났다.
8월 21일. 저지리에 있는 저지오름, 그리고 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저지오름은 몇 해 전 가장 아름다운 숲길 1위로도 뽑힌 곳이라고 한다. 더불어 현대미술관은 도립미술관인데, 미술관뿐만 아니라 주변 예술인마을 산책길이 매우 포근하였다.
8월 22일. 오전에 제주 동쪽 끝에 있는 성산을 찾았다. 그곳에 있는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해녀박물관, 월정리 해안가를 답사하였다. 특히 해녀박물관이 꽤 인상적이었다. 제주를 이해하려면 바로 이곳에서 제주 해녀들의 삶,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은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곳이다.
8월 23일. 저지리에 있는 곶자왈 환상숲을 찾았다. 곶자왈은 제주어로서 나무와 덩굴이 엉켜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숲을 말한다. 이어서 근처의 청수 곶자왈 숲길을 걸었다. 이곳도 올레길 14-1코스로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지길로서 울창하고 아름다운 천연 숲길을 안내해주었다. 특히 우리 가족들이 힐링을 할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8월 24일. 서귀포 강정마을을 답사하였다. 전에도 몇 차례 와보았지만, 여전히 해군기지는 공사중이었고, 더 공사가 많이 진행되었다. 강정마을 사거리에 있는 평화책방, 평화센터도 찾았다. 1.2km의 하나의 바위로 되어있는 구럼비바위를 폭약과 포크레인으로 깨부수고,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위법적으로 날치기 공사를 강행하는 그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8월 25일. 협재해수욕장을 찾았다. 역시 딸아이가 좋아한다. 이어서 서커스도 보고, 중문단지의 박물관들도 찾아다니면서 일반 여행객들이 찾아가보는 곳도 한번 가 보았다. ^^
8월 26일. 애월읍 어음리에 위치한 힐링명상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명상, 숲길 걷기, 국궁 등의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곳이었다. 지난 10년 동안의 단체 상근활동,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등을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송악산 근처에서 잠수함을 타보기도 하였다. 바다 깊숙이 들어가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가지는 않고, 제자리에서 위아래로만 움직여 아쉬운 감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곧 돌아오는 딸아이의 돌사진도 이 곳 제주에서 촬영해 보았다. 지인 사진가가 찍어준 사진도 딸아이에게는 멋진 선물이 되었다.
8월 27일. 서울로 돌아오는 김포행 비행기가 이른 시간에 있었다. 아침에 서둘러 제주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낮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로서 지난 12일 간의 가족과 오롯이 함께 하는 쉼여행을 마쳤다.
지난 10년 동안 바쁘게 걸어왔던 나를 되돌아보고 지속적으로 공익 활동가로 가고자 하는 나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과 재충전이었다. 또한 당시 11개월 딸아이 육아로 힘들어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떠나는 좋은 가족여행이 되었다.
그래~ 또 다시 시작이다. 아자 아자!! ^^
글 / 사진 : 이현정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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