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이루어졌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일상에 만연한 혐오, 페미니즘 교육이 문제가 되는 사회
‘보이루’, ‘앙기모띠’ 요즘 초등학생들의 입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여성혐오가 담긴 유행어다. 실제로 학교 현장은 ‘혐오 발언’과 ‘혐오 콘텐츠’가 심각한 수위로 급증하고 있고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더불어 여학생들은 성역할로 인해 신체활동이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제한되고, 여학생들의 몸은 건강하고 활력 있는 몸이 아닌 미용과 외모를 기준으로 내면화되고 사회화되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 시기 더욱 더 강화되어 다이어트와 화장 성형 등 외모의 상품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여성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한편 한국사회는 여성의 몸을 출산도구 혹은 몸의 상품으로만 여기며 여성들의 건강과 자아, 삶의 질에 대한 정책이나 제도, 문화가 부재하다.
‘여자애는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지’, ‘남자애는 씩씩해야지!’ 같은 성별고정관념은 어릴 적부터 학습되고 초등학교에서 시작되고 청소년시기에 강화된다. 고정된 성역할을 학습하고 강화하는 동안 여성은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품화에 노출된다. 젠더·인종·장애 유무뿐 아니라 개인적 여러 차이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수용할 수 있는 다양성 교육이 건강정책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여성환경연대는 청소년기에 몸 다양성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동영상 컨텐츠 제작, 학교에서의 교육 등 1년 간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여성의 몸에 대한 더 많은 미디어가 필요하다
여성환경연대는 상반기 동안 몸 다양성 컨텐츠 공모전을 통해 다양한 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운동하는 여성의 몸, 털에 대한 이야기, 모성애에 대한 감상기, 갱년기와 꾸밈노동 등 여성의 몸을 성적대상화하는 컨텐츠가 아닌 여러 세대에 걸쳐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몸의 이야기가 담긴 컨텐츠들이었다.
컨텐츠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외모?왜뭐! 작은 상영회와 다다름 필름파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외모?왜뭐! 작은 상영회에서는 3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몸 다양성 컨텐츠를 감상하고 평소에는 나누지 못했던 질문과 소감을 풀어놓기도 했다.
다다름 필름파티는 창작집단 3355, 한국여성민우회, 언니미티드, 플러스사이즈매거진 66100 등 평소 몸 다양성에 대한 활동을 펼치는 여러 단체/그룹들과 함께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날 필름파티에서는 여성환경연대의 몸 다양성 컨텐츠 뿐 만이 아니라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이 초빙되기도 했다.
먼저 장편영화로는 <바디 토크>가 상영됐다. 영화 <바디토크>는 여성들이 몸을 어떻게 경험하고, 겪어내며, 몸과 함께 살아가는가를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로 다양한 여성들이 유년기와 2차 성징, 임신과 출산, 질병과 나이 듦의 연쇄 속에서 다르게 경험되는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나아가 해외 단편영화 <달콤한 과자점>, <라이프 모델>, <터미널>들이 상영됐다. 참가자들은 자위, 모성, 운동, 갱년기, 다이어트, 낙태 등 섹슈얼리티와 재생산권, 몸 긍정 등의 주제를 통해 자신의 몸을 다시 바라보고, 사회에서 서로 다른 몸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 바깥에는 여러 전시/참여 부스가 펼쳐졌다. 낙태죄 폐지 사진 프로젝트와 ‘문제는 마네킹이야’ 판넬이 전시되었으며, 내 몸에 엽서쓰기와 ‘사이즈의 문제’ 등의 참여코너가 마련되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현장을 떠나지 않고 영화와 부스를 둘러보았다. 한국사회에서 몸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가 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모든 몸에 대한 존중’을 통해 배우는 다양성 교육
한편 여성환경연대는 ‘평등’, ‘인권’ 등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를 나의 일상과 연결 짓는 데 구체적인 몸 다양성 교육은 중요한 시작이 된다고 생각했다. 차별과 혐오의 장소가 아닌 ‘모든 몸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젠더·인종·세대·장애 유무 등 여러 차이를 차별 없이 인식하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고 덜 상품화된 몸에 대한 존중이 몸 다양성 교육을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몸 다양성 교육의 효과는 그 교육 대상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교육을 받은 초등학생부터 10대 청소년이 앞으로 만들어갈 사회, 그들과 소통할 다양한 세대, 직업,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서로 간 지지와 격려, 공감을 나누고 공동체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성환경연대에서 먼저 진행한 것은 <몸 다양성 이끔이 양성과정>이다. 몸 다양성 이끔이 양성과정은 청소년과 마주하는 교육자,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이 양성과정을 통해 교육자와 양육자들이 ‘차이와 다양성’에 대해 배우고 교육과 일상에서 이를 위한 강의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계기 마련하길 바랐다.
몸 다양성 이끔이 양성과정은 ‘10대,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말하다’, ‘학교 내 성평등수업, 어떻게 이루어지나’, ‘ 여성환경연대가 시도했던 몸 다양성 교육’ 등의 강의로 구성되었다. 왜 청소년에게 페미니즘과 몸 다양성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해 학교 내에서는 어떻게 성평등수업이 이뤄지는지, 여성환경연대는 몸 다양성 교육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시연함으로써 교육자·양육자들에게 실제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3차례에 걸친 교안회의를 통해 여자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몸 다양성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여성의 외모, 몸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요구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 인식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워크숍이 시행됐다.
수업을 듣고 난 청소년들은 평소 양육자와 교사, 주변 친구들과 미디어를 통해 학습된 자신의 몸 인식을 살피며 자신을 옥죄는 사회적인 관념이 무엇인지를 발표했다. 일찍 귀가하기, 다리를 모으고 앉기와 같은 행동부터 여자애는 욕하면 안돼, 화장을 해야 해와 같은 구체적인 외모꾸미기와 언행에 대한 관념을 스스로 자각 했다.
1년 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은 청소년들과 양육자, 교육자들을 만났다. 온라인을 통해 몸 다양성에 대한 컨텐츠를 확산하며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몸 인식과 교육은 자신의 몸을 가꾸고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몸을 보다 주체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지, 그 욕망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비판적인 교육이다. 보다 많은 청소년들과 비청소년들이 자신의 몸을 긍정할 수 있기를 바라며, 더 많은 몸 다양성 교육과 미디어가 사회에 확산되기를 바란다.
글ㅣ사진 여성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