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이루어졌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지원사업을 마치며
작은 시민사회단체가 생존하려면 회원들의 회비만으로는 운영과 활동을 모두 잘 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년 정부와 다양한 민간재단의 공익활동 지원사업을 눈 여겨 보며 지원 가능한 영역이 있는지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시기를 갖는다. 발전대안 피다(이하 피다)의 경우, 정부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가 포함된 정부사업 지원을 설립 초기부터 지양했다. 단체 형태 또한 서울시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로 법인체가 아니니 지원의 폭이 더 좁다.
그 와중에 피다가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고 한국 사회 내에서 실험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지원사업들로 찾다 보면, 사실 많지 않다. 너무 고집스럽고, 빡빡하게 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누군가의 세금이, 누군가의 후원금이 필요한 일에 잘 쓰이려면 나름의 기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피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존재였다. 시민의 참여를 독려해 사회변화를 이루고,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사업들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민간 재단의 지원사업에서 보기 드물게 사업 기간 동안 인건비를 일부 편성할 수 있어(전체 지원사업비의 30%) 단체 살림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피다가 시민들과 함께 풀어가고 싶은 문제의식과 고민들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나의 것을 내어 남을 돕는다’는 숭고한 가치를 지닌 원조가 파트너국가(개발도상국)의 발전이 아닌 이를 지원국과 일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기도 하는 현실이 떠올랐다. 더 나아가 발전을 경제성장과 동일시하면서 그 성장을 위해 개인과 공동체를 희생시키는 개발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가 우려스러웠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우리 안의 성찰과 자기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이에 피다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대한 논의에 편승하기보다 그 과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소외’되고 ‘소모’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주체들)에 집중하고자 했다. 발전이라는 것은 거창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이 ‘성장’하고 ‘꽃피는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시리즈로 1년간, 총 10번의 대화의 장을 아래의 주체와 이슈들로 꾸려보았다.
▲청년 봉사단원, ODA YP(Young Professional), ▲대학원생 연구자, ▲애드보커시 담당자, ▲젠더,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국제개발협력의 경계를 허무는 사람들, ▲미디어/언론(NGO 홍보/모금 담당자들), ▲개발 그리고 재개발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수행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얼마나 성장했을까? 가치를 좇아 들어온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우리는 정말 행복할까? 한국처럼 개발하면 그대들도(파트너국 사람들) 행복할 수 있다고 우리의 발전경험경험들을 전수하는 것이 늘 좋은 일일까? 정작 분야 내 생태계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등 근본적인 질문들을 각 회차별로 던지며 그 동안 꺼내놓고 이야기 하지 않았던, 할 수 없었던 ‘개인 차원’의 고민들과, ‘조직적 한계’ 들을 열 차례 시원스레 펼쳐보았다.
대중들은 그간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정보성 지식은 많이 축적했지만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에 참여하기가 어려웠고, 실무자들은 사업 수행에 매진할 뿐 개인적인 갈등과 고민들을 공개적으로 풀어낼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시리즈는 이러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여 기획되었다.
각기 다른 주제들을 이야기 했지만 결국 10번의 시간 동안 많은 참가자들이 깨달은 것은 ‘개인의 고민’으로 치부되었던 다양한 문제들이 터놓고 보니 모두가 함께 해결하고 바꿔가야 할 ‘공동의 문제’ 라는 점이었다.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시리즈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여 연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음을 알게 하고, ‘공동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함께 머리를 맞대어 대안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피다가 이러한 이야기들을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을 했다는 참가자들의 종합적인 평가를 조심스레 전하고 싶다. 더불어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사업은 다양한 주제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면서 앞으로의 피다 활동방향과 주력해야 할 이슈에 대해 파악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과거 정책 애드보커시 활동에 집중한 ODA Watch에서 보다 넓은 의미의 발전을 논의하는 피다로 전환하면서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위한 단체의 전략과 방향을 어떻게 세워갈지에 대한 고민이 그간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참여시키는 이 시간이 무척 절실했고, 귀했다.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모여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공간에 목말라 했던 참가자들을 생각하며 앞으로의 피다를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피다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국내외 발전 침해 문제를 다루는 것을 넘어 발전을 고민하는 누구나 편히 찾을 수 있는, ‘발전’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의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더불어 한국 사회 내에서 시민들이 직접 바람직한 발전대안을 찾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본인들의 일상 속에서 실천하며 좋은 영향력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게끔 하는 디딤돌이자 플랫폼으로서의 존재로 거듭나겠다는 다짐도 더해 본다. 어디에서도 활발히 논의되지 않지만 꼭 필요한 논의를 하는 곳! 피다는 올해도 사람들의 성장과 행복을 가장 우선시 하는, ‘사람이 꽃피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위해 우직하게 걸어가겠다.
글ㅣ사진 발전대안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