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금)
열정적인 청년 사회활동가로 성장한 주원이와의 만남
2011년 9월 청소년나눔토크콘서트 ‘여우와장미’에 연사로 나와 HOPEN(개발도상국에 학용품을 지원하는 청소년 단체) 활동을 소개했었던 주원이가 학과 친구들과 함께 재단을 방문했다. ‘조직행동론’ 수업에서 Senior Manager 인터뷰 과제가 있었는데, 조원들과 회사보다 NPO단체 담당자를 인터뷰해보자고 의기투합해 재단 정경훈 국장님을 인터뷰 하기로 한 터였다. 3년 반만의 만남! 너무 기대됐다!
인터뷰 후에 주원과 함께 식사도 하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동안 주원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서 긴머리 찰랑이는 예쁜 대학교 3학년 학생이 되었고, 교내 동아리, 여행, 1년간의 교환학생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음도 생각의 크기도 훌쩍 자라있었다.
무엇보다 요즘도 HOPEN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좀 놀랐다. 들어보니 지역/학교별로 분점이 있고 분점에 소속된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주원이 바빠서 신경을 많이 못쓸 때도 가끔 있지만 열심히 활동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 받는다고 했다.
나 : “공부하고 여러 활동하느라 바빴을 텐데 정말 대단하다.”
주원 : “제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HOPEN을) 소개도 했는데 책임감이 더 들었어요. 그만두지 못하겠더라구요.”
주원은 캘리그라피와 디자인을 배워 자신만의 문구 브랜드를 만들어 문구전문점에 입점하고 싶다는 야심 찬 계획도 알려줬다. 풋풋한 청소년 사회활동가에서 열정적인 청년 사회활동가로 성장한 주원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런 날이 꼭 오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5월 19일(화)
나눔은 실천! 고1 혜빈이와의 만남
밤 10시, 익숙한 이름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나눔클럽 활동을 했던 혜빈이의 메세지였다.
혜빈 : “선생님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ㅎㅎ 저 신혜빈인데 기억하시겠죠?!?!?!?! 요즘에 봉사활동 하러 다니다가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나서 카톡 보내요 ㅜㅜ”
나 : “오오 혜빈아~ 방가~~ 지금 고2됐니? ㅎㅎ 봉사활동 어떤 거 하구 있어?”
혜빈 : “몇 일 전에 구리에서 세계인의 축제 가서 페이스페인팅 했어요ㅎㅎ 근데 진짜 단추스프축제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ㅠㅠ 선생님도 많이 보고 싶구요☺ 양로원에 한 달에 한번씩 할머니들 미술치료도 해드리고 있어요! 5학년 나눔캠프 때 갔었던 ‘가브리엘의집’에도 가아아아끔씩 가기도 하구요”
예술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된 혜빈이는 같이 나눔클럽 활동을 하던 하늘이와도 계속 연락하고 있는데, 하늘이네 학교 친구들과 혜빈이네 예고 친구들 여럿이 의기투합해서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어린아이들이 만든 스토리를 영어로 번역하고 삽화로 만든 후 모바일 어플로 배포 할 야심 찬 계획! 내년에는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에 꼭 지원해보라고 귀띔 해 주었다. 단순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기특한데 이런 활동도 기획하다니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혜빈이는 내게 학교 친구들과 함께 여는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주제의 전시회 초대장을 보내주었다. 내일 퇴근 후 전시회에 가 만나기로 약속했다. 지난 4년간 혜빈이는 얼마나 커 있을까? ‘일상의 소중함’과 함께 ‘인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두근두근 설렌다.
5월 21일(목)
해 나이만큼 기부하는 청년 명제와의 만남
오후 4시쯤 명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동묘쪽으로 출장을 갔다가 조금 일찍 마쳐 집에 가는 길에 재단에 들르겠다고 했다. 명제는 지금 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 2010년 겨울방학을 활용해 국제연구팀(현 연구교육팀)에서 자원활동가로 활약했다.
명제는 맛있는 케익이 담긴 상자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나 : “올해 나이가 몇인가?”
명제 : “27살이요”
봉투 안에는 빳빳한 지폐로 27만원이 들어있었다. 명제는 2011년부터 (자신의 나이 X 만원)만큼의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나이 먹는 만큼 더 기부하겠다고 생각해 낸 명제의 재미있는 기부방법.
명제가 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데에는 재미있는 배경이 있다. 명제가 소속돼 있던 동아리의 선배 A가 재단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했는데, 그 선배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후배 B를 데리고 왔다. 그 후배 B는 또 다른 후배 C, 명제를 소개해 주었다. 아, 이 아름다운 네트워크 마케팅 ^^ 선배 자원활동가가 후배를, 그 후배가 또 다른 후배와의 만남을 이어주고, 그 후배가 기부자로 계속 재단과 연을 맺고 있는 것이 참 고맙다.
“남는 건 사람인 것 같아요”
매년 잊지 않고 찾아와줘 고맙다는 말에 명제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신기하게도 만 6년을 재단에서 근무한 날로부터 딱 일주일 동안 일하며 알게 된 세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비영리재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와서 좌충우돌 삽질 백만평 하던 나의 지난 6년을 돌아보니 세월이 어찌 지났는지 싶다. 일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극이 되는/즐거운/소중한 만남들과 함께 하기에 참 좋다.
명제 말대로, 남는 건 사람이니까!
남자만넷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간사님은 행복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