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지원사업 중 연중 12달 접수와 선정을 발표하는 사업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도 드러나듯 공익단체의 프로젝트에 ‘스폰서’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짧은 기간 진행된 사업이지만, 알차고 다양한 사업 결과 소식을 공유합니다.
[전방위예술행동네트워크]는 아직 돌아오지 않는 세월호와 승객들을 기다리며,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감정들을 풀어내고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대구의 시민, 청소년들과 함께 기억의 수학여행을 만들어 보고자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4월 15~16일 이틀 동안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기억의 수학여행을 밤샘행사로 진행하였고, 세월호 대구시민대책위의 시민 결의대회 이후 퍼레이드를 진행하였습니다.
2014년 4월 15일, 인천부두를 떠나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를 기다리며,
2015년 4월 15일,
우리는 대구백화점 앞에 모였습니다.
세월호 1주년, 수많은 구호들과 실천들, 잊지 않겠다는 다짐들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세월호에 대한 기억, 감정들을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자리, 슬픔과 추모 속에서 희망과 바람이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몇몇의 동료들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계획을 짜고, 사람들을 만나고, 무대를 만들고, 판을 벌렸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불렀고, 연극을 만들어 공연했고,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밤을 보내며, 세월호를 생각하고 기억하는 마음을 모았습니다.
날씨는 따뜻했고, 밤이 되자 바람도 멈추어 주었습니다. 아침 해가 뜨고, 바쁜 도시의 하루가 시작될 때 까지, 우리는 함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우리의, 시간과, 공간이, 여기, 깃들기를.
2015년 4월 16일,
우리는 다시 대구백화점 앞으로 모였습니다. 사전 몇 번의 모임과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인형들을 가지고, 퍼레이드 – 순례의 길을 걷기 위해.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따뜻했던 어제와는 달리 기온은 뚝 떨어졌고, 바람은 사람이 서 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세차게 불었습니다. 짐을 가득 실은 1톤 트럭은 짐을 풀지도 못한 채로 세워져 있었고 안전상의 문제로 힘들게 준비한 퍼레이드를 취소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녁 7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바람이 멈추었습니다. 비와 바람이 지나간 날씨는 오히려 개운하고 청명하였고,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하늘의 별은 반짝이는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함께 순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대구를 찾아온 세월호 유가족들, 청소년, 청년들, 어린이들, 가족들, 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 시민들, 이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과 함께, 노란 풍선을 매단 배는 물결 위로 떠올랐고, 희망, 바람을 상징하는 노란 새와 나비들이 날아올라, 함께 춤을 추며 순례의 길을 걸었습니다.
다시 또, 한 달이 지났습니다.
슬프지만, 누군가는 아직 돌아오지 못하였고, 진실 또한 우리 곁에 있지 않고, 우리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다림은, 희망을 품고 가는 길일 것입니다. 기억하고, 행동하며, 이 희망의 길을 함께 걸어가고자 합니다.
나의, 우리의,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변화를 위해.
글 / 사진 : 전방위예술행동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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